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학으로 풀어낸 '얀 후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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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신학으로 풀어낸 '얀 후스'의 흔적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8.11.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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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교수의 '신학자의 얀 후스 기행'

루터의 '종교개혁의 멘토' 얀 후스를 만나다

지난 해 여름, 휴가를 늦춰 초겨울 즈음에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었다. 체코 프라하 구 시가지를 안내하던 가이드의 설명을 듣던 중 귀에 꽂히는 이름이 있었다. ‘얀 후스(Jan Hus)’. “루터와 칼뱅보다 백 년 앞서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라며 짧은 소개를 끝낸 가이드는 광장 중앙에 있는 동상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천문시계탑으로 일행들을 이끌었다. “종교개혁 5백주년 때문에 이 동상을 찾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많아졌다”는 단문의 소개가 한 번 더 이어졌지만, 목회자들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일반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지난 해 9월, 종교개혁 5백주년 특집으로 본지가 진행했던 ‘인물로 보는 종교개혁 500년’에서 두 번째로 다루었던 ‘얀 후스’를 만나는 설렘의 순간이었다. 20분 동안 주어진 자유시간. 얀 후스의 동상 앞으로 되돌아가 10여 분 이상을 보낸 후 가이드를 따라 이동했지만, 라틴어가 아니라 모국어인 체코어로 설교하면서 민족적 자부심을 일으켰던 베들레헴교회로는 끝내 안내하지 않았다.

▲ 김승호 교수는 한국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종교개혁자이며 위대한 설교자인 얀 후스의 정신과 영성을 몸으로 체험하기를 원한다.

# 몸으로 체험하는 얀 후스의 정신과 영성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목회윤리연구소장)의 책, ‘신학자의 얀 후스 기행’은 이런 아쉬움을 가진 여행자들, 특히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꼭 필요하다. ‘신학자의’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여행하면서 체코와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꼼꼼하게 살핀, 읽기 쉽게 쓴 책이다. 그래서 ‘여행으로 살펴본 체코 종교개혁 입문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얀 후스는 ‘종교개혁을 넘어 사회개혁의 선구자’로 평가되지만, 낯설기도 하다. “자부심이 강한 서유럽의 신학자들과 교회들이 지리적으로 변방에 있는 약소국 체코의 종교개혁자를 널리 알릴 이유가 없었고, 국내에서도 얀 후스에 대한 소개와 연구가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체코에서의 얀 후스의 위치는 확고하다. 중세 가톨릭의 미신적이고 비 신앙적인 교리 자체를 뒤엎는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이것이 루터와 칼뱅보다 백 년을 앞섰다. 그리고, 이 종교개혁을 사회개혁으로 이끌면서 체코의 민족 영웅이 됐다. 루터 또한 얀 후스를 ‘종교개혁의 멘토’라고 불렀다. 루터의 멘토, 얀 후스. 이것이 김 교수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그를 체코로 이끌었다.

딱딱하고 지루한 연구와 강의에 익숙한 김 교수는 “여행기를 쓰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행으로 종교개혁자 후스에 대한 소개를 풀어낸 이유는 뭘까.

“단순히 책상 위에서 자료를 접하는 것으로는 그의 발자취와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탐구하면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얀 후스의 정신과 영성을 보다 더 피부에 와 닫는 경험으로 체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김 교수는 체코에서의 일정을 “얀 후스에 꽂힌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후스의 탄생지인 ‘후시네츠’와 어린 시절 다니던 학교와 남 보헤미아의 대표적인 도시 ‘프라히티체’와 ‘체스키크롬로프’, 대학생활과 교수사역, 설교사역을 했던 ‘프라하’,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된 이후 첫 망명지였던 ‘코지흐라덱’과 ‘세지모보우스티’, 독일의 콘스탄츠로 떠나기 직전 망명지였던 ‘크라코베츠성’ 등 얀 후스의 발자취를 연대기적으로 고스란히 따라가면서, 체코 한 나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각 단락마다 방문지에 대한 묘사와 역사적 사실, 신학적인 성찰과 의미를 꼼꼼하게 담아내면서, 한국 교회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김 교수는 체코에서의 일정을 “얀 후스에 꽂힌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책에 ‘여행신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켰다.

# 바울의 일생은 ‘여행하는 삶’

지난 해 안식 학기를 맞았던 김 교수는 얀 후스 연구에 오롯이 3개월을 집중했다. 관련 논문과 책, 연구서 등 모든 자료와 책들을 뒤졌고 읽으면서 공부했다.

“얀 후스의 종교개혁은 사회개혁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위대한 설교자라는 점 또한 한국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황제도 자체를 비난했고, 성찬식에서 평신도들이 빵과 포도주 모두를 받게 하는 이종(二種) 성찬을 시행했으며, 프라하대학에서 독일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들의 힘을 약화시켜 체코인들이 중심이 되는 대학으로 변모시켰습니다. 1402년에는 베들레헴채플의 설교자로 임명돼 10년 동안 설교사역을 감당하면서 민족적 자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개인의 여행 경험을 사실적으로 서술하는 내용만으로는 얀 후스와 체코의 종교개혁을 의미 있게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방문했던 각 장소와 관련된 정치, 역사, 문화, 교회, 신학 등의 배경적 내용뿐 아니라, 이런 서술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를 전망하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체코의 종교개혁과 얀 후스를 공부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설명한다.

얀 후스의 생애를 여행이라는 기획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김 교수는, 이 책에 ‘여행신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켰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모든 역사와 상황을 신학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바울의 일생은 여행하는 삶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브라함도 본토와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람들 상당수는 여행하는 사람들로 특징 지워지죠.”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신학자의 얀 후스 기행은 역사 기행, 인문학 기행의 호기심을 채우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여행은 굳어 있던 의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책과 논문을 통해 만났던 얀 후스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얀 후스를 만날 수 있었다. 활자화 된 후스가 아니라 더욱 생생하고 선명하고 눈에 보이는 얀 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앙을 위해서라도 여행하라고 말한다.

“600년 전 얀 후스가 지나간 장소를 따라 가면서,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떨림으로 그와 동행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본받을 만한 신앙의 위인을 찾기 어려운 이 시대에 이 책을 대하는 독자마다 희미해진 신앙의 열정이 다시금 타오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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