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리의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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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리의 회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0.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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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잘못한 부분도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도 알아야 한다. 타종교는 신사참배를 하라고 할 때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해버렸다. 의식 있는 독립운동가를 제외하곤 민족 대부분이 신사참배에 동참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심사참배를 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저항했다.”

지난 28일 일제강점기 당시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중간에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좋은 취지로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순교자 양용근 목사의 손자 양향모 목사가 기념추서를 전달받고 소감을 전하는 장면에선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감동의 눈물을 삼키는 찰나 한 설교자의 말이 생선가시를 삼킨 양 목에 턱 걸린다. 그는 한국교회도 잘못한 건 맞지만 쌍수 들고 환영한 타종교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저항했다고 했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회개하는 마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굳이 타종교를 거론해가며 우리를 포장해야 했을까. 밧세바를 범한 다윗이 회개하면서 ‘그래도 저는 끝까지 참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사울보단 낫지 않습니까’라고 했다면 나단 선지자는 혀를 차며 돌아가지 않았겠는가.

하나님 앞에 남들보다 덜 더러운 죄인은 없다. 한국교회는 달랐음을 알아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설교자의 말에서 ‘나는 불의를 행하는 자들…이 세리와도 같지 않음을 감사하나이다’ 했던 바리새인의 기도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일까.

반면 세리는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며 가슴을 쳤다. 다른 설교자의 메시지에서 보듯 회개는 우리가 죄인임을 처절하게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왕 회개를 위해 한국교회가 하나 된 아름다운 자리에 진정성 있는 회개만이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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