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립학교 건학이념 구현 위해서는 ‘자율성’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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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학교 건학이념 구현 위해서는 ‘자율성’ 확보돼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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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박상진 교수 ‘한국사학정책포럼’서 발제
▲ 한국사학정책포럼이 22일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공교육체계에서의 사학의 역할과 자율성’을 주제로 제5차 한국사학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사학정책포럼이 22일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한국 공교육체계에서의 사학의 역할과 자율성’을 주제로 제5차 한국사학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서울교대 허종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특별히 장신대 박상진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는 ‘종교교육과 사학의 자율성’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종교계사립학교(종립학교)가 건학이념대로 종교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종립학교가 실시하는 종교교육에 대해 “특정 종교의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으로서 단지 종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그 종교의 신앙을 형성하고 삶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교육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한국에서 종교계 학교의 종교교육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제20조 1항은 ‘종교의 자유’에 포교 및 선교와 함께 종교교육까지를 포함한다. 즉, 종교교육의 자유는 우리나라 헌법에 보장된 자유“라면서도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위축돼있어 종교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종교교육의 자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정 △학생선발 △교원임용 △등록금 책정 △학교법인 등 다섯 가지 차원에서의 ‘사립학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립학교를 포함시킨 고교평준화 정책 △학교법인 구성의 자율성을 훼손한 개정사립학교법 △국가주도의 교육정책 △교육의 획일성이란 목표에 따른 자사고 폐지방침 등으로 사학의 자율성은 역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약화로 이어졌다고 박 교수는 부연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공교육 강화정책’은 종립학교의 건학이념과 설립기반을 위협해온 큰 요소”라면서 “종립학교의 딜레마는 사립학교이면서도 공교육에 편입돼 자율성과 공공성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공공성을 지닐 방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사립학교에서 나아가 종립학교가 자율성을 회복하고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 건강하고 폭넓은 학부모운동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사학법인은 기존에 스스로의 이익이나 권리를 대변하던 모습이 아닌, 교육의 궁극적 수혜자로서 부모와 학생의 이익에 초점을 두고 사학의 활성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지금까지는 사학과 국가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을 띄었으나 이제는 사학과 국가의 대립이 아닌, 자녀의 끼를 살리고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학교를 선택하려는 부모가 주체로 적극 나서서 획일적 교육을 고집하는 국가를 향해 외칠 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학의 이미지 제고’도 한 방편으로 나왔다. 그는 “사학의 자율성 획득에 가장 큰 걸림돌은 마치 비리가 연관된 듯한 부정적 이미지”라며 사학의 가치를 인정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도 전했다.

그러려면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입시위주·경쟁주의 교육을 탈피해 수평을 맞춰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를 모두 끌어안고 학부모·학생까지의 지지를 두텁게 얻을 때 사학은 물론 종립학교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사학·종립학교가 지닌 긍정적 가치를 적극 홍보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한국 교육역사에 끼친 지대한 공헌을 홍보하고 △설립자의 교육의지·건학이념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알릴 것 △제자에 대한 교사들의 헌신·열정·신념·수고 그리고 이로 인한 사제지간의 공동체적 동행에 대한 미담소개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다음세대 양성은 우리의 과제”라며 “더욱이 기독사학은 ‘신앙의 대 잇기’ 위기를 타개하고자 종교와 교육이 분리되는 걸 방치하지 말고 종교교육 활성화에 힘써서 국공립학교와 사립·종립학교가 아름답게 공존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의 교육현실과 사학교육의 과제’에 대해 발표한 서울대 윤정일 명예교수(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는 “사립학교는 독특한 교육이념을 구현하고자 설립·운영됐기에 ‘독자성’을 생명으로 한다”며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학들도 말로만 건학이념을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학교교육의 이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결과를 수시로 평가하고 수정·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임재홍(한국방송통신대), 이명웅(변호사), 송순재(인문사회과학회장·전 감신대 교수), 황홍규(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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