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노숙자들 향한 주님의 ‘오병이어 기적’ 체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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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노숙자들 향한 주님의 ‘오병이어 기적’ 체험해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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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하늘씨앗교회’

8년째 소외계층에 급식봉사…‘자활·자립’ 함께 도와
예장백석대신 총회 산하 대경노회 '물심양면' 지원
교회설립 자체가 기적…알코올중독자 치유 역사도 

▲ 하늘씨앗교회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낮 12시에 노숙자와 이웃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봉사를 펼치고 있다.

사랑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기자가 방문한 날도 어김없이 낮 12시가 되자 살가운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불편하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는 노인들, 그리고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노숙자 등 150여명은 매일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환대가 어색한 이들에게 앞치마를 두른 7~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쌀밥과 함께 맛있는 국과 찬을 내놓는다. 어디 그뿐이랴. 배식 한 시간 전에는 찬양과 말씀도 전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한 어르신은 무료급식 소문을 듣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목사님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말벗도 생기니 얼마나 고맙고 좋은지요. 뇌경색을 앓으면서 우울했던 마음을 여기서 치유해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날마다 예배는 물론 밥 짓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영과 육을 살찌워주는 이곳의 정체는 8년째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소외계층에게 점심을 섬기고 복음을 전해온 충남 천안의 ‘하늘씨앗교회’다.

▲ 하늘씨앗교회 김경애 목사.

가난한 심령 책임지는 하나님
하늘씨앗교회를 이끄는 김경애 목사(59세)가 처음 노숙자 사역에 발을 들인 때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목사는 밑창이 닳아 헤진 신발을 신고 배고픔에 굶주려 거리를 전전하던 노숙자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를 곧 ‘사명’으로 여긴 그는 천안 동부역에서 콩물과 국수를 사서 노숙자들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요리부터 배식, 설거지까지 모두 김 목사 혼자의 몫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알려준 것도 아니었다.

힘들 법도 했지만 김 목사의 머릿속엔 ‘어찌하면 노숙자들을 배불리 먹일까’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수중에 가진 돈이 넉넉지 않아 재정이 제일 큰 고민이던 김 목사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산야초’(산이나 들에 자생하는 풀)였다. 시래기·미나리·엉겅퀴·민들레 등을 채취하고 친정어머니의 밭을 빌려 단호박·토란 등을 직접 재배해 중앙시장에 내다 판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만나처럼 채워진 물질은 도로 고스란히 노숙자들에게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김 목사는 일용할 양식을 한 끼도 거르시지 않는 하나님의 오병이어 기적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가령 한겨울 어느 마을을 지나다 시래기를 발견한 적이 있었어요. 눈 쌓인 시래기가 마치 이불을 덮은 것 마냥 싱싱한 것을 보고 캐서 팔았는데 돈이 됐죠. 그렇게 봄까지 겨우 나고… 또 한 번은 우연히 냇가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보고 뜯어서 장사했더니 50일 만에 무려 1000만원이 모인 적도 있어요. 하나님 뜻에 합한 필요가 저절로 매워지는 걸 경험하면서 어쩌면 저보다도 하나님이 더 이 사역을 원하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김승영 전도사와 김경애 목사 부부의 모습.

밤이면 하늘씨앗교회는 갈 곳 없는 노숙자 10여명이 씻고 자는 거처로 변하기도 했다. 이는 전적으로 남편 김승영 전도사(59세)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 차디찬 바닥에 전기장판도 노숙자들에게 내주고 본인은 앉아서 쪽잠을 청하는 것은 물론,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부터 목욕까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쉰이 넘어 결혼한 만큼 달콤한 신혼을 즐기기도 모자란 때 김 전도사는 묵묵히 아내를 도와 좁은 길을 걸었다. 사역 초창기 20평 남짓한 40만원의 월세방을 거실·주방으로 나눠 쓰면서도 부부는 불평 한마디 없이 노숙자 돌봄에만 전념했다.

“노숙자들과 여러 해를 같이 생활하면서 남모를 가정사와 가난 때문에 거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를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이들이 하루 종일 박스를 주워 팔아도 돈이 안 되니까 밥 대신 술을 사먹고,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혹은 신분증을 잃어버려서 자기도 모르게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면서 노숙자들은 세상에서 약자 중에 약자로 전락해버린 겁니다.” 

김 목사는 결국 노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립과 자활이라 판단, 무료급식소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한 과정에 일당을 주고 노숙자들을 참여시켰다. 밭에서 채소를 거두고, 주 수익원인 누룽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에 직원으로 투입된 노숙자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넘어 하늘씨앗교회의 ‘주인의식’을 갖고 정착해나갔다. 그 결과 현재 15~20명의 노숙자들이 하늘씨앗교회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줘 동사무소에서 기초수급을 타고, LH로부터의 주택 공급까지 도운 덕분에 20명가량 노숙자들에겐 새 보금자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첫째도, 둘째도 ‘예배’
노숙자들에게 숙식을 해결해주고 노동의 기쁨을 깨우쳐 자활의지를 심어주는 것. 하늘씨앗교회의 사역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와 같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단연 ‘복음’이 깃들어있다. 김 목사 내외가 수년간 월세방과 역전 봉사를 청산하고 2017년 너른 대지에 교회를 지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노숙자들이 영성훈련을 할 수 있는 ‘예배당’이 절실했어요. 역전에서 무료급식을 하니 노숙자들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밥만 먹고 가버리는 거예요. 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과 일대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도의 자리가 갈급했습니다.”

