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보통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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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보통사람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8.10.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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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65

타향살이 아버지에게 제법 여유 있음을 알고 동네 토박이 분들이 종종 차용을 해갔다. 어느 날 차일피일 핑계를 대고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분의 집을, 그냥 준 셈 치자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그 집을 찾아갔다. 마침 식사 중이었던 그분은 저녁에 불쑥 찾아온 우리를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 듯 외면하면서 식사를 계속했다. 갑자기 입장이 바뀐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더군다나 눈에 들어온 그 집 밥상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린 명절 때나 먹을 수 있던 고깃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돈 대신 수많은 핑계거리만을 귀에 담고 우리 모자는 그 밤길을 되돌아 왔다.    

자신의 재산 8,000억 원을 내놓기로 약속한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이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며, 잠시 보관하는 것 뿐”이라 했다. 한국 예능 프로에 출연했을 때 성룡은 “내 재산의 반은 이미 15년 전에 기금단체에 기부한 상태다. 또한 죽을 때는 은행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고 했다. 나눔 단체인 “Not On Our Watch”의 공동설립자 조지 클루니를 가리켜 그의 친구 브래드피트는 “그 사람은 대통령감” 이라고 추켜세웠다. 대한민국의 배우 이영애는 16년간의 나눔 운동을 통해 “기부를 했기에 내가 더 성장했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자선(charity)’이란 단어는 라틴어 ‘caritas’가 프랑스어 ‘charite’를 거쳐 영어로 들어오면서 생긴 말인데, 그 뜻이 “타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사랑(Christian Love of one’s fellows)”이다. 여기에 인정과 자비로움이 더해지면서 기부(A donation is a gift for charity)”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로 말미암아 시작된 일들이 이젠 일반 부자들에 의해 빈번하게 구현되는 시대가 된 일이다.

세계적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들어 기부의 부정적 이면을 보려는 시각이 있다. 더 적극적인 복지 분배를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다 나누어 주어도 해결할 수 없다. 내 것을 기쁘게 나누면서 얻는 도덕적 만족감, 그리고 남의 것을 거저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미안하고 수치스런 고마움인줄 아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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