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체 서명은 왜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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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체 서명은 왜 하십니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8.11.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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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연합기관이 하나가 된다는 최종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진짜”라는 소식에 1면으로 보도된 통합 소식은 ‘완전 합의’라는 제목으로 최종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보도가 되고 나서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또 다시 결렬 소식이 슬금슬금 나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1인 대표를 누가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돈을 더 받아야 한다”, “우리도 돈이 없는데 더 뜯길 수는 없다”, “결국 자기 자리 만들기 위한 통합이 아니냐” 등등 불편한 소문만 무성하다.

통합을 논의하는 연합기구는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연합과 한국교회총연합이다. 2015년 교단장회의 복원부터 지금까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수없이 통합논의를 진행했지만 실질적 결과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통합총회도 개최했고, 통합 기자회견도 열었었다. 심지어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횟수를 기억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또 무산설이 나돈다.

답답하고 기막힌 마음에 합의서를 다시 읽어봤다. 제1항에는 ‘양 기관은 조건 없이 통합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양측 대표들, 소위 한국교회의 영적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전현직 총회장들의 서명이 보인다. 그런데 서명만 하고 나면 ‘조건’이 쏟아진다. 대체 서명은 왜 한 걸까? 총회장들의 서명을 한 순간에 종이쪼가리로 만들어 버리는 실질적인 세력들은 과연 누굴까? 분열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든다. 

내려놓기 싫다면 통합하지 말자. 기득권이 좋다면 각자도생하자. 합의대로 할 수 없다면 제발 함부로 서명하지 말자. 한국교회를 향한 칼날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무너뜨리는 본질은 외부에 있지 않다. 우리 안의 분열이 원인이다. 합의서 1항의 ‘조건 없는’의 뜻을 다시 생각해 보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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