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혼의 시작은 건강한 자아…‘쓴 뿌리’ 치유해요”
상태바
“행복한 결혼의 시작은 건강한 자아…‘쓴 뿌리’ 치유해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23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스천들의 연애·결혼 돕는 선교단체 ‘갓 데이트’

성경적 결혼관과 실질적 만남의 장 제공…‘백년가약’ 결실 풍성
그리스도인다운 스펙에 집중…‘지도자’ 양성 목표

▲ 갓 데이트에 참석한 청년들이 성경적 결혼에 대해 배우고 있다.

현실장벽에 부딪혀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가 등장하면서 요즘 교회 안에서도 ‘비혼’을 선포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배우자감으로 ‘신 돈키호테’를 추구하면서 결혼적령기를 놓치는 크리스천들도 적지 않다. 신 돈키호테란 돈 많고 키 크고 호탕하고 테가 좋은 동시에 훌륭한 ‘신앙’까지 갖춰야 한다는 까다로운 배우자 조건을 일컫는다. 그 결과 크리스천 미혼남녀의 평균 초혼연령은 이제 30세를 훌쩍 넘겼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 안에서의 건전한 이성교제와 결혼을 돕는 선교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12년째 기독청년들에게 성경적 결혼관과 실질적인 만남의 장을 제공해주고 있는 ‘갓 데이트’(GOD dat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 마장동에 카페C를 차리고 상담과 모임을 이끌고 있는 문형욱 대표(성석교회)를 만나 갓 데이트 사역과 함께 크리스천 데이트와 결혼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 갓 데이트 문형욱 대표.

‘나’를 비추는 거울 ‘연애’
갓 데이트는 2006년 4월 크리스천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해주는 프로그램 ‘제1회 갓 데이트’로 문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가 짝을 찾고자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는 드물었다. 신실한 청년들은 기도 응답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배우자가 ‘짠’ 하고 나타나주길 바랐다. 그럼에도 1기에는 38명이 참석해 적잖은 관심을 보였고 그 중 무려 8쌍의 커플이 탄생, 3쌍은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문 대표가 갓 데이트를 시작한 계기다. “우연히 모 단체가 주최한 커플매칭 행사에 참여했다가 결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개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부끄러움과 교육의 필요성을 동시에 절감한 거죠. 참고로 지금의 제 아내도 그때 만나서 같이 훈련 받았어요.” 하지만 이 행사는 단발성에 그쳤고 마침 교회도 적절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던 터, 결국 문 대표는 이 사역을 직접 꾸려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갓 데이트는 단순히 결혼을 목표로 하는 일반 결혼정보 회사들과는 달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결혼에 대비해 올바른 데이트를 훈련하는 곳으로서 다양한 일을 감당한다. 우선 주된 사역은 매년 6~8차례, 각 5주에 걸쳐 진행되는 ‘갓 데이트’다. 어느덧 100기가 넘었으며 참가자들은 게임·장기자랑·그룹 데이트 등 레크리에이션은 물론 세미나·토론 등을 통해 결혼 전 스스로부터 좋은 배우자가 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밖에 ‘행복한 나에게 프러포즈하기’ ‘결혼예비학교’ ‘부부학교’ ‘마음여행’ ‘커플여행’ 등 집단 상담과 일대일 상담도 실시한다. 20대부터 40대, 모태솔로부터 소위 내로라하는 직업의 소유자까지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이었고 논 크리스천이 들렀다가 전도 된 사례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서로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잣대를 내려놓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건강한 자존감 등 그리스도인의 스펙을 발견하는데 더 집중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무려 5000여명이 참가했고 400여명의 청춘남녀가 평생 반려자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의 ‘쓴 뿌리’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마음 깊숙이 거절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 등 살면서 받은 상처들이 쌓였기 때문인데요. 특히 어려서부터,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생긴 아픔일수록 이성교제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눈으로 형제자매를 바라보려면 먼저 자신의 연약함을 돌봐야 하죠. 내가 멋진 사람이 돼야 남도 나를 멋진 사람으로 여기고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연애는 또 다른 나를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사역 본질은 ‘만남’ 아닌 ‘훈련’
문 대표는 갓 데이트에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2007년엔 기독교 상담학 석사학위를 취득, 현재는 박사학위까지 수료한 상태다. 주례는 물론 신부들의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까지 도우며 애프터서비스(?) 또한 확실히 해준다. 결혼 후 이따금씩 청해오는 고민 상담에도 친정아빠 같은 마음으로 살뜰한 조언을 건넨다. 그가 이렇게까지 열정을 보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결혼은 나이가 차서 혹은 남들이 다 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결혼을 허락하신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의 영광을 높이시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진실로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청년의 때’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죠.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누구’와 결혼할지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결혼할지에 대한 관심은 적어요. 돈이 많은 사람, 예쁜 사람 등 조건은 잘도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떤 신앙과 비전을 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죠. 그런 상태에서 결혼하다 보면 당연히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갓 데이트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무엇보다 ‘꼭 이런 데까지 와서 결혼을 해야 하느냐’는 주위 인식이 문 대표를 힘들게 했다. 지금은 약 200곳의 교회에서 강연을 하고 10곳의 교회들과 손잡고 연합사역도 진행하고 있지만 ‘중매쟁이’란 편견을 떨치기까지 여간 쉽지 않았다.

“교회의 문호를 개방하기란 참 어려웠어요.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죠. 하지만 바람직한 결혼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들의 분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전해야 하는 때, 믿음의 가정을 세워 전진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거든요. 연애와 결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배우려는 자세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곳은 만남이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성경적 결혼관을 훈련하는 곳입니다. 후자를 배우다보면 전자는 덤으로 따라오는 거죠.”

▲ 갓 데이트에 참가한 청년들의 모습.

건강한 이성교제 담론 형성돼야
갓 데이트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문 대표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횟수를 더해갈수록 짝을 많이 맺어주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내면의 아픔을 딛고 건강한 자아를 회복했다고 고백할 때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배우자를 고를 때 외모 등 지나치게 스펙을 따지는 세태에 하나님 형상을 본받은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되찾은 성숙한 청년들이 교회로 돌아가, 그로 인해 이성교제에 대한 배움이 생겨나고 결혼에 대한 아름다운 가치관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이성교제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교회 분위기 속에서 ‘연애학교’를 세워 건강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관련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갓 데이트의 비전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갓 데이트에 목사나 전도사들마저 적잖게 찾아오면서 문 대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쉬쉬하고 덮어둘 사안이 아니라는 다짐을 굳혔다. 돕는 배필의 개념이나 스킨십 문제 등 교회 내 적절한 지침과 전문적 상담을 제공해줄 수 있는 리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성(性) 문제가 포함되는 이성교제에 대해 교회조차 적절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연애를 못 하게 하는 교회들도 있고요. 이는 이성교제를 청년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고 치부하거나, 원 가정을 만져야하는 등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누구 혼자의 힘이 아닌, 교계가 함께 노력한다면 결혼을 둘러싼 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변화시킬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