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초등교사가 부르는 영혼의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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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초등교사가 부르는 영혼의 찬양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2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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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2]김진관 첫 번째 CCM 앨범 발매
직업과 소명 위의 ‘예배자’로서의 정체성 드러내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소개하는 ‘문화 초대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미술, 연기 등 폭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천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흙 속에서 진주를 찾듯 몰랐던 아티스트 발견하는 즐거움을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지면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한국 기독교 문화의 저변이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편집자 주>

▲ 12년차 초등교사 김진관의 첫 번째 CCM 앨범 ‘Oh my soul’이 최근 발매됐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그는 낯선 이름만큼 신선한 감동을 전한다.

김진관. 한국 CCM계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그가 최근 자신의 첫 번째 앨범 ‘Oh my soul’을 발표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워십리더로서 대중에게 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다.

첫 앨범이지만 곡의 완성도는 서툴지 않다. 오히려 기존의 CCM 작품들과는 차별된 감성과 세련된 작법이 돋보인다. ‘OH MY SOUL’에는 그의 14년간의 워십리더 활동을 통해 쌓인 노래들 중 6곡이 담겼으며, 모두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수직적인 경배의 표현 곡들은 물론이고, 수평적인 친밀한 고백의 표현 곡들이 그간 우리가 다른 앨범에서는 대중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아가서의 고백과 함께 신선하게 표현되고 있다. 가사의 메시지는 주로 말씀을 기반으로 표현됐다. 가사를 듣기만 해도 어느 성경 구절을 모티브로 만들게 되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인 ‘주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와 ‘Oh My Soul’은 같은 앨범에 수록됐지만 음악적 스타일은 매우 상이하다.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묵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가사와 기성 가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영성이 묻어나는 가창력까지, 지금 당장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김진관’을 검색해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12년차 초등교사의 반전

그는 전임 찬양사역자는 아니다. 35살 미혼인 그는 대전에서 12년차 초등교사(자양초등학교)로 일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귀한 남자 선생님이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쓰인 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편곡, 녹음, 제작까지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사실 앞으로의 고민도 있다. 초등교사로서의 삶과 CCM가수로서의 삶, 두 길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앞에서다.

“사실 앨범을 내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제 본업이 있고, 누구보다 학생들과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에요. 써 놓은 곡들은 있지만, 계속 주저하게 된 이유였어요. 앨범이 나오면서 더 바빠지게 된 건 사실이에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초등교사로서 학교생활도 소홀하고 싶진 않아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역량이 닿는 한, 제가 있는 이 자리가 주님께서 주신 자리임을 믿고, 느리지만 최선을 다해 학생들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그가 느낀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것이다. 업무로 바쁜 하루살이와 같은 삶,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의 요동은 때론 자신의 삶과 노래가 전혀 별개의 것처럼 자괴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이끄심에 앨범 작업 과정을 맡겨드렸다.

“내 삶의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값없이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앞으로의 삶도 하나님께서 이끌어 가실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제 안에 자라고 있음을 감사합니다.”

 

CCM 사역자가 되기까지

그는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악보를 잘 그릴 줄도 모른다는 것. 그런 그가 찬양사역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기까지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현재 CCM 신에서 재즈보컬리스트로 왕성히 활동 중인 지은영 서울장신대 외래교수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특별히 지은영 교수와는 그가 섬기는 교회 찬양팀에서 담당 집사와 예배 인도자로 만나예배와 음악을 접점으로 하나님 안에서 깊은 나눔과 교제를 할 수 있었다. 이번 그의 앨범 발매에도 지은영 교수의 끊임없는 격려와 권유가 큰 계기가 됐다. 지 교수는 앨범의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세밀히 살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음악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몇몇 예배 곡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수님께서 제게 곡을 정식으로 써보라고 권하셨어요. 그 권유가 있고 나서부터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코드와 가사를 악보에다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6곡 중 3곡이 교수님과 함께하던 시절 썼던 곡들이에요. 연식이 좀 있는 노래들인 셈이죠. 교수님께서는 제가 부딪히는 제 나름의 한계를 뛰어넘고 한 단계씩 건너가게 하는 사다리와 같은 분이세요.”

그는 찬양 사역자와 초등교사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예배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CCM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됐지만, 예배 인도자 그리고 예배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나의 노래가 모든 교회의 노래로

그는 본인이 만든 노래는 개인에게 주신 노래라기보다 본인의 교회와 공동체를 향해 주신 노래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제 곡들은 대부분 회중찬양과 예배의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쓴 곡들이에요. 저는 예배 인도자, 아니 예배자로서 정체성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6곡 중 5곡이 청년부 예배에서 불리어 졌던 곡들이에요. 다른 좋은 찬양들과 노래들도 많지만, 우리 교회를 향해 주신 노래를 우리가 부를 때 그것은 또 더욱 특별한 일이 됩니다.”

그는 이렇게 교회 청년들에게 불리어지고, 사랑받던 곡들 중 6곡을 추려 첫 앨범 ‘OH MY SOUL’에 담았다.

“세대가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의 구성원은 달라집니다. 또 각자가 받고 누리던 은혜들은 희석되어 흐릿해져 갑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제껏 저와 찬양 팀을 향해 주신 노래들을 느리지만 성실하게 정리한 음반이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오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제가 곡을 쓰고, 음반까지 내게 된 일은 결코 저의 계획에는 없던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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