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성직자의 자격을 박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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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성직자의 자격을 박탈하는가?
  • 황호찬 장로
  • 승인 2018.12.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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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찬 장로/세종대학교 교수

누가 성직자의 자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가? 당연히 해당 성직자가 몸담고 있는 교회 혹은 소속 교단(실제적으로는 노회)에서 결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민사 37부)은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목사가 담임목사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국가가 성직자의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리적 논증은 이를 생업으로 하는 이들의 몫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왜 이번 법원의 판결이 대단히 유감인지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는 여타 사회조직과는 판이하게 다른 특수한 자율조직이다. 교회라는 조직은 인간 본연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기초로 한다. 만약 국가가 어떤 이유로든 이 기초를 허물거나 흔들면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가치는 여지없이 파괴된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고도의 자율조직인 교회의 내부 문제를 강제하므로 이 자유의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 

둘째, 교회는 고도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교단법에 의해서 운영되는 조직체다. 이 교단법은 동서양을 아우르며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역사의 산물이다. 즉 법 조항 하나하나마다 역사가 깃들dj 있을 뿐 아니라, 신앙의 고백과 더불어 성경의 원리를 기반하여 다듬어진 법체계다. 이를 일반 민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이며 그에 따른 한계점이 이번에 노출된 것이다. 즉 목사의 자격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장로교단의 특성은 무엇이며, 이들이 제정한 (예장 합동) 교단헌법과 이를 시행하고 관리하는 노회와 총회의 역할 등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이다. 

셋째, 이번 재판의 논점은 타교단 목사가 본 교단(예장 합동)의 목사가 되고자 할 때에 적용하는 절차에 관한 것이다. 교단 헌법 정치편 제15장 제1조는 아직 목사가 아닌 자가 본 교단의 목사가 되고자 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고, 동 제3조는 이미 타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자이지만 본 교단 목사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이미 미국 타교단에서 30여년 전 목사가 된 자이므로 당연히 제3조의 규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원은 제1조에 의거,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되려면 다른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다 하여도 다시 본 교단에서 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수만 명의 교인들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우리 담임목사라고 하는데 법원은 아니라고 한다. 사랑의교회는 15년  전에 전 교인이 투표하여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마친 현 담임목사를 청빙했다. 그런데 2018년 12월 5일, 법원이 그 목사는 목사의 자격이 없다고 자격을 박탈하였다. 사랑의교회 교인 수만명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청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세상의 그 어떤 정권도 이념도 다 일시적이며 순간이다. 그러나 기독교 진리는 수천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진리는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확신하건데 유한하고 가변적인 대한민국의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교회는 교회로 영원히 존속할 것이다. 

누가 성직자의 자격을 박탈하는가? 법원은 원래 결정권자인 교회로 그 권한을 환원해야 마땅하다. 대법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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