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는 목회자 양성기관, 목회현장을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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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는 목회자 양성기관, 목회현장을 가르쳐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11.1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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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교육과 현장목회 조화가 시급하다 (상)
▲ 주요 신학대학원들은 현장목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학교육 과정을 조금씩 확대해가고 있다. 사진=아이굿뉴스DB

신학교육은 목회 현장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학술적 가치에 방점을 두어야 할까. 우문이다. 물론 모두 추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신학교육이 지나치게 사변화 되거나 학술적 가치에 천착한다면, 목회자 양성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서울신대 유재덕 교수는 “기존 신학교육은 사회변화나 신앙공동체 형성, 실제적 삶과 같은 주제보다 신학적 이론이나 개념을 규범으로 제시하는데 주력하면서 목회 지원자가 다양한 이론과 사상은 충분히 배우지만 교회 회중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미숙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근 한국교회 주요 신학대학원들은 목회 현장성을 강화하는 노력들을 시도해 주목된다. 특히 목회자들이 신학교육에 참여하면서 신학교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목회자 양성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신대원, 목회 현장성 교육 강화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목회자는 3년의 교육으로 부족하며 오히려 7년 신학교육 과정이 요구된다”며 “목회자 양성교육이 더 현장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심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신학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목회현장훈련센터 제도를 도입했다. 신대원 필수과목인 현장실습을 현장 교회와 협력하도록 대폭 강화한 것이다. 그동안은 한 한기 1시간만 지도교수의 현장실습 지도를 받으면 됐지만, 이제는 협력 교회에서 8~1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방학 중에는 40시간을 교회 현장에서 사역하도록 했다. 
목회자들이 직접 설교와 전도, 심방 등 실제적인 교육을 진행해 이론과 실제가 융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는 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인재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현재까지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귀띔했다.

목회현장훈련센터장을 맡고 있는 하도균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신학교육 기관은 목회자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래 전부터 목회현장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학교육에서는 실천신학이 최근에서야 주목 받으면서, 기존에는 관심이 덜했다”며 목회현장 교육을 강화하게 된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2014년 글로컬현장교육원을 설립하고 신학생들을 해외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 인턴십 차원에서 해외 선교지를 찾아가 현지인뿐 아니라 한인 선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면서 현장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대원 2학년 학생을 위해 교회 안 현장실천, 교회 밖 현장실천을 필수과목으로 정해 목회현장을 경험하고 목회진로 탐색의 기회가 되도록 하고 있다. 

장신대 김성중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M.Div 학생들은 병원 목회상담사과정(CPE) 훈련 등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이런 임상목회 경험은 목회를 하는 데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고신대 신대원은 일반 신학과목 안에서 목회실습, 교회교육 실습, 상담실습, 전도실습 등을 주요 과목에 포함하고 있으며, 수요예배의 경우 학생들이 지역교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 사역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학생들을 목회 현장으로 보낼 경우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만큼이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경우 한때 대부분 신학생들이 지역 교회에서 인턴제 형식으로 사역하는 과정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많이 축소된 상태라고 한다. 현장에서 평가가 주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총신대 신대원장 이상원 교수는 목회현장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교육풍토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신학교에서는 현장보다 교리체계와 이론 신학에 집중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짧은 3년 동안 이론을 잘 배우는 것이 우선 되어야 평생 감당해야 하는 목회를 잘 감당할 수 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테크니컬 한 부분은 6개월 동안 배우면 충분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목회자의 신학교육 참여와 가치
최근 들어 각 신학교육 기관들에게서 두드러진 특징은 목회자들이 신학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특강이나 비정규 과정 등에서 목회자들이 신학생들을 만나 강의하는 사례가 많지만,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총신대의 경우 3학년 졸업 전 목회자 준비세미나를 일주일가량 진행하며 목회자들을 초청해 ‘목회자 준비 세미나’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건강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들이 산학협력 차원에서 임시 교수로 임용돼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고신대 하재성 교수는 “우리 학교의 경우 실천신학 개론을 다른 학교에 비해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교수진과 목회자들이 연계해 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신학생들은 실습과 특강을 계기로 목회 현장을 이해하고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목회자가 신학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데 대해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진 교수는 “원칙적으로 신학교육의 지향점은 목회자 양성에 있다. 각 이론적 신학교육도 중요하지만 예비 목회자들에게 목회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신학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다”며 “신학교수의 경우 반드시 3~5년 동안 목회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 이 교수의 경우 개척목회를 한 바 있고, 현재도 협동목사로 청년부 사역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목회현장과 신학교수가 연계되는 것이 교회 현실을 교육에 담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대 하재성 교수는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목회자가 참여하기 전에 전문성에 대한 검증이 중요한 선결과제이며, 이렇게 검증된 목회자라면 신학교육 동참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목회자들을 만나면서 실제 목회 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된며 수업에도 적극 반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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