하지만 근방에 무당집만 25군데인 이 지역에서 더욱이 돈도 없이 교회를 짓겠다는 김 목사에게 선뜻 땅을 팔겠다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15일이고 20일이고 끊임없이 금식하며 눈물로 기도한 끝에 기적이 일어났다. “부동산에서 ‘좋은 땅이 나왔으니 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갔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거예요. 첫째로 ‘땅값을 어디서 구하지’ 했는데 마침 어느 한 노숙자의 지인이 기꺼이 거액을 빌려줬어요. 그렇게 간신히 계약금을 넣었는데 이게 웬걸… 이번엔 땅 주인이 15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 지낸 터라 법적으로 계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모두가 제게 ‘사기 당했다’고 비웃었죠.” 

그래도 전 재산을 털어 구한 땅인 만큼 김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기도에만 매달렸다. 그러자 길이 열렸다. “땅 주인의 가족이 ‘이 땅을 왜 사려고 하느냐’ 묻기에 교회를 지으려 한다고 대답했더니 ‘성령님이 하셨다!’며 펑펑 눈물을 쏟았어요. 알고 보니 땅 주인 역시 여자 목사였는데 이곳에 교회를 지으려 했던 겁니다.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이 된 탓에 그 뜻을 가족이 이어받았지만 그동안 교회 짓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도, 그렇다고 땅이 팔리지도 않아 그저 눈물의 기도만 쌓아왔다고 하더군요.”

하나님 뜻을 확신한 김 목사는 그길로 법무사와 함께 가족들이 지키고 있는 주인의 병실로 찾아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땅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15년을 꼼짝없이 누워 지내던 주인이 크게 소리를 낸 것. 식물인간이지만 ‘행위능력’이 인정돼 땅 매매 거래가 성립된 순간이었다. 지켜보던 법무사도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계약이 성사되면서 김 목사는 마침내 지난해 이곳에 하늘씨앗교회 간판을 달았다. 주인은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눈을 감았다고 한다. 

▲ 하늘씨앗교회에서 노숙자 및 이웃 어르신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평생 없어지지 않을 ‘예배당’ 꿈꿔
철저히 하나님 뜻대로 세워진 교회이기에 하늘씨앗교회가 예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하늘씨앗교회의 원칙이자 철칙은 ‘예배’입니다. 노숙자들에게도 복음의 씨앗을 뿌리러 왔다고 당당히 이야기하죠. 처음엔 간혹 밥만 달라며 난동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예배를 고집했더니 나중엔 오히려 ‘예배가 재밌다’며 30분씩 먼저 와서 기다리는 이들도 생겼어요. 그러면서 이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노숙자들의 상한 심령을 느꼈습니다.”

올해로 벌써 8년째, 그간의 간증도 넘쳐났다.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끊었고 몇 년간 집을 떠났던 젊은 노숙자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받은 은혜에 보답해 평생을 봉사하며 살겠다고 결단한 이들도 있었다. “가정이 회복됐다는 것도 회개의 역사가 일어난 것이고, 한 사람이라도 ‘내가 교회 때문에 굶어죽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복음입니다.”

처음엔 교회 때문에 노숙자들이 동네에 모여든다며 싫어했던 이웃주민들도 이제는 도리어 떠나지 말아달라고 붙잡는다. 예배시간 일체 헌금을 받지 않는 터라 예산운영이 빠듯하지만 다행히 후원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푸드뱅크를 통해 부식을 후원받는가 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총회 산하 대경노회(노회장:이장원 목사)로부터 1년에 연탄 1천장과 쌀, 자원봉사자 등 물심양면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간 묵묵히 이웃을 섬긴 김 목사의 사역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총회는 김 목사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지속적인 관심도 약속했다. 


“하나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늘 많은 사람들을 동원시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죠. 사실 돈 걱정하면 절대 노숙자 사역 못 합니다. 그럼에도 누룽지와 농작물이 저조차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잘 팔려서 노숙자들을 굶기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을 보면 이곳은 자그마한 천국입니다. 가난한자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축복이 끊이질 않아요.” 

▲ 지난 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총회 산하 대경노회 소속 목회자들이 하늘씨앗교회를 도와 무료급식 봉사를 진행했다.

그런 김 목사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감사하게도 새 부지에 교회를 세웠지만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닌 (비닐)하우스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라 여름겨울을 나기엔 매우 열악한 환경인 것. 찬양소리가 밖으로 새나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벌금을 내야하고, 눈이 침침한 노숙자분들을 배려해 낡은 프로젝트도 바꿔야하는 등 보수공사가 시급하다.

“2층짜리 센터를 지어서 예배와 무료급식은 물론, 노숙자들에게 편히 자고 쉴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어요. 매일 오던 어르신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동사한 건 아닌지 염려하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장맛비가 내릴 때 빗방울보다도 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맨발로 진흙탕을 걷는 노숙자들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죠. 아직 우리 주변에는 쉼터도 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평생 없어지지 않을 예배의 자리를 만드는 게 하늘씨앗교회의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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