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예수탄생, 기쁜 소식 알리는 ‘트리’…복음의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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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예수탄생, 기쁜 소식 알리는 ‘트리’…복음의 씨앗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2.17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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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트리’로 복음 전하는 옥천 벧엘교회 한문수 목사의 전도현장 동행기

불심 강한 ‘옥천’ 지역
지난해부터 집집마다 ‘트리’로 심방전도
마음 여는 이웃주민…불교신자가 크리스천 되기도

▲ 광림교회 성용애 권사로부터 후원받은 트리를 앞에 두고 한 목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고! 보잘 것 없는 이 작은 사역을 소개한다니 부끄럽습니다.” 지난 14일,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충북 옥천역에 도착한 기자를 살갑게 반겨주던 벧엘교회 한문수 목사(56세)가 꺼낸 첫마디였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탄절을 맞아 집집마다 트리를 설치해주며 복음을 전하는 한 목사를 동행 취재하는 날이었다.

난생 처음 듣는 ‘성탄절’ 의미
“여러분, 우리 모두는 각자 태어난 ‘생일’이 있어요. 매년 이날에는 사랑하는 가족·친구들끼리 모여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선물도 건네며 서로 축하해주죠.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탄생하신 날이 있어요. 바로 온 세상이 기념하는 ‘성탄절’이에요.”

첫 번째로 방문한 중국 출신 이주여성 위민(31세) 씨네 가정에 한 목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9살·10살 난 어린 아이들은 설레는 웃음소리로 화답했다. 이제껏 트리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은 한 목사가 박스에 한 아름 담아온 트리와 방울, 전구를 보고 무척 신나했다. 한 목사가 들려주는 하나님 이야기에 집중하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식하랴 분주했던 아이들은 15분 만에 금세 트리 하나를 뚝딱 완성했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엄마 위민 씨는 따뜻한 차를 내오며 한 목사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고 인사했다.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남편을 갑작스레 잃고 힘겹게 두 자녀를 키우던 그는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즐거운 추억이 되겠다며 웃어보였다. 이후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기자까지 다섯 명이 빙 둘러앉은 자리에서 그는 찬찬히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생활 11년차지만,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니 막막했어요. 남편을 떠나보내고 몇 달은 우울증으로 집에만 있었죠. 그래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일어섰어요. 하지만 주일에도 혼자 있어야하는 아이들이 걱정돼 교회에 맡기다시피 보내기 시작했어요. 저도 지금 당장은 먹고사는 일이 급급해 힘들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을 따라 교회에 갈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목사가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37살에 내 능력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껴 교회에 갔다가 뒤늦게 하나님을 체험했습니다. 위민 씨도 일하면서 눈앞에 아이들이 없어 불안하면 하나님을 바라보고 기도해보세요. 이미 그분의 자녀가 된 아이들을 예수님은 불꽃같은 눈길로 지켜주십니다. 크리스마스는 이런 예수님의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고요.”

중국에 있을 땐, 성탄절이 그저 평안을 기원하는 날인 줄로 알았다던 위민 씨는 한 목사를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미를 들었다고 했다. 끝으로 위민 씨 가족의 손을 붙잡고 기도해준 한 목사는 “앞으로 종종 만나서 담소를 나누자”고 했다. 위민 씨는 “사실 집에 성경책도 있다. 언제든 오시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 트리를 설치한 후 한 목사가 위민 씨네 가족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옥천에 서서히 물드는 ‘복음’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 목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옥천은 마을 곳곳에 절과 성황당, 돌탑이 즐비할 만큼 불심이 강한 지역입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복음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죠. 제가 문을 두드리는 이웃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아닌, 정말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트리를 핑계 삼아 어떻게든 말씀 한 번 더 전하려는 목적이죠.” 이윽고 눈 깜짝할 새 다다른 두 번째 집은 경로당이었다.

