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아직 2018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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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아직 2018년은 끝나지 않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3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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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연초 계획은 어디로?

막판 스퍼트 혹은 '늦은 결심'이라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워하고 분노하기 바빴던 2017년을 보내며 올해는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씀 읽기에 힘쓰고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2018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하루 10분은 기도하고, 말씀은 한 장 이상, 믿지 않는 친구들에겐 농담 섞어서라도 ‘교회 가자’고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랬던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올해도 벌써 10달이 지났다. 겨우 2달 남았다. 돌아볼수록 참 아쉽고 스스로에게 미안한 11월의 초입이다. 연초 계획은 어디 가고 남은 2달만 대충 수습하고 보내보자는 게 솔직한 지금의 심경이다. 남은 2달은 마치 본편에 딸려 있는 부록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교회력으로 보니 올해 추수감사절은 11월 18일이다. 추수한 것을 감사하는 날은 다가오는데 신앙의 관점에서 내가 올해 거둔 열매가 없으니 초라하기만 하다. 열매를 거두려면 씨라도 뿌렸어야 했는데 뿌린 씨앗도 변변치 않다. 

포털사이트에 ‘11월’을 검색해 봤다. “가을이 깊어가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농촌에서는 수확이 끝나 추수동장의 느긋한 분위기에 젖는다”고도 나온다. 한 해의 추수를 끝낸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니 샘이 남과 동시에 조바심이 났다. 가을은 깊어가고 낙엽은 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농사꾼들처럼 느긋할 틈이 없다. 

검색 창을 더 내려 보니 연인들이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11월 11일도 나오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 9일도 나온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11월의 역사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1863년 11월 19일 게티스버그 연설이었다. 

미국 남북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링컨은 게티스버그에서 열린 전사한 장병들을 위한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날 중요한 순서는 당대 최고의 웅변가였던 에드워드 에버렛의 1시간짜리 연설이었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부록처럼 있었던 뒤의 2분 짜리 연설을 한 링컨이었다. 이 사실이 내게 웅변하듯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같다. 앞의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이나 빛나는 부록이 있을 수 있다는 듯 말이다.

우연인지 올해 11월 달력에는 유독 빨간 날을 찾기 어렵다. 쉼 없이 달려보기 좋은 환경이다. 나와 달리 지난 10개월을 부지런히 달려온 이에게는 막판 스퍼트, 나 같은 이에게는 ‘늦은 열심’이라도 내볼만 한 시간이다. 끝났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제라도 연초의 다짐을 다시 실천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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