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식 스웨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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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식 스웨그를 기대해본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2.3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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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존경 받는 교회가 되려면

복음은 나와 다른 이를 사랑하게 한다

흔히들 말하기를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경험의 양이 많아질수록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즐겨 보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는 이같은 현상이 잘 나타난다. 온 세상이 좀비로 가득 찬 가운데 생존자들은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무리를 이룬다. 극 초반에만 해도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했다. 그러던 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무리와 무리 밖의 사람 사이에 높은 울타리가 놓이고 배타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였을 때 겪었던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이 축적된 탓이다. 드라마를 통해 시니어들의 보수화에 대해 심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50대 이상 목회자들을 보면 대부분은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일부 진보진영 목사님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다 그렇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교회 개혁이니 적폐 청산이니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님과는 작년 이맘 때 한 좌담회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목사님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견해를 피력하셨고 당시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던 현 정부에 대해서도 환영보다는 우려를 나타내셨다. 그것이 퍽 인상 깊게 남았다.

그런데 올해 그 목사님께서 시무하시는 교회 바로 앞으로 이사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 교회에 출석하게 됐는데 매주 목사님 때문에 깜짝 놀라곤 한다. 주일 예배 때면 잊지 않고 나라와 민족, 그리고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으시는 것.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 한 번이 아니라 매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교회를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세대도 성별도, 소수도 다수도, 원주민도 이방인도 없다.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인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말로만 사랑을 외치는 것이 아닌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 정신이자 ‘스웨그’ 아닌가 싶다. ‘스웨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의 요소 가운데 하나다. 내가 가진 것을 주저 없이 표현하고 자랑하는 것이 스웨그다. 새해에는 기독교식 ‘스웨그’가 여기저기 흘러 나와서 교회로 젊은이들이 잔뜩 몰려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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