“아니 빈손으로 오지, 뭘 또 이렇게 바리바리 싸왔어!” 한 목사의 양손가득 들린 미니트리와 주전부리를 보고 10명 남짓한 어르신들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경로당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 목사가 1년 전 주고 간 트리가 눈에 띄었다. 이전까지는 불성을 상징하던 ‘연꽃’이 있던 자리였다. 한 목사는 그 옆에 준비해온 트리 하나를 더 놓았다. 이제 두 개의 트리가 경로당을 더욱 환히 밝힌다.

어르신들은 곧 거나하게 떡국 한상을 차려와 한 목사와 마주 앉았다. 식사를 하며 한참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한 목사가 일순간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운을 뗐다. “성탄절은 하나님이 죄 많은 우리 모두 천국가게 해주시려고 자기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날이에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연세가 있어서 교회 나가기 힘들잖아요. 그러니 누워서도 감사, 밥 먹으면서도 감사, 매사에 하나님께 감사하면 천국갈 수 있어요.”

옆에 있던 육종임 할머니가 한 마디 거든다. “하기는, 하나님이 주시니까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지.” 김해숙 할머니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밭 갈다가도 그냥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해”라고 보탰다. 그럼에도 간혹 다 늙어서 예수 믿으면 뭐하냐고, 손 사례 치는 이도 있었다. 그럴수록 한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렸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영생을 얻고 천국 가는 것만큼 기쁜 소식이 어디 있어요!”

한바탕 실랑이(?) 끝에 떠날 시간이 되자 김 할머니가 여운을 남긴다. “5년간 지켜본 목사님은 적어도 거짓말 할 사람 아닌 거 장담해. 늘 하나님 이야기밖에 안 하지만 그래도 좋으니까 또 와!” 대문 밖까지 배웅 나온 어르신들을 뒤로하며 한 목사는 기자에게 간증했다. “복음이 튕기는 것 같아도, 이곳에서 얼마 전 한 할머님도 예수님 영접하고 천국 가셨어요. 결국 때가 되면 다 하나님께 돌아올 양들입니다.”

▲ 경로당에 방문한 한 목사가 어르신들과 손잡고 기도해주고 있다.

전도된 자가 전도하는 자로 
두 곳의 심방전도를 마치고 교회로 오니 어느덧 세 시간이 훌쩍 흘러있었다. 전도가 힘든 시대라지만 한 목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만 무려 12가정을 돌았다.

작년 이맘때쯤 혼자 예배당에서 트리를 꾸미다가 이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하나님 안 믿어도 누구나 트리는 예뻐서 좋아하잖아요. 이걸 빌미로 자연스레 다가가 예수님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10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트리사역의 핵심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관계전도’의 물꼬를 트는 데 있다. 트리를 선물하면서 주민들과 안면을 튼 그는 재방문으로 친분을 쌓고 농사일·식당일도 마다않고 도왔다. 덕분에 불교신자가 크리스천이 되는 등 불과 1년 만에 기적 같은 열매들이 맺혔다. 평생 예수님자도 모르던 이들이 말씀을 듣고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겉보기엔 간단한 사역 같아도 한 집 방문하는 것도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니다. 사전에 약속을 잡고 중보기도를 하는 일부터, 트리를 세우고 대화를 나누고 “예수 믿자”고 설득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혼자서 감당하기란 결코 녹록치 않다. 한 집 당 최소 2만원의 트리 재료값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마련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건 주위의 시선이었다. ‘고작’ 트리 하나로 얼마나 대단한 전도를 하겠느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비수처럼 꽂혔다.

▲ 한문수 목사가 선물한 트리 2개가 경로당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형편이 허락되는 안에서 ‘연중행사’로 키워가겠다는 나름의 꿈을 올해는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한 목사에게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동시에 한 목사의 사연을 접한 광림교회 성용애 권사(엠데코)가 트리를 후원하고 나섰다. 그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역이니 그만두지 말라고 위로하시는 사인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이번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난해의 딱 두 배, 24가정에 트리와 함께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그다.

“성탄의 의미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구원의 소식을 알려 더 많은 영혼이 주께로 돌아오게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좌절하지 않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씨를 뿌리면 마침내 영의 눈과 귀가 뜨이리라 믿어요. 그렇게 전도된 자가 전도하는 자로 거듭나는 것, 그게 제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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