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339명 인도적 체류 허가…입국 이후가 더 문제
상태바
예멘인 339명 인도적 체류 허가…입국 이후가 더 문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0.19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연주 선교사 “한국사회 적응위한 교육과 관리 시스템 시급”
▲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339명에 대한 인도적 체류 허가가 발표됐다. 사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주도에서 예멘인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339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게 됐다. 지난 9월 허가를 받았던 23명을 포함하면 총 362명의 예멘인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됐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1년간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으며 출도 제한 조치도 해제된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17일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23명과 난민신청을 취소한 3명을 제외한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 결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은 339명이며 단순 불인정은 34명, 신청 보류는 85명으로 나타났다. 심사 보류자가 많아 앞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난민 지위를 획득한 예멘인은 한 명도 없었다.

심사 결과를 발표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김도균 청장은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이 심도 있는 면접을 진행하고 사실 검증을 했다. 중동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고 밝혔다.

단순 불인정자의 경우 “제3국에서 태어나 계속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어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했다.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진 심사 결과에 난민 수용을 찬성했던 측과 반대했던 측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라 하더라도 공공의 안전을 해칠 경우 출국시키도록 돼있다”며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를 폐지하고 예멘 가짜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김성인 위원장은 “난민 심사는 한 명 한 명을 심층 조사해야 하는데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내전 상황으로 묶어 일괄 처리해 버렸다. 인권을 강조하는 정부가 국민 여론을 핑계삼아 난민 인권 노력을 소홀히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인도적 체류 결정에 대해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중동 이주민들을 돕는 희망의마을센터장 정연주 선교사는 “인도적 체류 허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300여 명이 육지로 들어온 이후”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예멘인들은 아직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서 “정부는 체류 허가만 내줄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심사 결정을 내리는 데만 서둘렀다. 제주도에서 교육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정 선교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교육과 적응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인해 예멘인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만약 혹시라도 예멘인들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한다면 안 그래도 난민에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것은 물론 기존에 들어와 있던 중동 이주민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들어온다면 기존에 들어와 있던 아랍인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과격단체 무슬림 형제단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 선교사는 “이집트, 모로코 등지에서 온 무슬림 형제단 출신 가짜난민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멘인 300여 명이 추가로 입국하는 것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연주 선교사는 “양쪽 다 준비가 부족하다. 예멘인들도 한국에 들어올 준비가 부족하고 우리 사회 역시 3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서 “결정이 성급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결과가 나온 이상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과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