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삶의 고백 된 노랫말 “주 안에 우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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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삶의 고백 된 노랫말 “주 안에 우린 하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0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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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초대석]그룹 ‘워킹’ 출신 찬양사역자 박요한 목사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소개하는 ‘문화 초대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미술, 연기 등 폭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천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흙 속에서 진주를 찾듯 몰랐던 아티스트 발견하는 즐거움을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지면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한국 기독교 문화의 저변이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편집자 주>

 

 4월 침례교단 목사 안수 받아…개척 준비
‘사역자’라는 말의 의미 이제는 알 것 같아

▲ 박요한 목사는 자신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과 조건들까지도 사역자로서 더 많은 사람과 은혜를 나눌 수 있는 주춧돌이 됐다고 고백했다.

“사역자라는 호칭이 갖는 의미를 처음엔 잘 몰랐어요.” ‘기대’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CCM그룹 ‘워킹’ 출신의 사역자 박요한 목사. 박 목사는 워킹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20대 초중반의 청년 박요한을 이렇게 회상했다.

지난 4월 목사 안수를 받고 공연과 방송출연 등 문화 사역자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입양’이라는 키워드가 먼저 나온다. 국내입양인 가운데 첫 번째 찬양사역자인 그는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 철회를 위한 청원을 올리는 등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입양인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갓난아이때 지금의 부모님 가정에 입양된 그는 자신을 ‘모태신앙인’이라고 소개한다. 

많은 경우 자신의 입양 사실을 숨기기도 하지만 그는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찬양 사역자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다.

 

우연히 들어선 사역자의 길

그가 처음 그룹 워킹에 들어가서 찬양 사역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3살, 막 군대를 전역한 직후였다. 대중가수가 되려고 데모 CD를 만들어 소속사에 배포하고,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다. 일반 기획사에 합격해 지금으로 치면 ‘연습생’ 신분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때였다. 술 문화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때에 ‘워킹’이 속해있던 샴스미디어에서 러브콜이 왔다. 가보니 마음이 편했다. 어머니도 아들이 찬양가수가 된다는 소식에 가슴 깊이 기뻐하셨다. 나쁠 것이 없는 선택이었다. 

지속적인 사역을 가능하게 한 것은 거룩한 사명감보다는 ‘재미’였다. 한국 CCM의 저변 자체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가요로 치면 아이돌이나 보컬그룹 형태의 팀도 많던 때다. 에이멘, 러브, 피케이 등 또래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그야말로 ‘즐겁게’ 사역을 했다. 

CCM 산업 자체가 하향세로 접어든 지금 후회는 없을까. 그의 대답은 심오했다.
“부흥기에 활동하다가 쇠퇴를 경험하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사명이나 사역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져갑니다. 화려한 조명이나 박수갈채는 없지만 하나님이 제 노래를 통해 일하시고 사람을 살리고 계시기에 보람을 느낍니다.”

 

일반 가수는 못 느낄 찬양의 감동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일반 가수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관객과 호흡하며 함께 자기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라고 답한다. 박 목사는 찬양가수의 경우 그 희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제가 만나는 대상은 함께 노래하는 회중입니다. 누군가의 히트곡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찬양을 그야말로 합창을 하죠. 그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내가 부른 노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노래 가운데 운행하시는 성령님을 느끼는 거죠.”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무대가 있다. 찬양사역자들에게 청년·청소년 수련회가 열리는 여름은 늘 특별하다. 한번은 산 속에서 열린 수련회에 초대 가수로 참여했다.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던 곳이라 공연 중간에 전기가 나갔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당황했는데 모여 있는 회중 수백 명이 아랑곳 않고 어둡고 조용한 가운데 육성으로 ‘기대’를 함께 불렀다. 

“그때의 찬양 소리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가슴 속에 큰 감동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 박요한 1집 앨범 ‘예수 나의 가장 큰 힘’.

‘기대’를 넘어 일하시는 하나님

워킹이 해체된 건 2003년 8월이었다. 기독교 계통 소속사라 할지라도 결국엔 이윤 창출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멤버들과 회사가 상의하여 아름답게 갈라섰다. 박 목사는 이후 같은 워킹의 멤버였던 김만희 씨와 함께 ‘축복의사람’이라는 팀을 결성해 활동을 이어갔다. 복음성가 ‘주가 보이신 생명의 길’을 가장 먼저 음원으로 부른 것이 ‘축복의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러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솔로앨범 ‘예수 나의 가장 큰 힘’을 발표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방송은 최근 그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특히 CGNTV에서 2년째 진행 중인 ‘고향교회 패밀리(연출:하성은 PD)’는 그가 가장 아끼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간 오지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 도시의 편리함과 풍요와 떨어져 보면 ‘방송’이 아니라 진짜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돌아온다. 그는 지난 50회를 돌아보며 “주 안에 우린 하나”로 시작하는 ‘기대’의 가사가 글자가 아닌 삶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목사는 지금의 경험과 배움을 토대로 앞으로의 사역을 감당해 나간다는 각오다.

아직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곡은 ‘기대’다.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대표곡을 넘지 못한 채 애증의 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박 목사는 다르다. 일반 가수들처럼 대표곡을 불러서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노래를 흘려보내는 일을 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찬양사역자로서의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생각이다.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의 본질은 역시 ‘찬양 사역자’라는 이야기다. ‘기대’를 뛰어넘는 히트곡을 부르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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