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홈 넘어 스마트 시티 대두…교회도 주목해야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㉝ 교회 건축의 미래(상) 손동준 기자l승인2018.10.08 23:55:35l수정2018.10.12 10:45l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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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는 죄가 없다…부정적인 인식 털어내야
불확실한 미래와 본질을 함께 담는 교회 건축
모이는 사람 편의 보다 주변의 편의 도모해야

▲ 정시춘 소장은 설교 중심의 예배를 탈피하고 공동체가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예배 공간의 배열을 제안했다. 사진은 광현감리교회의 모습. 대형 교회가 아니어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오늘날의 한국 상황에서 ‘교회 건축’은 그 자체로도 이미 부정적인 느낌을 풍긴다. 어느 대형 교회가 건축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뉴스거리다. 교회 건축이라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상은 바람직한가.

건물은 죄가 없다.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을 보며 종교적 감동을 말하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 건물을 볼 때는 혀를 차게 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교회형편에 맞지 않게 무리한 돈이 쓰였다거나 지나치게 화려하다거나, 절차상 위법성이 없다면 교회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합당한 가치를 교회 건축을 통해 구현할 자유가 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건축은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건물 없는 교회가 등장하기도 한다지만 많은 경우 교회가 모이는 공간을 구성하는 데 깊은 고민과 비용을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어떻게 하면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면서도 미래에도 높은 가치를 지니며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교회 건축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 더딘 교회…목회자 역할 중요

국제적으로 스마트 홈을 넘어 스마트 시티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영암과 해남 지역에 스마트 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머지않아 전국 도시로 확산되어 우리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모를 이런 환경에 대해 교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4차 산업이 융성해도 교회는 여전히 사회 변화에 가장 더딘 보수집단으로 존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교미술과 교회 건축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성공회대 전 총장인 이정구 교수는 “로봇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로봇에게 자신의 고민과 종교적인 감성까지 의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공지능처럼 수리적이며 계산적으로 기계화된 사회에서 감성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의 역할은 이미 어느 시대보다 더 막중해지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이럴수록 목회자를 비롯한 교역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것들을 교회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람은 분명 성직자”라며 “성직자는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한국의 교회들은 예배 공간을 포함하여 교회 건축을 하면서 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혹은 목회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공간에 담아내려는 노력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신학교 가운데 교회음악을 가르치는 학교는 많지만 교회미술이나 교회 건축을 가르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상상 가능한 변화들

이 교수는 특히 예배 형태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성서공부나 교리교육이라 할지라도 벌써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가 대신하고 있다. 예컨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면 동영상이나 만화로 교육하는 방법으로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제는 공간이 그런 아이디어를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교회는 여전히 기독교 초기 예배공간의 형태인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의 평면을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 이러한 전통적 예배공간의 형태는 예배형식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밖에 실현 가능한 변화들로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 로봇이 담당하게 되면 예배 공간에서 지성소 부분과 성가대 부분, 밴드가 설치된 부분들을 축소하여 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 △소모임이나 개인이 기도하거나 친교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과 상담실이 발달하게 될 것 △신자가 아닌 주민들까지도 교회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실내 피트니스 센터, 당구장, 실내 골프 연습장, 카페, 게임 오락실 등 세속적인 종목을 교회 안에 설치하게 될 것 △예배는 주일에 신자들의 기호와 성향에 따른 맞춤예배로 최소 서로 다른 양식의 예배로 3회 이상 드리게 될 것이기에 이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함 △예배도 대학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드리게 될 것이며 소극장 같은 공간부터 주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배가 가능하게 될 것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이 본격 도래하면서 예배당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예측 가능한 만큼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한 교회 안에서 다양한 예배의 진행을 위해서 다수의 다양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4차 산업이 융성하면서 건축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교회 건축도 변화에 주목하며 시대를 끌어안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예배 공간으로서 기능 충실해야

정주건축연구소 정시춘 대표는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사용자가 목적하는 활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건축은 건물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담보하면서, 교회의 재정이 허락하는 한 교회가 수행하고자 하는 다양하고 특별한 활동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기능적으로 이뤄지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고 아름답고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형태를 디자인하되,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교회의 목적과 의도와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예배 공간으로서 기능을 충실하게 하는 교회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예배자들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의 예배 공간 안에 모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오감을 통해 서로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마음이 하나 되어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감 가운데 시각을 통해 서로 바라봄은 공동체를 인식하는데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따라서예배 공간의 평면 형태와 그 안에서의 회중석의 배열, 그리고 회중석과 강단의 공간적 관계는 예배자들로 하여금 예배 공동체를 인식하게 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우리 대부분의 교회의 전통적인 예배실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재료와 모양, 샐깔 등을 사용한 조잡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기구들과 장식들, 그리고 냉난방, 환기, 조명, 소방, 음향, 영상 등 각종 설비의 다양한 기구들의 무질서한 배치, 나아가 성구나 표어들을 적어 건 배너들까지 시각적으로 매우 혼잡한 환경”이라며 “예배자의 시선과 마음을 혼란시키거나 빼앗아가는 시각적 장애물들을 가능한 제거하고 노출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설비 기구들은 예배자의 시야에서 가려지거나 질서 있고 조화롭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변의 편의를 도모해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국내에선 유일한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기와지붕과 같은 한국의 건축양식을 절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성당 앞을 가로막던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별관이 철거되면서 세종대로에서 바로 이 건물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정동의 명소 가운데 하나였지만 현재는 더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4년 뒤면 건축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이 건물은 교회지만 문화재로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데다 1987년 6월 항쟁의 핵심적인 장소라는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10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관계자 50명은 이 곳에서 ‘고문살인은폐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열었다. 김대중, 김영삼, 문익환, 함세웅 등 민주화의 거물들은 경찰의 철저한 감시로 이 자리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이 곳은 전국을 20여일간 뜨겁게 달구었던 6월 항쟁의 출발점이었다. 지금도 한옥으로 지어진 주교관 앞에는 당시의 사건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단순히 교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는 데만 목적을 둔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가치다. 한국 건축계의 거장인 승효상 장로(동숭교회)는 미래지향적인 교회 건축의 방법을 묻는 질문에 “교회다운 건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이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주변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모이는 사람들이야 불편하고 고난스럽더라도 떨어진 섬처럼 군림한다거나 왕궁처럼 주변을 지배하면 안 된다. 교회가 위치한 동네와 어울리는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승 장로는 특히 “교회는 부름을 받아서 모인 것이다. 속된 곳에서 경건함을 추구하는 곳이 교회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건축의 핵심은 경건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경건성을 잃은 시대에서 교회마저 경건성을 잃고 노골적으로 상업성을 앞세워 쇼핑센터처럼 지으면 교회라고 불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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