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방영 취소요청은 통상적인 교단 행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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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방영 취소요청은 통상적인 교단 행정인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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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공문, 교단 목회자들 "이례적인 일"이라며 반발

MBC PD수첩이 지난 9일 ‘명성교회 800억 비자금의 비밀’에서 명성교회의 세습과 비자금에 대해 다룬 직후 명성교회는 PD수첩이 지목한 ‘비자금 800억’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문에서 명성교회는 자신들이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MBC측에 방영취소 요청을 한 사실을 슬그머니 공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회 임원회가 개교회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교단이 MBC에 제출한 ‘방영 취소 및 재고 요청서’에는 방송을 막아 명성교회를 지키고자 하는 의도가 정확하게 담겼다. 총회는 먼저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된 논의는) 지난 2018년 9월에 개최된 제103회 총회에서 문제 해결의 결말을 내리고 이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귀 방송사의 PD수첩에서 방영하려는 프로그램이 마치 명성교회의 재정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회에 비추어질 우려가 있어서 심하게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명성교회 800억 원의 비밀’편의 제목과 관련해 △교회가 마치 공적 재정을 은밀하게 사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잘못 오도함 △시청자들에게 명성교회를 넘어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주고 있음 △명성교회가 보유한 800억 원은 비자금이 아니라 교회 명의의 확인된 재정이며, 큰 규모의 선교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저축성 이월 재정임 등을 근거로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프로그램의 타이틀에서 보이는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게 될 경우 한국교회의 선한 활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본 총회를 넘어서 한국교회로부터 심각한 저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SN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총회가 예외적으로 명성교회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의 장병기 목사는 “교단이 소속 교회와 관련해 방송사에 방송 취소를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면초가에 처한 명성교회가 대내외적으로 교단 임원회가 자신들의 편임을 알리기 위해 입장문에 해당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총회 임원회는 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교회가 의도적으로 공개를 했다는 얘기다.

장 목사는 또 “방송이 지적한 800억원이 교회나 총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비자금이 아니라 이월금일수 있다고 본다. '땅 장사'를 했다고 해도 법률적 제재를 받을 만큼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교회가 맘몬에 사로잡혀 ‘교회다움’을 상실했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임원회가 나서서 명성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교단 역시 돈의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교단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방송 취소 요청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MBC에 보낸 공문에도 잘 나와 있듯이 총회장이나 임원회의 뜻은 제103회 총회의 뜻을 따라간다는 데 추호도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 목사는 이어 “많은 분들이 총회에 관심을 두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총회가 바르게 가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기에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총회가 운영하는 법과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상처 받는 사람도 생길 수 있지만 그 분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는 성숙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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