“관계 때문에 교회 떠난다고? 피하는 것 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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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때문에 교회 떠난다고? 피하는 것 능사 아냐”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2.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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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기획 ‘관계’ 특집 ①성도와 성도

‘교인들과 관계’ 교회 옮기는 원인으로 꼽혀
관계보다 과업 중시하다가는 오히려 탈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거리다. 좋을 땐 한없이 가깝고 나쁠 땐 한 없이 멀어지는 것이 바로 관계다. 새해를 맞아 ‘관계’에 대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주제는 ‘성도와 성도’, ‘목사와 성도’,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이라는 네 가지 유형의 관계를 순서대로 다룬다. <편집자 주>

#교회 내에서 자신과 관련한 소문이 돌자 이에 상처를 입은 A씨. 그는 결국 교회를 떠나 대형교회로 옮겼다. 등록은 하지 않았다는 그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성도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가능한 피하고 싶다”고 현재의 상황을 소개했다. 

#최근 결혼을 하고 남편이 속한 교회로 옮긴 B씨. 그는 “기존의 그룹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소그룹 모임에서도 위축이 되다보니 속 이야기를 다 나누기가 꺼려진다”고 고백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교회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도들이 ‘교인들과의 관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는 이 이유로 교회를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설 21세기 교회연구소가 지난 2016년 발표한 ‘평신도의 교회 선택과 교회 생활 만족도에 대한 조사연구’에는 이같은 상황이 잘 반영돼 있다. 만 20세 이상 개신교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4.4%)에서 ‘현재 출석 교회를 떠나고자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7.5%가 ‘성도들과의 갈등’, 7.4%가 ‘친교와 교제의 부족’을 호소했다. 이 질문에서는 ‘교육/훈련 부족’(11.5%), ‘예배의 문제’(11.1%) 등이 비교적 높은 응답을 기록하긴 했지만 사실상 ‘성도들과의 갈등’이나 ‘친교와 교제의 부족’이 동일 선상에 있는 답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계’의 문제가 교회를 떠나는 데 상당히 높은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율법적인 신앙이 불화를 부른다

성도와 성도 사이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는 까닭은 뭘까.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있겠지만 신앙의 문제라는 지적을 눈여겨 볼만 하다. 선한목자교회의 유기성 목사는 최근 자신의 SNS에 교인 간의 불화가 일어나는 원인이 “율법적인 신앙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유 목사는 ‘두려움과 큰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교회 안에서 교인들끼리 함부로 말을 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회의를 느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어른들이 싸우는 것이었다”면서 “교회의 중직이기에 예배를 열심히 드리고 새벽기도회에 빠지지 않고 성경도 많이 아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끊임없이 ‘나’ ‘나’ 하면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교인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깊은 회의를 가졌었다”고 덧붙였다.

유 목사는 이런 것이야말로 바로 ‘율법주의적인 신앙’이라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큰 역사를 일으켰던 자라도 불법을 행할 수 있다. 종교적인 경건만 있었지 실제로 주님과 친밀하게 동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주님이 함께 하심을 안다면 어떻게 불법을 행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성도의 교제는 예배의 필수 조건

문제는 이런 불화가 불화를 일으킨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의 성도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광범위하게 끼친다는 점이다. 성도간의 친밀하고 건강한 관계를 경작해 나가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신앙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온전한 예배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는 “현명하게 교인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예배가 무엇인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온전한 예배의 조건으로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 △성도들과의 교제 △봉사 △교육의 네 가지를 꼽고 “이 중 어느 하나만 빠져도 예배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관계와 관련해 “기타를 처음 칠 때는 손이 부드러워서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굳은살이 생기면서 단단해 지고 더 이상 아무리 쳐도 아프지 않다”면서 “아픈 것 때문에 두려워서 멈춘다면 영원히 아프다. 성장통이다. 온실의 화초가 아니라 잡초처럼 커야 건강한 교인 건강한 교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무리 아파도 무작정 버티는 것만이 능사일까. 김 목사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들에게 푸른 초장과 물이 있는 곳을 안내해주는 것이 목자의 역할이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목하는 것은 좋은 목자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상담도 하고 지켜보면서 맞지 않으면 그룹을 교체해주는 목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도들에게는 “혼자서 해결하려고만 하지 말고 목회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관계 행복을 위한 8가지 처방

그렇다면 성도와 성도 사이에 현명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계행복’의 저자 조현삼 목사(서울광염교회)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라며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하는 것, 우리가 하나 되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선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금이나 은보다 더욱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싸우지 않고, 다투지 않고, 화평하게, 화목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잠언 20장 3절을 인용하면서 “다툼을 멀리 하는 것이 사람에게 영광임에도 미련한 자마다 다툼을 일으킨다”고 했다. 

조현삼 목사는 자신의 저서 ‘관계행복’에서 관계 치료를 위한 처방을 8가지로 정리했다. 그 중 첫 번째는 ‘연약한 것은 도와줄 것’이다. 조 목사는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시되 혼자 온전하거나 완전하게 짓지 않으셨다”면서 “이것은 사람을 관계 속에 살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이밖에 △필요는 채워줄 것 △허물은 덮어줄 것 △좋은 것은 말해줄 것 △능력은 인정해줄 것 △가족은 돌아볼 것 △이웃은 더불어 살 것 △원수는 없앨 것을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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