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무더위 속에서 ‘용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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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도 무더위 속에서 ‘용접’ 시작
  • 이수일 목사
  • 승인 2018.09.2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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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목사의 농어촌교회 예배당 건축기 - 1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오늘은 경기도 평택을 찾는 날입니다.

농어촌선교회가 해마다 예배당 건축을 하는데 이번엔 평택에서 아담한 예배당을 짓기로 한 것이죠. 사정없이 기승을 부린 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예보와는 달리 실제 온도는 38도를 가리키고 있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우리가 이번에 소화해야 할 일정은 용접공사였습니다.

목사님들 가운데 용접을 할 줄 아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나 실제로 용접을 하는 분들은 생각보다 여럿이 있습니다. 개인 사정 때문에 현장에 조금 늦게 도착해 보니 벌써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당초 너무 더워서 몇 분 오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는데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오셨습니다.

이번 공사가 갖는 특별한 의미는 백석과 대신이 통합한 이후에 양 교단 목사들의 합작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대신과 백석 출신의 농어촌교회 목사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면서 하나 된 마음으로 주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통합의 의미와 결과를 상징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다른 특이점은 이번에 짓는 예배당건축 공사에 전국장로연합회가 2500만원이라는 거액을 후원했다는 겁니다. 해마다 예배당건축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항상 부족하기에 여기저기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니 여간 감사한게 아니죠. 지면을 빌려 전국장로연합회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연 이틀 동안의 공사는 12명의 목회자들이 서로 아름답게 협력하면서 3~4일은 걸려야 하는 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했습니다. 7년 전 예배당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서 공사 진척도 매우 느리고 마음의 부담도 상당했는데 이제 한 해, 두 해가 지나다보니 생각보단 노련한 일꾼으로 전문화(?)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모든 분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사물을 보는 시야나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일의 피로도도 쉽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 예가 다름 아닌 저에게서 확인되었죠.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치다보니 사방은 어두컴컴해지고 속히 식사장소에 갈 요량으로 냅다 달리다 남의 집 처마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겁니다. 눈 부위가 일명 슬레이트지붕에 부딪쳤는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고 말았죠.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피는 쏟아지고, 틀림없이 눈은 터진 것 같으니 잠시 순간이라도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평택에서 제일 크다는 야간병원 응급실을 찾아 20바늘을 꿰매는데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눈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늦은 시간, 각각 집으로 돌아가야 할 동료들이 한 분도 가지 못한 채 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동료들에게 걱정거리가 된 게 미안했고, 해당교회 목사님 내외에게 무엇보다 미안했습니다.

주일예배 시 붓기가 많이 가라앉은 탓에 강단에 서서 감사거리 몇 가지를 늘어놓았습니다. 누구보다 내가 다친 게 감사, 50바늘의 절반도 안 되는 20바늘을 꿰맨 것에 감사, 제 얼굴에 볼 것은 눈 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눈이 안 다쳐서 감사, 35년 동안 아픔이나 사고 때문에 주일강단을 비운 적이 없는데 그 기록을 이어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이참에 교인들과 가족에게 쐐기를 박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마디 더 붙였습니다. 목사가 부상을 입었다는 것 때문에, 다음부터 공사현장에 가지 말라, 위험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쉬운 일만 하라, 그 힘든 일 안 하면 안되냐 등등의 얕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다음번에 갈 때도 룰루랄라하며 편하게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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