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돈키호테를 찾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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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돈키호테를 찾고 있나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1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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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교회 내 비혼 현상

‘불신자와의 결혼’ 무조건 반대 괜찮을까

최근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남녀의 맞선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성인남녀가 출연해 대화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고 상대방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지난주에는 30대 후반의 남녀가 출연했다. 결혼에 대한 평소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미혼남녀의 고민이 잘 담겼다. 열심히 살다보니 적령기를 넘겼고, 갈수록 이성을 만나는 것이 까다롭고 신중해진다는 이야기였다.
문득 내가 아는 많은 ‘교회 누나’들이 생각났다. 교회에는 자의든 타의든 ‘나 혼자 산다’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현상은 유독 형님들보다 누님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이런 배경에는 교회 내 기울어진 성비가 첫 번째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올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에 따르면 교회 출석자 가운데 남성은 41.1%, 여성은 58.9%였다.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만나 결혼을 이룬다고 봤을 때 성비 불균형에 따른 미혼 여성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반드시 기독교인과 결혼해야한다는 가르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목사님은 이방 여인과 결혼한 ‘삼손’의 예를 들며 청년들에게 배우자 선택 기준에서 ‘신앙’을 빼는 것은 예수님보다 이성을 더 사랑하는 일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씀하시곤 했다. 이제는 이런 얘기는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안 믿는 사람이라도 성품이 좋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크리스천의 삶을 통해 복음을 전하라고 도전하는 설교를 하는 것이 이제는 더 적합한 시대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마지막 세 번째 원인은 배우자를 찾는 당사자에게도 있다. 세상에서 배우자를 찾는 기준으로 ‘돈키호테’를 꼽는다고 한다. ‘돈’ 많고, ‘키’ 크고, ‘호’탕하고, ‘테’가 좋은 사람을 찾는 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여기 한 가지를 더해 ‘신 돈키호테’를 찾는다고 한다. 위의 네 가지 조건에 ‘신앙’까지 포함된다는 우스갯소리다. 신앙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미 세상적인 조건에서 많은 후보가 탈락한다. 정작 신앙이 중요한 조건이라면 목회자 사모의 길이나 험난한 선교지의 삶 또한 기꺼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구식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성경을 봐도 평생 홀로 지낸 사도 바울이 있다. 교회 내 성비를 맞춰줄 수 없다면 반드시 결혼, 반드시 기독교인과의 결혼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다. 유독 결혼이 많은 계절이다. 교회누나들에게 답지하는 청첩장이 씁쓸하지 않은 가을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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