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리 들으니 사람 사는 맛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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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소리 들으니 사람 사는 맛이 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8.12.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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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기독학교의 춘천 삼천동 연탄 봉사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 골목. 아이들을 좀체 볼 수 없던 이곳에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맑게 퍼진다.

“조심 조심, 안 깨지게 잘 전달해”, “무거울 텐데 지게 질 수 있겠어?” “괜찮아요, 몇 장 더 올려주세요”, “옷에 안 묻게 모두 조심해.”

기자가 춘천으로 달려간 날, 종업식을 끝낸 전인기독학교(교장: 조형래 목사) 1학년부터 11학년(고 2)까지 2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삼천동 어르신들을 위한 연탄배달에 마음을 모으고 있었다.

▲ 전인기독학교는 학기 중 진행된 예배 때 드린 헌금을 모아 연탄 2천 장을 구입해 10가정에 한 가정당 2백 장을 선물했다.

# 춘천시 삼천동에 연탄 2천 장 전달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 젊은이들이 떠나고 어르신들이 주민의 대부분인 외곽 지역에 자리잡은 대표적 고령화 지역이다. 마당 한 켠에는 커다란 양은솥이 걸린 아궁이가 있고, 지금도 불을 때는지 시커먼 연기가 아궁이 밖으로까지 퍼져 나와 있다. 옆으로는 불쏘시개용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고, 처마 밑에는 올 겨울 반찬으로 사용할 무 시래기가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내걸렸다.

전인기독학교 학생들이 이날 배달한 연탄은 2천 장. 학기 중 진행된 예배 때 드린 헌금을 모아 연탄 2천 장을 구입해 10가정에 한 가정당 2백 장을 선물했다.

연탄 배달이 시작되자 2백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세 팀으로 나뉘어 흩어졌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고, 공용 주차장 뒤쪽 집으로도 두 팀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고학년 선배가 지게로 연탄을 져서 골목 입구에 내려 놓으면, 한 장씩 조심스레 언덕 위까지 전달한다. 중간 중간 1, 2학년 학생들이 끼어 있지만, 꼼꼼한 손놀림은 한 장의 연탄도 떨어뜨리지 않고 야무지다. 가끔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떨어뜨리거나 깨트리는 연탄은 한 장도 없다. 이 한 장의 연탄이 기댈 곳 없는 어르신들의 하루 온기를 지켜주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연탄을 나르는 학생들을 보니 어떻게 들고 전달해야 연탄이 깨지지 않는지, 옷에 연탄 검정이 묻지 않는지 잘 아는 것 같아 조 목사에게 물어보니, 올해로 여덟 번째란다. 골목의 상황과 집의 위치에 따라 한 줄 혹은 두 줄로 늘어서서 한 장씩 릴레이로 전달하기도 하고, 직접 나르기도 하는 등 연탄 나르는 최적의 방법을 벌써 익혔다. 우비 단추가 뒤로 오게 입는 것도 몇 번의 배달을 통해 자연스레 터득한 방법이다. 2학년 유대경 학생.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번째 연탄 배달에 참여하는데, 하나도 안 힘들다”고 말한다.

# 겨울 나는 데 연탄 8백 장 필요

▲ 언덕 위에 있는 어르신의 집으로 연탄을 나르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문 안쪽 연탄광에 차곡차곡 쌓이는 연탄을 바라보는 한점순 할머니(90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연탄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보지 못하던 아이들이 보이고, 목소리가 담을 넘는 시끄러움이 더 좋다.

“여긴 아이들이 없는 동네에요. 몇 년 전 동네 옆에 청소년도서실이 들어서면서 학생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동네에는 들어오지를 않죠. 자식들이 다 아파트 사서 떠나고, 직장 때문에 시내로, 외지로 나가고 나 같은 노인네들만 남아 있어요. 그런데 오늘처럼 아이들이 찾아오고 시끌시끌하니까 너무 좋네요.”

어르신 말로는 한 겨울을 나는데 연탄이 8백 장 넘게 든단다. 이 연탄을 오롯이 기부에 의존하는데, 3년 전까지는 돈을 주고 사서 썼단다. 오늘 전인기독학교에서 2백 장을 기부해줬으니 한동안 연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새해 소망이 뭔지를 묻는 말에 “오늘처럼 아이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깔깔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춘천시 연탄은행 정해창 목사는 “춘천시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1천 가구 정도 돼요. 그리고 이들이 한 해 겨울을 날 동안 40만 장 정도가 필요한데, 연탄 가격이 인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매년 100원 정도씩 오르는데, 2020년까지 한 장당 가격이 천 원으로 인상되죠. 이렇게 되면서 연탄 기부도 30%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월 10만 원 정도면 충분하던 비용이 12만 원으로 늘었다. 한숨과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한점순 할머니의 연탄광에도 고사리손들이 나른 연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 ‘섬기는 삶’ 실천하는 전인인

교장 조형래 목사도 골목골목을 찾아 다니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챙기기에 분주하다. 조 목사는 “지난 2010년 서울 구룡마을 연탄 봉사로 시작된 게 벌써 8년째 접어든다. 춘천에서는 올해로 여섯 번째 하는데,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봉사에 참여한다”고 설명한다.

전인기독학교가 지역을 섬기는 일은 비단 연탄 봉사뿐만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루 종일 이웃돕기를 진행하는데, 학년별로 밥퍼, 복지관 등을 방문하거나 독거노인들을 방문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10학년의 경우, 학교가 있는 강원도 홍천지역의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직접 밥을 지어 대접하고, 미리 만들어 준비한 반찬까지 전달하는가 하면, 중 3, 9학년 학생들은 복지관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제품을 만드는 등 학년별로 섬기고 베푸는 것을 직접 몸으로 익히고 체험한다.

조 목사는 “우리 학생들이 이 일을 통해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기를 원한다”면서, “자신들의 섬김과 봉사를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랑을 실천하고 섬기는 것인가를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면서 섬기는 삶을 실천해 가는 전인인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2천 장의 연탄을 한 가정에 2백 장씩 전달하는 일은 금세 끝났다. 연탄 배달을 끝낸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서로의 얼굴에 검정 칠을 하면서 깔깔거렸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춘천 삼천동 골목이 오랜만에 아이들의 웃음으로 시끄러웠다.

▲ 2천 장의 연탄을 나르는 힘든 일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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