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복음의 진리, 어떤 그릇에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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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복음의 진리, 어떤 그릇에 담을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9.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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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31) - 시대 따라 달라지는 전도 도구

직접적 복음 선포에서 관계 형성으로, 최근엔 소통의 장으로 활용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복음’, 전도 도구 맹신하는 것은 위험

‘예수천당 불신지옥’ 한국교회의 전도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호다. 단 여덟 글자로 기독교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이 구호는 어느새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차별 전도의 대명사로 전락해버렸다. 매스컴과 대중들은 기독교를 배타적이고 비상식적이라며 비판할 때 이 구호를 언급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비단 ‘예수천당 불신지옥’ 뿐이랴. 전도지, 티슈, 펜, 혹은 찻잔 속에 담긴 전도 문구들도 너무 쉽게 외면 받고 버려지는 시대다.

물론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는 분들의 마음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시대에도 ‘예수천당 불신지옥’의 외침을 듣고, 거리의 전도지를 보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영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복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지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변해야 한다. 정말 다음세대들에게 절실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싶다면 그들의 언어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주 연중기획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에서는 복음을 담는 그릇, 전도 도구에 대해 살펴봤다.

▲ 대표적 전도 도구인 4영리를 간단한 심볼로 표현한 CCC의 ‘4Points’.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담는 그릇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사진:CCC VLM)

‘복음 선포’에서 ‘관계 형성’으로

교회의 전도 방법은 그동안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 전통적 방식의 전도 도구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하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광장에서 외치는 전도에서부터 길거리에서 전해지는 전도지와 티슈들에는 하나같이 복음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 죄의 문제들로 대상자들의 회심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도구가 바로 ‘4영리’ 전도책자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구호가 다소 자극적인 문구를 담고 있는 것에 반해 4영리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신다’는 축복의 선언으로 시작된다. 축복과 희망의 메시지로 마음을 여는 4영리는 오랫동안 한국교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도 도구 중 하나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전도 거부 카드’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독교와 전도 행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 같은 선교단체에서는 지금도 4영리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지만 수많은 거절과 냉대를 마주해야만 한다.

길거리 전도는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는 무용지물이 돼버린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이제 전도의 중점이 단순히 복음 메시지의 선포에서 관계 형성으로 옮겨지고 있다.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무턱대고 죄의 문제를 들이밀기 전에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50가지의 그림으로 마음을 여는 것을 유도하는 ‘솔라리움’이 대표적인 관계 전도 도구라 할 수 있다. 전도 대상자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림을 선택해 이야기하도록 하면서 자연스레 삶을 나누게 된다.

 

다음세대를 위한 복음의 그릇

‘솔라리움’이 전도 대상에게 다가가는 접근법의 변화였다면 ‘뉴미디어 전도’는 복음을 담는 매체의 변화다. 다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만큼 뉴미디어를 활용한 전도 방법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전통적 선교 도구인 4영리도 새 옷을 입었다. CCC의 VLM(Virtually-Led Movement) 팀에서는 아기자기한 아이콘으로 변신한 4영리, '4points' 전도지를 개발했다. 또 샌드아트를 활용해 4영리 핵심 내용을 소개하는 ‘샌드아트 4영리’도 만나볼 수 있다.

4영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복음 메시지를 전하는 ‘Short Film’도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로 전도 도구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CCC VLM팀은 “복음의 진리를 다음세대의 언어를 활용해 친근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SNS도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중요한 전도 도구다. 지난해 시작된 기독교 페이지 ‘316스토리’의 김용원 대표PD는 “전도의 열정은 계속돼야 하지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민하던 중 다음세대들의 소통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SNS라는 것에 착안해 페이지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316스토리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국내 전도대상자들을 넘어 이슬람권, 불교권 국가들에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김 대표PD는 “단순히 기독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도 호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 페이지의 궁극적 타겟은 믿지 않는 영혼들에게 복음적 콘텐츠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음의 핵심 잃지 말아야

전도 도구는 복음을 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지만 전도 도구만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도 도구는 복음을 담는 그릇일 뿐 본질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보기 좋은 포장지로 감싸더라도 복음의 핵심이 빠져 있다면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 웨신대 김선일 교수(전도학)는 “미디어를 포함한 새로운 매체는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뿐이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회심은 삶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복음 전파를 도구가 대신해줄 거라 믿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구호는 한국교회 위대한 신앙의 선배이자 순교자인 최권능 목사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짧은 구호가 강력한 힘을 가졌던 것은 단지 100년 전 과거의 일이라서만은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 최권능 목사 자신이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2000년 전 초대교회에서도, 100년 전 한국교회의 태동기에도,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인 전도 도구는 다름 아닌 예수를 따르는 크리스천들의 삶이다. 전하는 우리의 삶이 복음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대중들은 고개를 돌리고 만다.

김선일 교수는 “복음은 불특정 다수에게 들려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주시는 이야기”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한 개인이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서 변화된 삶이다. 먼저 변하지 않는 복음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 다음 도구의 활용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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