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들 픽업을 부목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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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아들 픽업을 부목사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0.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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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교회 내 갑과 을

피차 복종하는 수평적 기독교 정신 회복해야

“형, 도대체 왜 자기 아들 학교 가는데 부목사한테 운전을 시키는지 모르겠어.”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후배를 최근 만났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최근 목사 안수를 받은 후배는 지역의 중형교회에서 교육부서를 섬기고 있다. 

후배는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일종의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형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오너 갑질로 대형 항공사가 휘청거리는 판에 교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

교계기자로 일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교회 생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전도사 시절 초면에 반말을 던지는 장로님 이야기부터 보는 앞에서 사례비의 10분의 1을 ‘십일조’라며 떼어가는 사모님 이야기까지 뜨악할 만한 사연이 많았다. 

후배의 이야기만 듣고 일반화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주변의 목사님들께 조심스럽게 여쭸다. “기자님이 몰라서 그렇지 교회 가면 이런 일들 다반사에요.” 일종의 ‘오너 갑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평소 신뢰하던 한 목사님의 대답에 분노를 넘어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믿는 기독교는 이런 것이 아닌데, 분명히 교회는 종교개혁 이후 중세교회의 수직적 개념을 몰아냈고, 신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평등주의가 자리 잡았다. 구한말 처음 기독교가 들어왔을 당시에도 이같은 평등사상이 지식인들과 피지배 계층에게 크게 작용하면서 계급 제도 타파의 근거를 제공했다. 갈라디아서 3장에서 저자는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27~28)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생각해볼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주날개그늘교회 남오성 목사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갑질의 기저에는 목사님들이 사회통념을 그대로 따라가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 목사는 “과거에는 사회에서도 갑질이 만연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 두 번이야 애교로 봐줄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이 관행처럼 되어버린다면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베소서 5장 21절 말씀처럼 우리가 피차 복종한다면 예수님과 초대교회가 보여준 수평적 전통을 다시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존경받는 기독교로 칭송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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