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삭제사건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62 노경실 작가l승인2018.10.09 00:06:26l수정2018.10.09 00:06l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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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7:53-54> 너희는 천사가 전한 율법을 받고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하니라.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그를 향하여 이를 갈거늘

요즈음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하는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특히 말씀 나누기는 압도적이다. 성경 구절은 당연하고, 기독서적 중에서 좋은 구절, 설교, 심지어는 세상 책에서 마음에 드는 본문 등을 퍼서 나르며 소개해주느라 바쁘다.
나 역시 하나님이 마음에 움직임을 주신 사람들에게 말씀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있다.(카톡을 하지 않으므로) 3년이 다 되도록 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작은 소통 안에서 별의 별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18명에게 말씀을 보냈다.

내가 문자로 말씀을 보내기 시작한 지, 1년 째 되는 날, 한 친구가 ‘고맙지만 이제부터는 보내지 말아주길 바란다. 내가 요즘 너무 힘들거든.’ 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이때만 해도 아직 ‘내’가 ‘내 속’에서 죽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나는 심히 실망했고, 그 친구를 정죄했다. ‘어떻게 말씀을 이렇게 대하지? 힘들어서 말씀을 거절해?’ 친구 이름을 명단에서 삭제했지만, 그 친구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친구는 6개월 뒤에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경실아, 다시 말씀을 보내줄래?’ 그래서 계속 말씀을 보내고 있다. 

2번째 삭제사건은 한 30대 편집자에게서 일어났다. 한 달 정도 취직이 안 되자 그는 새벽마다 나에게 눈물의 문자를 보내오며 호소했다. 그때마다 나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기도하며 기다리자고 했지만 20여 일(실직한 지) 정도 되었을 때에 ‘말씀 문자 보내지 마세요. 하나님은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아무리 말해도 그는 이를 가는듯한 심정을 드러냈고, 할 수 없이 그의 이름을 삭제했다. 내 심정은 마치 그 이름이 생명책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만큼 간절히 그의 취직과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그로부터 딱 10일 뒤, 그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취직했어요. 더 좋은 출판사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아직도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 말씀이 들리지 않아 10일을 더 버텨내지 못 한 그가 너무도 안타깝다.  

3번째와 4번째 삭제 사건은 조금 어이가 없는 경우라고나 할까? A(여)와 B(남)는 한 직장에 근무하는 상하관계이다. 우연히 알게 된 두 사람과 믿음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2년 전부터 똑같이 말씀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올해 6월, B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우리 상사(A씨)가 이번에 백내장 수술을 해서, 핸드폰 보는 게 불편하시다고 문자 안 받았으면 하시네요. 그리고 저도 요즘 노안이 와서 문자 보기가 좀... ...’ 그런데 웬걸! 며칠 뒤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그 두 사람이 온갖 sns를 하며, 텔레비전 드라마도 잘 본다는 것 아닌가!

여하튼 4번의 삭제사건의 이유는 ‘힘들어서’ ‘눈 수술을 해서’ ‘노안이 와서-이렇게 말한  B는 나보다 15살이나 어린데 말이다!’ 그리고 ‘취직이 안 돼서’였다. 물론 근본 원인을(예를 들어 신학적 관점으로) 말하자면 온갖 이유가 나오겠지만, 여하튼 그들이 변명(?)한 것은 이러하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말씀받기를 거부한 그들이 이유를 대는 중심은 ‘나’이다. 내가, 나는, 내 눈이, 내 상황이, 내가 불편하고, 내가 힘들고, 내 눈이 아프면 말씀 따위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고, 경솔할 수가 있나! 어떻게 이렇게도 말씀이 안 들리고 말씀의 능력을 모르는가! 나는 많이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사도행전을 읽으며 내 생각이 얼마나 악한지를 알게 되었다. 저마다 이유가 있어 말씀 문자를 받기 거부한 사람들이 ‘스데반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린(fueious) 사람들’인지, 아니면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마음에 찔린 사람들(cut to the heart 행2:37)’인지는 결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말씀 전하는 일이라도 그 안에 단 한 순간이라도 사람을 판단하고 미리 정죄한다는 것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더 낫다는 마음을 주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4번의 삭제 사건은 오히려 내 의를 4번 깎아내는 귀한 기회가 되었다. 나는 다시한번 엎드려 감사기도를 드렸다. 어찌 하나님은 쉬지도 졸지도 않으시면서 날마다 은혜를 내려주시는지!

함께 기도

하나님, 정말 된 것 같은데, 또 아닙니다. 정녕 한 순간도 예수님을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의, 선, 충성이라고 생각하는 칼에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베어버리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러하오니 잠시라도 주님 눈빛을 제게서 거두지 말아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노경실 작가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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