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찌그러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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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찌그러트리기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11.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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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 이야기 (39)

첫 번째 교회 부교역자로 시무할 때 일입니다. 담임목사님이 워낙 바쁘셔서 목회자 모임에 자주 나가지 못하곤 하셨습니다. 언젠간 너무 미안했던지 제게 대신 목회자 모임에 참석해 달라 말씀하셔서, 전도사 신분으로 목사님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후 주최한 교회에서 준비한 식사 시간이었는데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 왔습니다. “집사님! 여기 맛있는 거 많이 주세요. 어려운 교회 목회자들은 이럴 때 목에 때를 벗겨놔야 됩니다.” 워낙 큰소리로 외치시는 분이 계셔서, ‘저렇게 말하는 분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를 떠나 개척하며 정신없이 시간들을 보내고 10여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 첫 번째 교회의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교회를 새로 건축하고 입당예배를 하는데, “이찬용 목사가 와서 헌금기도를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이었고,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모든 예식이 끝나고 교회에서 준비한 식사를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집사님! 여기 맛있는 거 많이 주세요. 어려운 교회 목회자들은 이럴 때 목에 때를 벗겨 놔야 합니다.” 하도 낯익은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눈이 그곳을 향했는데 옛날 그 목사님이었습니다. 십 수 년이 지나도 똑같은 목소리 톤으로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개척교회 목회 병법 중에 “깡통을 찌그러트려 버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거지들이 동냥하러 다닐 때 깡통을 들고 다니며, 이집 저집에서 동냥을 했었는데요. 개척목회를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기웃거리려고 하는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리라는 말입니다.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누군가 도움을 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주님을 보지 못하고 사람을 자꾸 의지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구요.

목회를 하다보면 평균적으로 늘 주는 사람이 주고, 늘 받기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받기만 하는 것을 보곤 합니다. 

성경은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눅 6:38)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기억하고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그대여, 그대는 주는 쪽이 강한가요? 받는 쪽이 강한가요? 올해가 마무리 되어 가는 이 즈음에, 올해는 얼마나 주고 사셨는지요? 혹 ‘주려고 해도 없어서 줄 수가 없습니다!’  하는 마음은 아닌지요? 주는 것이 물질이기도 하지만, 마음도, 따뜻한 미소도, 격려의 말도 주는 것에 포함되기도 하구요. 정말 없으면 없는 대로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누군가에게 주지 못하겠습니까.  

이런 손해 보기 싫어하고 야박한 세대에 마음 한켠 내어 놓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자그마한 정성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주님 말씀에 순종하는 거 아닐까요?

우리는 깡통을 찌그러트려 버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 예수님이 친히 말씀 하셨어요.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되다”고. ‘내 믿음만큼 형편만큼 주며 살 거야’ 라는 마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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