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이 보낸 편지
상태바
칼뱅이 보낸 편지
  • 황의봉 목사
  • 승인 2018.10.18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의봉 목사의 교회사 산책 - 불링거와 스위스의 종교개혁(6)

칼뱅이 1544년 11월 25일 불링거에게 보낸 이 편지는 프로방스의 왈도파를 위해 취리히 영주에게 호소한 다음, 루터의 성격에 관해 예리하게 판단하면서, 그가 행해 나온 탁월한 봉사를 고려함으로써 그가 드러내 보인 일부 부족함을 용서하자는 호소로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불링거 목사님께
(생략) 제가 듣기로는 루터 선생께서 마침내 격렬한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것은 목사님측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전체를 향한 것이겠지요. 지금의 시점에서는 침묵을 지키자는 부탁을 목사님께 감히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 역시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신중한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저는 진정 목사님을 처음으로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목사님은 루터가 얼마나 저명하고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갖추었으며, 정신력과 끈기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훌륭한 기술과 효율성 그리고 말씀에 관한 지식의 힘으로써 지금까지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타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헌신해 왔는지 충분히 고려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루터 선생께서 아무리 보기 드물고 뛰어난 미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동시에 심각한 잘못(serious faults)을 범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그러한 불안하고 침착하지 못한 기질을 조금만 궁리하여 개선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루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러 가지 칭송들 때문에 더욱 잘못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안 좋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가 부여받은 놀라운 재능과 능력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려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따라서 목사님께서 루터 선생님을 생각하실 때 우선적으로 그분이 우리 동역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주의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모두 그에게 아주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정말이지, 단지 그들이 복음주의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 약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가 서로 떨어져 각자 물고 뜯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충분히 이용할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합의를 이루어 한 목소리로 그리스도를 설교한다면, 그들은 분명 우리의 본래적인 나약함을 이용하여 우리의 신앙에 대해 비난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목사님께서는 루터가 그렇게 폭력적인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 집착하기보다는 이러한 점들을 미리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바울이 경고하는 것과 같이 서로가 서로를 헐뜯으며 먹고 먹히는 일이 목사님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가 우리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일으켰다 할지라도 오히려 그러한 경쟁을 사절하는 것이, 범교회적인 난파를 초래하여 상처를 더 크게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존 칼뱅 드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