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제일 싸게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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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제일 싸게 팝니다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10.24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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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 이찬용 목사.

“백철용 집사님 배 한 상자에 만원씩 합시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한다면 공짜로라도 드려야지요~”

“감사해요! 제가 장로님들과 의논한 후 교회에 말 할게요~”

올해부터 제 친구 목사님이 하시던 배 과수원 2,300평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전원 교회에서 농사도 함께 하셨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드신 교인들이 많아 힘들다며 우리 교회에 주신 것입니다.

처음 하는 농사라 사건 사고도 있었지만, 배 밭에서 보낸 시간은 우리에게 선물로 허락된 것이었습니다. 할머님들이 배 밭에 널려 있는 돌미나리 캐러 갔을 때 ‘털퍼덕’ 주저앉아, “아이고! 이리 귀한 걸~ 이리 맛난 걸~” 하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성도들과 배 밭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교구 식구들과 일하며 깔깔거리는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농사가 쉬운 건 아닙니다. 배 가지치기, 배꽃 따주기, 배 봉지 씌우기, 농약치기, 비료주기, 퇴비주기, 풀베기 등. 연신 37~38도를 넘나드는 그 한여름에도, 추수를 시작한 지금도 농사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봄에 찾아온 냉해로 과일이 많이 열리지 않았고, 너무 뜨거운 여름에는 과일을 익히기보다 태워버려 지금 과일 값이 장난이 아닌 모양입니다.

배가 정말 좋고 큰 건 하나에 거의 만원 가까이 줘야 먹을 수 있다네요. 지금 우리가 한 박스에 삼만원 씩 파는 배도 시중 가격보다 이만원 정도 싼 가격이랍니다.

추수가 시작된 우리 배는 당도가 그 어느 배보다 좋고, 황토에서 자란 식감도 끝내 줍니다. 그런데 막상 배를 따놓고 보니 사람들은 ‘얼마냐’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사실 우리가 배 농사를 시작했을 때 돈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렇지만 봄부터 내일처럼 수고한 백철용 집사님과 브라더스 형제들이 덕분에 지금 추수하는 이 시간까지 올 수 있었기에, 제가 전화를 해서 백 집사님에게 먼저 물어본 겁니다. 우리가 추수한 배를 한 박스에 만원씩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선물로 주고, 전도를 위해 사용하면 어떻겠냐구요. 

백 집사님은 “전도를 위해서라면 공짜로라도 드려야지요~” 하고 말씀해 주셨구요. 이 말을 듣고 제가 우리 장로님들 몇 분과 의논하고 카톡방에 이 글을 올렸습니다. 장로님들도 모두 “그렇게 하시죠~”라고 답하셨구요. 하여 대한민국에서 배를 제일 싸게 파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정말 품질만큼은 우리가 자신합니다. 바라기는 이 배가 올 한해 소중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사를 못 드린 분들에게 기쁨이 되기를, 전도를 위해 기도는 했는데 기도만이 아니라 그분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기를, 우리 교회 부모님이 계시면 그 부모님들에게도 맛나게 드시고 잠시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형제들에게 나눠주며 우리 교회 대신 기쁨을 배달해 주는 계기가 되길 기도한답니다.

돈 보다 더 귀한 게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많구요, 소중한 배 밭의 추억을 돈으로가 아니라 기쁨으로 나누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우리 교회는 이런 선택을 했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싸게 파는 배를 통해서 말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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