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연합기관, 분열 고착화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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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연합기관, 분열 고착화 우려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12.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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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한교총, 통합 실패 후 각각 정기총회
한교총 대세 분위기…“통합노력은 계속돼야”

2015년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복원되면서 전격 추진됐던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이 또 하나의 연합기구가 만들지는 것으로 귀결됐다. 교단장회의는 보수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과 한국교회연합(현 한국기독교연합)이 통합돼 한국교회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연합기구를 만드는 중간다리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3년이 지났다. 아쉽게도 한기총과 한기연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한국교회총연합’이라는 연합기관이 또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통합의 열매는 없었다. 더욱 분열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지형이 고착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현재이다. 

연합기구 통합과 알 수 없는 힘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통합을 촉구하고 양 기구 대표회장 간 대화가 시작되면서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치열한 통합추진 과정과 대조적으로 결과는 매번 기대와 달랐다. 

한교연은 2012년 이단문제와 금권선거 논란으로 한기총을 이탈한 예장 통합, 백석, 기성 등 중대형 교단을 주축으로 창립했다. 

그런 이유에서 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 중 한기총의 이단문제는 늘 핵심과제였다. 한기총 내 이단 논란이 지금도 일소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동안 통합이 쉽지 않았던 측면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기총과 한기연 간 대화의 틀을 만들던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지난 2017년 1월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를 출범했다. 통합 추진이 지지부진해지자 교단장회의는 한기총과 한교연, 교회협을 아우르는 ‘빅 텐트’를 자처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연합기구를 만든 셈이다. 

이후 통합 논의는 한기총과 한기연 간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한교총과 한교연 간 통합 추진이라는 새로운 물길로 흘러갔다. 물론 한기총과 하나 되어야 한다는 명분은 안고 갔지만 분명 한기총은 주요 대화 상대는 아니었다. 

이후 통합 추진은 한교총과 한교연 사이에서 진행됐다. 통합추진위원회 등 조직이 만들어지고 각종 합의서가 서명돼 발표됐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됐고, 통합을 알리는 총회까지 개최하고 정관까지 합의됐지만 하나의 연합기구는 만들어지지 않은 채 유야무야 됐다. 

이해할 수 없지만 대표회장과 통합추진위원회 간 합의도 무력화시키는 알 수 없는 세력과 힘들이 각각 연합기구 내에 존재했던 듯싶다. 

감정의 골 넘어 다시 대화해야
한교총이 한국교회 교세의 95% 교단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동력을 모은 것만은 분명하다. 법인등록을 마치고 최대 연합기구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합을 이루겠다며 출발했던 목표를 저버리고 또 하나의 연합기관이 되었다는 비판은 안고가야 할 몫이 되고 말았다. 

주요 교단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한기연은 한동안 운영 난맥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1천교회 미만 교단만 남게 된 상황에서 금권선거를 막기 위한 교단규모에 따른 대표회장 순번제도 이번 정기총회에서 보류됐다. 한기연은 당장 어렵더라도 힘을 모아 단체를 지켜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큰 교단 중에는 기하성 총회가 소속돼 있고, 예장 합동 등이 꾸준히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여타 교단은 이단문제가 남아 있는 한 합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부에서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한기연 창립 이후만도 6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쉽지 않다. 

문제는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깊은 감정의 골이다. 특히 한교총과 한기연은 가장 많은 대화를 했기 때문에 상처도 크다. 한기연은 “한교총이 규모만 믿고 작은 교단들을 무시하며 통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한교총은 “여건과 관계없이 맡겨놓은 것을 찾는 것 마냥 조건들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한기연 권태진 목사는 지난 정기총회와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에서 “새해에는 한기총과 한장총과 함께 새로운 연합사역을 하겠다”면서도 한번도 ‘한교총’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교총은 총회자료집 머리말에서 “연합기관은 이해관계를 초월해야 하며 특정인사의 전횡을 피해야 한다”면서 그간 서운함을 토로하는 듯 했다.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다른 기관과 통합이 아니라 한기연 또는 한교총이 한기총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아쉽게도 지난 12월 5일과 6일 한기연과 한교총은 하루 사이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양 기구는 대화 논의는 끝까지 하겠다고 관용어구처럼 말하지만 당분간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기총은 내달 말 정기총회를 열어 새 대표회장을 선출한다. 누가 되는지에 따라 대화의 모양과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한기총 역시 대부분 회원교단 규모가 작아 향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화의 틀은 깨졌지만 한국교회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다시 판을 만들어 통합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세웠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통합 추진이 쉬웠다면 이미 이뤄졌을 것이다.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교회 대내외적으로 어느 때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할 때에 연합기구 분열이 고착화 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어떻게든 하나 되기 위한 불씨를 살려서 연합기구들이 대화를 시작하고 통합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덕수교회 손인웅 원로목사는 “연합기관이 화해하고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일을 멈추어서 안 된다. 스스로를 낮추려는 노력 속에서 통합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속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연합기구들은 표면적으로라도 “통합 논의는 중단없이 계속한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연말연초를 지나면 다시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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