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계도 ‘은혜로’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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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계도 ‘은혜로’ 하시려고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2.10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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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 왔다. 연말이 되면 누구든 지난 1년을 뒤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유독 통계 자료를 접할 일이 많았다. 아마 숫자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통계 자료가 지금까지의 성과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통계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정확성이다. 표본이 객관적으로 선정됐는지, 질문이 공정한지를 따지는 것은 먼저 통계가 신뢰를 얻고 난 다음이다. 그런데 올해 교계에서 발표된 몇몇 통계들을 보고서는 아쉬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가장 최근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발표된 ‘한국교회 해외선교 역량에 관한 기초조사 보고서’에서는 통계의 기본인 신뢰구간과 오차범위를 찾을 수 없었다. 읽는데도 힘이 들었다. 어떤 도표는 수치는 나와 있는데 항목명이 생략돼 있었고, 같은 항목임에도 도표의 수치와 해설의 수치가 다르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8.8%로 표시된 막대그래프보다 6.2%로 표시된 막대그래프가 더 길게 표시된 도표도 있었다. ‘ㄱ회 파ㅅ일 경우 ㄱ회’라고 기록된 오타 정도는 이제 애교처럼 느껴졌다.

선교한국이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선교사 설문은 표본의 부족함이 지적됐다. 선교한국이 선교사 결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설문이었지만 한국 선교사 2만7천여 명 중 설문에 참여한 인원은 단 139명에 불과했다. 139명이 답한 설문이 한국 선교사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조사자도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로도 지적했던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의 진중세례 관련 조사 또한 아쉬움을 많이 남긴 통계였다.

성경에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적들이 등장한다. 돈과 명예보다 복음이 더 중요한 크리스천의 삶은 비기독교인들이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실시하는 통계까지 비상식적일 필요는 없다. 아무쪼록 다음해에는 ‘은혜로 덮고 넘어가는’ 통계가 아니라 전문성을 갖고 냉철하게 우리를 돌아보는 통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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