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과 예정론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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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과 예정론 논쟁
  • 황의봉 목사
  • 승인 2018.10.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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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목사의 교회사 산책-불링거와 스위스의 종교개혁(5)

칼뱅과 불링거의 예정론 논쟁이 발발한 원인은 1551년 히에로니무스 볼섹이 칼뱅의 예정론을 비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볼섹은 목회자를 위한 금요집회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①인간의 구원은 선택에 근거하지 않고 인간의 신앙과 불신앙에 근거한다. ②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유효하며 다만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구원을 취하거나 취하지 않는다. ③선택과 유기의 이중예정론은 사람의 운명을 미리 정한 것이고 하나님을 악의 창시자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볼섹의 이 주장은 로마 가톨릭의 구원론 기초인 펠라기안적 입장에 서있는 것입니다. 볼섹의 주장에 대해 제네바 목회자회는 신성모독과 이단의 죄목으로 그를 재판에 회부하였습니다. 신학논쟁은 볼섹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멜란히톤과 불링거 등 다른 신학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변호하면서 확대됐습니다. 재판을 진행한 제네바 의회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바젤, 취리히, 베른 교회에 재판 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물으면서 합법적인 판결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교회들의 답변이 제네바 교회 곧 칼뱅의 희망과 달랐습니다. 불링거가 지도하던 취리히교회 목회자회는 볼섹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죄의 기원이 인간의 의지적 타락에서 기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제네바교회는 1551년 12월 21일 열린 재판에서 볼섹을 이단으로 정죄하고, 영구 추방과 벌금형 수준에서 판결을 내렸습니다. 볼섹 재판은 끝났지만, 예정론을 둘러싼 종교개혁자들의 논의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칼뱅과 불링거는 1555년까지 예정론 논쟁을 이어갔습니다.

칼뱅과 불링거는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영원한 선택에 근거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불링거도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선택과 유기라는 이중예정론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칼뱅이 유기를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근거를 둔 것과 달리, 불링거는 유기가 하나님의 의지적인 작정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예정론을 끝까지 고수했지만, 관계를 단절하거나 반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칼뱅과 불링거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와 교회의 안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교류하며 서로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은 기독교의 구원에 있어서 객관적 근거입니다. 한편 한 개인이 그 사건을 자신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구원의 주관적 측면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중생, 의인(義認), 그리고 성화 등이 있습니다. 이 구원의 주관적 측면은 철저하게 성령 하나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고전적으로 여기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다고 합니다. 즉 ‘구원의 질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원의 질서라는 말은, 프로테스탄트신학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으로, 그것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불링거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점도 있습니다. 체계화된 구원의 질서는 모든 사람에게 점진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모든 과정은 인간의 경험을 초월한 하나님의 신비 속에 속한 것으로, 어느 한 순간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평안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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