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의 교인보다 한 사람의 제자를 세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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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의 교인보다 한 사람의 제자를 세우고 싶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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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가정교회 사역으로 평신도 세우는 ‘성안교회’

2천 년 전 초대교회는 곧 가정교회였다. 번듯하고 웅장한 예배당은 없었지만 크리스천들이 모인 그곳이 바로 교회였고 예배의 현장이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주일 예배에 나와 설교만 듣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삶 속에서 예수의 제자로 살고자 노력했다. 

이 땅에도 초대교회로의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교회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17년째 가정교회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성안교회(담임:김재일 목사)다. 성안교회에선 주일 예배도 드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요일 진행되는 평신도들의 목장 모임이다. 이곳에서 성도들은 그들 스스로 말씀과 삶을 나누면서 한 사람의 제자로 성장해간다. 

지난 18일 드려진 이취임 감사예배로 성공적인 리더십 교체를 이룬 성안교회. 하지만 성안교회가 가정교회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자리 잡을 수 있기까지는 전임 계강일 목사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65세로 조기은퇴하며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고 떠나는 계강일 목사를 지난 9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나 가정교회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가정교회 목장모임의 모습.

‘가정교회’ 통해 성경적인 교회로 

27년 전 성안교회에 부임하며 시작한 목회는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 문제가 생기면 먼저 양보하고 갈등을 만들기 싫어하는 성격의 계강일 목사였다. 그런데 목회 현장은 달랐다. 갈등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었고 때로는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했다. 그당시 계 목사는 교회 장로님이 밥 한 번 먹자고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목회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맴돌았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살리고 저도 살 수 있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가정교회를 만나게 됐죠. 처음엔 소심했던 제 성품으로 목회를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됐어요. 하지만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러운 목회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어요.”

그렇게 1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2년 10월 본격적으로 가정교회가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화는 대성공이었다. 정확하게는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보다 성경적인 교회로 회복을 이뤘다고 하는 게 맞겠다. 계 목사는 가정교회를 시작한 이후 스스로 행복한 목사라고 느꼈다고 고백한다. 무엇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예전엔 성도 한 사람이 떠나가면 상처를 받았어요. 그런데 가정교회를 시작하니 교회의 진짜 존재 목적을 회복하게 되더군요. 교회의 존재 목적은 믿지 않는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를 위해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을 회복시키고 제자로 만드는 데 있었고요. 그것을 깨닫고 나니 더 이상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신약성경은 하나님이 성도들을 사도와 예언자, 목사와 교사로 각기 부르셨다고 말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는 결코 한 사람의 설교자와 나머지 청중으로 이뤄져있지 않다. 그래서 계강일 목사는 “성경적인 목사의 역할은 성도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면 세워진 성도들이 각자의 은사를 따라 교회를 세운다”고 강조한다. 

가정교회의 목장은 훈련된 목자가 중심이 돼 6~10명 규모로 구성된다. 보통 금요일 저녁에 모여 말씀을 전하고 삶을 나누며 함께 자라간다. 모임 전에는 함께 식사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단순히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모임이 아닌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다. 목장원 중에 개업예배 같은 행사가 있어도 담임목사가 아닌 해당 목자가 예배를 인도한다. 

 

성도들도, 목사도 행복한 교회

성도들이 처음부터 가정교회를 환영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은 성도들에서부터였다. 한 번은 교회를 성실히 다니던 장로의 부인 권사가 계 목사를 찾았다.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처럼 보였지만 사실 자식을 다 키우고 나면 황혼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목자로 섬기기 시작하면서 그 가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설교를 들으면서도 변화하고 신앙이 성장하죠. 그런데 아이들도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의 행동을 보고 더 많이 배우잖아요? 가정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자로 섬기는 이들은 깨지고 다듬어지며 성령의 열매를 맺고 그 모습을 보는 목장원들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교회만 왔다가던 ‘선데이 크리스천’에서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자라나는 거죠.”

성남 구도심에 위치한 성안교회에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도 적잖이 찾는다. 그런 분들과 한 목장에 있게 된 목자 가정은 처음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식사를 하고 나면 남은 반찬을 비닐에 싸가려는 그들이 부끄러웠단다. 하지만 기도하면서 자신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죄인임을 깨닫고 펑펑 울었다. 그 뒤로는 먼저 반찬을 챙겨서 그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화된 성도들의 간증을 듣는 것이 목회하며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계강일 목사. “저는 은퇴하는 장로님들을 한 명씩 만나며 밥을 삽니다. 그런데 한 장로님이 가정교회를 하며 제자를 세운 이야기들을 하시면서 너무 행복해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 저도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예수님을 몰랐던 한 영혼이 구원받은 이야기, 한 사람의 크리스천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이야기이니 행복할 수밖에 없죠.”

가정교회를 시작하고 문제가 모두 사라졌다면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본질적인 것을 붙잡으니까 회복도 빨라졌어요. 이젠 목회의 생명과도 같은 일, 복음의 본질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다투지 않습니다. 교회에 주보함 하나 놓는 것도 담임목사 혼자 결정하지 않아요.”

▲ 지난 18일 드려진 이취임감사예배에선 계강일 목사(오른쪽 다섯번째)가 원로목사로, 김재일 목사(오른쪽 네번째)가 담임목사로 추대됐다.

수평이동보단 ‘불신자 전도’
존경받는 목회자가 있다는 것은 교회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 목회자가 은퇴한 다음이다. 전임 목회자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보니 후임 목회자가 뜻대로 사역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그래서 후임 목회자가 전임 목회자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거나 갈등을 겪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교회를 맡기고 떠나는 계강일 목사의 마음은 평안하다. 후임 김재일 목사에 대한 신뢰도 물론 크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평안의 이유는 가정교회를 통해 회복한 성경적 교회에 대한 믿음에 있었다. 

“기존 교회는 담임목사가 바뀌면 교회의 방향과 틀이 통째로 바뀝니다. 하지만 가정교회는 다르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진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세워지는 교회이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바뀌어도 정체성은 굳건히 유지됩니다. 가정교회는 이미 그 자체로 목회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원로목사로 추대된 계강일 목사와 3대 담임목사로 첫발을 디딘 김재일 목사가 함께 꿈꾸는 교회의 비전은 단 하나,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교회다. 성안교회는 불신자 전도에 힘쓰기 위해 기존 교인의 수평이동은 받지 않는다. 가정교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정중히 돌려보내면 화를 내는 교인도, 펑펑 우는 교인들도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성도가 늘고 교회가 성장하는 걸 싫어하는 목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수평이동으로 교인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교회는 살찌울지 몰라도 하늘나라가 확장되지는 않잖아요. 우리 교회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싶었습니다.”

계강일 목사는 은퇴 이후에도 복음전파의 사명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계 목사는 지난 18일 이취임 감사예배에서 원로목사로 추대된 동시에 선교목사로도 세워졌다. 그는 은퇴 이후의 삶은 한국교회에 가정교회를 소개하는 일과 불신자 전도로 채울 것이라고 전했다. 

“제 목회에 칭찬할만한 것이 있다면 모두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선교목사로서 제2의 사역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또 성안교회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날마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도록 기도를 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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