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는 시편 119편을 주석하면서 올바른 신학연구를 위하여 기도(oratio), 묵상(meditatio), 영적 시련(tentatio)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도(oratio)와 성경에 대한 묵상(meditatio)을 통하여, 영적 시련(tentatio)을 극복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박사가 될 수 있다(zum rechten Doctor)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박사’(Doctor)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현란한 철학의 언어로 아니라, 생명의 언어로 기록된 성경의 진리를 체득한 자만이 진정한 신학박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중세 스콜라 신학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하다.

그는 오직 성경만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고 역설하며, 성경말씀과 함께 영적 시련(tentatio)을 극복하게 될 때, 성경연구는 참된 효력을 발휘한다고 확신한다. 그에 의하면, 이 과정을 통하여 진정한 신학박사가 된 자만이 모든 지혜들을 초월하는 지혜로서의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의롭고 진실하고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권능이 있고 위로가 되는가를 체험할 수 있다.

루터에게 있어서 영적 체험의 필요성은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초자연적 계시의 인식을 위한 중요한 전제로서, 그의 “영적 체험과 결합된 성경연구”의 신학적 패러다임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 근거라고 생각한다. 루터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초자연적 계시에 대한 이성적 논증을 가능하게 하는 영적 체험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확신하며 주장한다. “오직 체험만이 신학자를 만들어낸다.”(Sola autem experientia facit theologum) 

‘영적 체험과 결합된 성경연구’를 강조하며, ‘신학의 학문성에 대한 비판적 재인식’을 시도했던 루터에게 있어서, ‘오직 성경’의 원칙은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구원자 그리스도를 인식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로서의 성경 및 성령의 역사를 통한 성경말씀의 인식을 의미했다.

루터는 육신이 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그리스도가 성경의 핵심이며, 성경의 본래적 내용이기 때문에, 성경이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루터에 의하면, 그리스도는 성경을 해석하는 핵심적 단서로서, 성경을 통하여 선포되는 그리스도 구원의 메시지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성경의 내적인 명확성, 즉 성령의 역사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여기서 그의 성경해석학의 성령론적 차원에 근본적으로 상응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핵심 테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의 성령론적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혁주의생명신학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으로부터 기인한 성경연구를 지양하며, 성령충만한 설교자가 선포하는 하나님 말씀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교회의 영적 갱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종교개혁신학과 개혁주의신학의 전망 속에서 지난 날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결정적으로 견인했던 오순절 성령운동의 장단점을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극복을 위한 목회적, 신학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를 통하여 논자가 최종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테제는 다음과 같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세계교회 및 한국교회의 성숙과 재부흥을 위하여 하나님 말씀 중심의 오순절 성령운동(Pentecostal Movement, Holy Spirit Movement)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며, 이를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제2의 종교개혁 패러다임이다! 이는 청교도 신앙과 경건주의 운동의 결합을 시도했던 웨슬리, 더 나아가 수도사로서의 경건생활을 통하여 ‘영적 체험과 결합된 성경연구’의 신학적 패러다임을 발견했던 루터, 루터의 종교개혁신학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개혁주의신학의 토대를 제공했던 츠빙글리와 칼빈의 경건한 삶과 신앙이 오늘날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경에 근거한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창조적으로 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석 교수 / 연세대학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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