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시대, 교회는 단절 해소하는 ‘사회적 가족’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36) 세대구조 변화에 따른 맞춤목회 김수연 기자l승인2018.10.30 13:59:03l수정2018.10.31 09:41l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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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의 가족형태는 전통 대가족에서 벗어나 1~2인가구 위주의 ‘소가족·핵가족’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실업난을 비롯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결혼연령 지연·높은 이혼율 등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탓이다. 이는 ‘가족’을 중심으로 세대 간 신앙 전승의 고리를 이어온 교회에게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면서도 가족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변화하는 세대구조에 발맞춘 목회가 절실한 때, 한국교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따로 또 같이…‘소셜 패밀리’
현대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가족형태는 단연 ‘1인가구 청년’이다. 그런데 혼밥·혼술을 즐기던 나홀로족들이 이제는 ‘소셜 패밀리’(social family)라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소셜 패밀리란 혈연·지연이 아닌 사회관계망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고독함을 탈피해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심사나 취미를 공유하는 일종의 ‘사회적 가족’을 뜻한다. 각자 소정의 재료를 준비해와 함께 밥을 만들어 먹는 공유식탁이 그 예다. 취업·주거 등 서로 간 고민과 정보를 나누는 장으로써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돼준다.

그런데 이 같은 대안가족의 역할을 자처한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12년 전 선한목자교회 안 작은 교회로 개척, 행정 및 재정적 독립을 이룬 ‘젊은이교회’ 이야기다. 이곳은 ‘가족 중심의 교회운영’ 패러다임을 버리고 암울한 현실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가족이 돼주는 교회’를 비전으로 삼는다. 특히 소그룹모임인 ‘셀’을 또래 구분 없이, 마음만 맞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목적 공동체’로 만든 것이 이색적이다. 말씀을 읽는 ‘큐티 셀’부터 예배 후 같이 식사하는 ‘밥먹다(밥은 먹고 다니니) 셀’, ‘봉사활동 셀’, ‘행복한 아티스트 셀’ 등 그 수만 30여개다.

젊은이교회는 1인가구를 향한 전도도 열심이다. 성남시청 앞에 장막을 설치해 대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장막전도’를 펼치는 것이다. 젊은이교회 최왕락 목사는 “교회는 사회 현상을 인지하는데 그치지 말고 복음전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세대가 예수님을 의지하고 살도록 훈련시키는 것 역시 사랑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교회에선 사역 계획을 짜는 모든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철저히 ‘청년’인 것과 관련해서도 최 목사는 “청년들을 교회 유지를 위한 일꾼이 아닌 신앙의 주체로 여기는 것”이라며 “일찍이 하나님을 섬기는 기쁨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도 “기독교가 광야에서 신음하는 1인가구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복음’이다. 이들이 선한 사마리아인 된 교회에 매력을 느끼고 영적인 힘을 얻으면 자연스레 하나님께 돌아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1인가구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구조의 병폐를 지적하며 부채탕감, 장학금·학사관 지원 등 청년들이 빈곤 취약계층으로 몰락하지 않도록 시민운동 차원의 실질적 도움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인 양극화에 ‘균형’ 필요
그런가 하면 1인가구 중 ‘노인’의 비중이 느는 점도 교회가 고민할 대목이다. 더욱이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주변과 단절된 채 쓸쓸히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사역의 필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금호동에 위치한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벌써 15년째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배달해오고 있다. 양극화 시대 헌금으로 모인 많은 돈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그들을 살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하는 그다.

호 목사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때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영양을 챙기고 안전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 가정에 배달된 우유가 현관에 2일 이상 방치되면 배달원이 교회와 동사무소 등 유관기관에 연락한다. 호 목사가 지인에게 매월 200만원씩 지원 받아 달동네 100여 가구에 직접 우유를 배달하던 것이 2015년에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란 사단법인 설립으로 커졌다. 현재 10곳 넘는 기업들과 해외교포들의 후원으로 서울 12개 지역 약 1600명에게 사랑의 우유가 전해진다.

옥수중앙교회처럼 교회가 각자의 방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품는 것은 중요하다. 반면 노인목회를 두고 또 다른 시각도 제기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사역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노인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원인은 ‘편견’ 때문”이라며 “보통 노인은 일정한 수입이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금·자산소득을 올리면서 황혼을 보내는 이도 많다. 또 100세 시대인 만큼 자신만의 일을 찾으려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도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교회는 노인목회를 무조건 소외계층에 대한 목회의 하위 범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이들을 위한 별도의 부서를 신설해 노래교실·웃음치료·공연관람·성경공부 등 각종 노인교실 및 신앙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정 교수는 “노인들이 돌봄만 받고 싶어 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들이 섬김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명의식을 일깨워줘야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노인들도 교회를 새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동육아로 ‘생활공동체’ 실현
한편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2인가구의 등장도 눈여겨볼만 하다. 요즘은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고 맞벌이를 하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한다. 설사 자녀가 있다 해도 이들은 육아전쟁에 치여 신앙의 암흑기를 맞을 수 있다. 이에 교회는 부부학교·세미나 등을 열어 부부관계, 자녀양육 등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고민들을 나누고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나 모임이 생겼다고 무조건 젊은 부부들이 교회로 흡수되는 건 아니다. 열쇠는 성도들이 교회를 ‘신앙공동체’를 넘어 ‘생활공동체’로 인식하는데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수눌음 육아나눔터’를 운영해오고 있는 제주도 이음교회 최덕환 목사는 “교회가 공간이나 인적자원을 제공해 ‘공동육아’를 실천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수눌음은 제주방언으로 품앗이란 뜻이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교회나 사회복지관 등이 공간을 개방하고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내 20여 곳의 육아나눔터를 열었다. 이음교회에 출석하는 엄마들은 이곳에서 각자 재능기부를 통해 이웃집 엄마들과 같이 아이를 돌본다.

교회의 살뜰한 공공보육 소식이 알려지자 멀리서 일부러 이사를 오거나, 전도된 엄마도 있었다. 가정에 소홀했던, 혹은 의욕은 있어도 육아에 무지했던 아빠들마저 모임을 꾸리는 등 변화가 샘솟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육아문제에 교회가 지역사회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였다. 최 목사는 “교회가 무조건 다출산을 권하기 전에 공동체성을 육아에 접목하는 것도 복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부흥과 전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랑의 실천이 먼저”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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