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목회에도 어려운 것이 설교, 다양한 설교가 교회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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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목회에도 어려운 것이 설교, 다양한 설교가 교회를 살립니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11.1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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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금천교회 설교아카데미 현장을 가다
▲ 금천교회 김진홍 목사는 34년 목회에서 쌓아온 설교와 목회 노하우를 후배 목회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설교의 적용이 좀 약한 것 같은데요?”, “2대지가 너무 길어요. 예화도 없구요.” “성도의 눈높이에서는 조금 어려운 설교 같습니다.”

목회자 고유의 권한인 설교. 설교학에서는 설교자가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한다고 해서 ‘성언(聖言)운반자’로 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목회자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인 설교를 낱낱이 분석하는 모임이 있다. 청주시 상당구 수영로에 위치한 금천교회 설교아카데미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9일 금천교회 대회의실에는 교파를 초월한 목회자 15~16명이 모여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설교아카데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금천교회 담임 김진홍 목사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목회자들은 한 주간 준비한 설교를 선보이며 서로의 평가에 귀를 기울였다. 20여년 전 설교아카데미를 처음 개설한 김진홍 목사는 동료 목사들의 설교에 하나씩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김 목사의 코멘트는 성경과 신학, 그리고 문법과 발음까지 무척 폭이 넓었다.

두 명의 목사가 회원들 앞에서 직접 설교를 하고 난 후 아카데미를 이끌어가는 김진홍 목사도 오랜 시간 준비한 원포인트 설교를 공개했다. 그리고 자신의 설교도 평가를 받았다. 지적과 칭찬이 오가는 자리지만 누구 하나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 없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는 만족감이 더 충만해보였다. 입소문을 듣고 전라도 광주에서, 경기도 안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금천교회를 찾는 목사들. 지난 20년 간 설교아카데미를 이끌어간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전국서 모인 목회자들, 매주 금요일 설교 공유하고 평가
오는 26일, ‘제2회 목회자 설교 컨퍼런스’ 무료로 개최

설교에 대한 갈증에 아카데미 개설

1985년 청주시에 교회를 개척한 김진홍 목사는 누구 한 사람의 도움도 없이 홀로 매일 전도하고 말씀을 전하며 교회를 부흥시켰다. 청주는 물론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에서도 손꼽히는 교회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피땀 어린 열정과 노력이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대원 3년 교육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목회’를 그는 공부하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다. 개척 후 10년이 훌쩍 지나고 교회도 어느 정도 부흥했지만 여전히 설교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설교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새로운 설교방법은 없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비전목회’라는 이름의 설교 스터디를 열고 신학자들을 초청해 공부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신학자들을 강사로 세웠다. 자신처럼 설교에 갈급한 목사라면 누구나 와서 듣도록 무료로 아카데미를 개방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김 목사는 직접 설교 아카데미를 진두지휘했다. 신학자들이 가진 ‘현장성’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낸 것이다.

매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목회자들은, 자신의 설교를 평가받을 열린 자세를 갖기까지 상당히 마음고생을 한다. 대부분 자신의 설교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료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아카데미 참석 후에는 설교의 틀을 완전히 깰 수 있었다. 신학교에서 배운 3대지 설교 이외에 △4페이지 설교 △이야기 설교 △원포인트 설교 △본문 접맥식 설교 △분석설교 등 하나의 성경 주제로 총 6가지 설교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아카데미에 참여한지 1년 반이 됐다는 동대전교회 이기용 목사는 “설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함께 배우고 설교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며 “성도들이 목사님 설교가 쉬워졌다고 하고 설교 원고로 구역모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세미나에서 김진홍 목사의 특강을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는 천안 언덕교회 김재명 목사는 “그동안은 묵상한 것을 설교 원고로 썼는데, 전달 능력이 떨어져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난 후에는 메시지가 정확하고 일목요연하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성도들도 설교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고백했다.

▲ 지난 9일 설교아카데미를 마친 후 목회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목회 노하우 나누는 기쁨 충만

설교 아카데미는 목회 고충을 나누는 상담소 역할도 한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보면 막힌 길이 뚫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는 34년 목회에서 터득한 6가지 개념도 후배들과 기쁨으로 나눈다.

“6가지 목회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죠. 인간관계가 정립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이 ‘설교’예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설교로 성도들의 영혼을 울려야 변화된 신앙인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 김 목사의 지론이다. 당연히 목회자의 깊은 영성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말씀과 기도로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야 목회할 수 있다. 대형교회가 되었다고 해서 전도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김 목사는 아직도 매주 화요일에 100여명의 전도팀과 함께 거리로 나선다. 목사가 전도할 줄 모르면서 성도들에게 전도를 강요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회의 기본을 갖추고 나면 완벽한 성도 양육프로그램으로 정착을 돕고, 자기 교회만의 영적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주 금천교회를 찾는 새신자는 5주 간 교육 후 등록하게 한다. 한 사람을 마지막까지 교육해야 좋은 성도로 남는다. 그렇게 양육받아 매년 새로 등록 성도만 400~500명에 이른다.

 

제2의 인생, 설교사역에 바치고파

담도암을 극복하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김진홍 목사는 자신의 34년 목회와 설교 노하우를 한국교회에 나누고픈 소망이 있다. 20년 간 진행해온 설교 아카데미를 상설화하고, 목회자 설교 컨퍼런스로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오는 26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제2회 목회자 설교컨퍼런스’ 역시 무료로 진행된다. 좋은설교연구소 소장 박영재 목사와 침신대 임도균 교수를 강사로 초청했다. 임도균 교수가 ‘들리는 설교를 위한 3단계’에 대해, 김진홍 목사가 ‘다양한 설교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박영재 목사가 ‘다양한 설교 구성의 실제’에 대해 전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컨퍼런스에 한 번 참여한다고 해서 설교가 달라진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설교 컨퍼런스를 계기로 자신의 설교를 점검하고,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설교자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도 많이 해야 하고 자신이 준비한 설교원고도 20번 이상 읽어야 합니다. 시사적인 설교가 아니라면 미리미리 설교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설교 20번 이상 읽기는 많은 목회자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읽기의 목적을 달리한다. 충분한 원고 숙지가 아니라 설교원고를 읽고 다듬는데 목적이 있다.

신학교 동기이자 설교 아카데미 초대 멤버인 김창규 목사는 “설교 원고를 20번 이상 읽고 다듬는 과정에서 나의 인격도 수정되는 것을 느낀다”며 “설교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더 힘써 설교를 준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천설교아카데미는 단순히 설교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목회 인생을 바꾸는 역할을 감당한다. 때로는 클리닉으로, 때로는 코칭으로 목회자들을 돕는다. 지금도 매주 김 목사의 메일에는 수십통의 설교가 도착한다. “한 번 읽어보고 조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0년 넘게 설교했지만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아요. 설교를 성실히 준비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어떠한 영적 자세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죠. 전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다양한 구성으로 설교를 빛나게 하고, 하나님의 깊은 뜻을 깨닫고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를 나누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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