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 신학의 비중 줄이고 ‘목회’의 비중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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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 신학의 비중 줄이고 ‘목회’의 비중을 높여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11.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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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교육과 현장목회 조화가 시급하다 (하)
▲ 현장목회에 적용할 수 있는 신학교육 과정이 주요 신학대학원에서 확대되고 있다. (아이굿뉴스 자료사진)

목회자 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신학교육은 어쩌면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을 전하고, 성도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목양의 관점에서 목회자의 신앙적 순수성과 경건, 그리고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신학교육 현장이 ‘지성’에 물들어 학문적 성과를 높이 여기면서도 ‘영성’의 비중은 가벼이 여기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성경을 쪼개고 나누어 해부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지식으로 판단하면서 성경말씀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신학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감리교신학대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자보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교수연합회는 구약개론을 강의한 L교수가 성경을 신화로 묘사한 번역서를 주교재로 사용하면서 야훼를 여러 신 중의 하나로 폄하하는 강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L교수는 “감신 안에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선교사의 죽음을 헛되다고 묘사하는 교수들이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공청회를 통해 누가 옳고 그른지 따져보자는 대결구도로 싸움은 점차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육기관에서 성경을 사실 그대로 믿지 않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가감 없이 주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감리교 현종서 목사는 “학자들이 성경의 기본 메시지에 반하는 학설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면, 성경이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충분하고 유일한 표준이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인정될 때까지 신학교 교수직은 맡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신도의 신앙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 어떻게 교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교 교수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 목사는 “신학이라는 학문은 교회를 위한 학문이어야 하므로 교회 파괴적인 학설을 그대로 소개하거나 체험적 신앙이 결여된 교수는 신학대학교 교수로 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주의신학, 신학교 곳곳에 스며들어
이 같은 문제는 비단 감리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신학이 유럽을 넘어 미주와 남미 등으로 확산되면서 해외에서 유학한 학자들의 상당수가 알게 모르게 자유주의신학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개혁주의신학자들을 자유주의신학자들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요즘 신학교육 현장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결여된 신학자들이 목회자 양성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대구 동신교회 권성수 목사는 “개혁신학자들 중에도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없이 이론만을 가르치는 이들이 있다”며 “대부분 신학이 머리의 지식에 머물러 있는데, 신학은 가슴의 지식이 되어야 하고 뜨거운 불이 되어 성령의 지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성경을 완전한 계시의 말씀으로 믿고 지성과 영성이 조화를 이룬 신학교육을 받았다면 졸업 후에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며, 다시 파송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신학생들에게서는 그와 같은 목회 열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신학 주입보다 실천목회 집중해야
고신대 조성국 교수 역시 오늘날 한국의 신학교육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으로서 기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대원의 신학교육은 특수대학원의 목적에 맞게 전문사역자인 목회자 양성 신학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는 신학연구 심화를 목표로 하는 대학원 과정과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화된 이론을 머릿속에 빠짐없이 주입하는 것이 목회자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감리교 성모 목사 역시 “신학교육이 목회현장과 괴리감이 커서 신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목회를 할 수 없다”며 “신학교육이 교회와 교단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현장과 동떨어진 신학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됐다. 2006년에는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협의회가 조직되어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백서’까지 발간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기득권을 선점한 교수진들이 커리큘럼 개정을 반대하고 있고, 학자 고유의 자존심으로 인해 자신이 배운 학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적 소양 갖춘 목회자 교수진 확충 시급
권성수 목사는 “학자로서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신학에는 영적 생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진정한 권위라고 할 수 없다”면서 목회 실천이 강조된 신학교육으로 하루빨리 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성경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목사 교수를 더 확충하고, 신학과 목회를 접목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자들로 가득한 캠퍼스에 신학적 소양을 충분히 갖춘 중대형교회 목회자를 교수로 채용하여 균형을 맞추고 실천목 회 관련 선택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것.

현장 목회자들 또한 ‘목회자 양성’이라는 신학교육 고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학자 중심의 신학교육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척과 양육, 부흥을 경험한 목회자들이 생동감 있는 실천적 강의를 할 때 신학교가 바뀌고 투철한 목회 사명을 감당하는 영적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국 교수는 “신학대학원은, 신학의 학문적 분류에 따른 해당 분과신학의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교회와 목회의 패러다임에 맞춘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 신학교육과정에서 기초교육이 몰입교육으로 먼저 이루어지고, 이에 맞물려 목회활동의 전문성을 구비하는 일로 일관성 있게 확대되어 나가도록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신학의 비중은 줄이고 목회의 비중을 높이는 교육과정의 전환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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