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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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랑합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08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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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교회에서 사용하는 불필요한 영어

표현 가능하다면 가급적 한글 사용해야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던 시절, 아이들과 첫 대면이 어색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던 ‘기술’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아이돌(IDOL) 물어보기’다. 100%는 아니지만 열에 아홉은 이 질문에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당시엔 쏠쏠하게 재미를 봤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다. 교회 안에서 ‘아이돌(우상)’이라니… 가끔은 강단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아이돌을 언급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도 교육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아이돌을 대신할 적합한 용어는 없을까.

한글날이 다가온다. 세종대왕께서 자랑스러운 한글을 창제하셨지만 우리의 언어생활은 점차 한글을 멀리하고 파괴하는 모습이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외계어(?)는 물론이고 줄임말과 상스러운 말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다. 특히 불필요한 영어표현은 교회 안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문제다.

특히 ‘찬양’과 관련해서는 한글로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단어를 영어로 사용하는 가짜 멋쟁이들이 많은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찬양으로 예배의 첫 문을 여는 순서를 ‘싱어롱(singalong)’이라고 불렀다.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꽤나 ‘있어 보이는’ 단어여서 즐겨 사용하게 됐다. 영어로 ‘함께 노래 부르는 모임’을 뜻하는 이 말을 왜 그대로 가져다 써야 했을까. 요즘은 많은 교회들이 이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것은 이제는 촌스러운 구시대의 산물이 됐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드려지는 성격에 따라 ‘준비 찬양’이나 그냥 ‘찬양’, 혹은 ‘함께 찬양’ 정도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노래 부르는 사람을 일컫는 ‘싱어’나 찬양 순서와 구성을 뜻하는 ‘콘티’, 악기 연주자를 일컫는 ‘세션(session)’이라는 표현도 불필요한 영어 표현이다. 특히 ‘세션’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식 단원이 아닌 일회성으로 고용된 객원 연주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고쳐야할 용어가 아닌가 싶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매일 하고 있는 큐티(QT-quiet time)도 구태여 영어를 가져다가 쓰기보다는 ‘경건의 시간’ 혹은 ‘조용한 시간’으로 부르면 좋겠다. 이밖에 ‘셀’이나 ‘리더’ 같은 흔히 사용하는 영어 표현들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글로 쓰면 어떨까.

이의용 교수(국민대,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는 “교회 내의 올바른 언어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현장의 목회자들이 인문학적인 자기계발, 국어와 문학에 대한 소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며 “바른 한글 사용은 교회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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