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교회 싫지만, 신앙공동체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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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교회 싫지만, 신앙공동체로 돌아가고 싶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12.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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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가나안 교인’ 현주소는?

실천신대-한국교회탐구센터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탐구’ 세미나 

교회 떠난 이유 10명 중 8명 개인사유, 향후 교회출석 의향 52%

▲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가 지난달 30일 연구세미나에서 ‘가나안교인 신앙생활 탐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뜻하는 ‘가나안 교인’은 한국교회에서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우리나라 종교 인구 중 1위는 기독교라고 하지만, 그 중 신앙 정체성을 지녔음에도 실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나안 교인’은 무려 2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조사에서 확인된 10.5%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에서 개신교 인구는 967만명이었다. 단순 대비하면 무려 2백만명이 가나안 교인인 셈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교회를 떠나는 탈교회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 유력하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826명 표본을 대상으로 ‘가나안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탐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연구세미나에서 공개된 결과를 보면, 가나안 교인들도 전통적 교회의 틀을 벗어나고 싶어 교회를 떠났지만, 교회 공동체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의지 또한 컸다.  

교회 떠난 이유 ‘개인적’ 매우 높아
설문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가나안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교회나 교인들에 대한 불만보다 개인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내용이다. 

응답자의 31.2%는 ‘교회 출석 욕구 부재’, 28.8%는 ‘개인적 이유’, 13.9%는 ‘자유로운 신앙생활’, 8.4%는 ‘시간이 없어서’ 라는 이유로 교회를 떠났다. 나머지는 ‘목회자에 대한 불만’, ‘교인에 대한 불만’ ‘지나친 헌금강조’ 등이었다. 10명 중 8명은 개인적 이유가 더 많이 작용했다. 

‘교회 출석 욕구 부재’는 20~30대 젊은 층과 고학력층, 신앙단계가 낮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개인적인 성향은 다른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교회 이탈 전 출석교회에 대한 인식 중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에 66.9%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전통에 얽매인 교회 분위기’에서는 62.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이끈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응답자의 교회를 떠난 기간과 신앙연수 평균을 분석해보면 최근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20년 이상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들이었다”며 “가나안 교인들은 교회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싶어하는 성향이 크며, 가나안 교인들 간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개인주의 성향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조사에서 ‘향후 가나안 교인 모임에 대한 참석 의향’을 묻는 질문에 66.5%는 ‘없다’고 답했다. 의향이 없는 이유를 물었을 때 ‘모임에 얽매이기 싫어서’가 58.3%로 상당히 높았다. 

“신앙유지” 90.1%, “교회출석” 52.2%
이번 설문조사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은 ‘가나안 교인’들이 신앙 공동체에 대한 복귀 의지가 여전히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기존 교회 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교회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교회를 이탈한 후 대부분 비정기적으로 교회예배에 참석하거나 가정예배를 드린 적이 있지만, 미디어 매체를 이용한 예배의 빈도는 매우 낮았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예배방송을 보면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는지에 대해 TV는 ‘없다’는 비율이 79.8%, 라디오는 82.7%, 온라인 동영상은 79.6%로 조사됐다. 미디어 예배가 예배 공동체를 대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결과이다. 
응답자들에게 ‘향후 예배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일반 교회에서 드릴 의향이 있다’가 59.7%였으며, ‘의향이 없다’는 35.8%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다만 5년 전 같은 조사항목 답변보다 10%나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이 낮아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방송을 활용한 예배에 대한 의향은 ‘없다’가 67.5%로 ‘있다’ 27.4%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온라인 예배도 ‘없다’가 68.9%로 높았다.

무엇보다 ‘향후 교회 출석 의향’에 대해 52.2%가 ‘언젠가 다시 나가고 싶다’로 ‘나가고 싶지 않다’ 29.5%보다 높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출석하고 싶은 교회 유형은 ‘신앙/생활이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가 46%로 다른 항목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90.1% 응답자는 ‘기독교 신앙 유지 의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구원 확신자, 직분과 신앙단계가 올라갈수록 유지 응답률은 높았다. 그러나 신앙을 유지하겠다고 10명 중 9명이 답했지만, 교회에 출석하겠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5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간극을 메울 대안이 앞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어떻게 ‘가나안 교인’ 도울까
정재영 교수는 “교회에 대한 출석의지가 높지만 이전 조사보다 더 줄어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는 가나안 교인들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교회 밖에서 이들을 도울 단체나 사역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 ‘구원을 얻기 위해서’ 신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족의 신앙 등 이유는 다양했다.
정 교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전통적 교리보다 자기 생각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전통적 신앙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정죄하지 않아야 한다”며 “가나안 교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교회 제도에 대한 변화를 고민하고 다양해진 신앙 필요를 채울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은 “가나안 교인 현상은 ‘세속화’와 ‘개인주의’, ‘교회염증’이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각 원인에 초점을 맞춰 대응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인규 소장은 그 일례로 ‘교회 염증’을 느낀 사람들을 위해 ‘제도적 교회에서 개혁적 노력’과 전통적 제도 중심 교회와는 다른 ‘대안 공동체 활성화’,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비공동체적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송 소장은 “가나안 교인들의 교회 이탈 현상은 앞으로 누그러질 일이 아니다”며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앞에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고 대책을 강구하며 하나님께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평균 교회를 떠난 기간이 7.75년으로 5년 전 조사에서 평균 9.3년보다 줄어들었으며, 교회를 떠나기 전 신앙연수는 5년 전 14.2년보다 크게 늘어나 평균 20.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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