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로만 다음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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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로만 다음세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9.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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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다음세대 사역에 봄은 올까. 당장 현실은 냉랭하게 부는 겨울바람에 콧등이 시리다. 사역 일선에서는 교회학교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한국교회 부흥을 견인했던 대학생 선교단체들도 예전 같지 않다. 사정은 나이가 들수록 태산이다. 사회초년생들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씁쓸한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10~20대의 상당수는 교회에서 고개를 돌렸다. TV 저녁 뉴스의 단골메뉴가 된 대형교회 세습과 성추문을 보며 크리스천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다. 더 큰 걱정은 지금의 위기가 아직 초겨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문제는 청년세대와 주류 한국교회 사이의 괴리다. 교계는 바람 잘 날 없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수천 수억의 재정이 오가지만 청년들의 관심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도, 교단 총회장의 당선도 크리스천 청년들의 삶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것을 소위 ‘요즘 세대’들의 개인주의와 무관심 탓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단정하긴 힘들 듯 하다. 모태신앙으로 자랐던 기자도 교계 언론사에 입사하기 전까진 이렇게 많은 교단이 존재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연합기관이 통합할 때도, 교단이 찢어질 때도 언제나 ‘예수’의 이름을 내건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청년들의 공감을 잃어버린 교회가 외치는 ‘다음세대의 위기’는 공허할 뿐이다. 벅찬 현실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잘 나가는 교회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교회를 원한다. 건강한 신앙 공동체를 향한 수요는 커지는데 역설적이게도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의 수는 줄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복음은 부끄럽지 않지만 교회는 부끄럽다”는 청년들의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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