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에는 ‘남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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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에는 ‘남녀’가 없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9.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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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 여성 안수, 아직도?

여성 대통령, 여성 장관도 나오는 시대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국사회가 완전한 양성평등을 이뤘다고는 아직 말하기 힘들지만 조금씩 저울의 추가 기울고 있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영국의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도서관에 마음대로 갈 수도, 잔디를 맘껏 걸을 수도 없는 현실을 한탄했다. 적어도 지금은 남탕을 제외하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못가는 곳은 거의 없을 듯 싶다.

사회는 양성평등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데 유독 느린 발걸음을 걷는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교회다. 얼마 전 “여자라고 목사를 할 수 없는 교회가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 비기독교인 대학 후배의 질문에 괜히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후배의 눈빛에서 ‘설마’하는 마음을 읽었지만 “몇몇 교회가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규모 교단을 포함해 적지 않은 교단에서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다”고 씁쓸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믿음의 근거, 성경에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관을 일관되게 서술한다. 예수님은 ‘여자에게 토라를 가르치느니 불태우는 게 낫다’던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여성들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가르치셨다. 부활의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도 여성이었다. 바울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고 강조한다.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고 오직 복종하라”는 고린도전서 말씀(14:34)이나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디모데전서 말씀(2:12)을 내세우며 성경은 기록된 그대로 명료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고린도전서에 함께 기록된 “여자는 머리를 가릴지니라”는 구절(11:6)까지 명료하게 지키는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같은 성경임에도 어떤 구절엔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또 다른 구절엔 눈을 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성경이 기록됐던 시대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태도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백석대 최갑종 전 총장은 논문에서 “바울 서신이 기록됐던 당시 초대교회는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철저히 가부장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 안수는 논쟁거리도 될 수 없었다”며 여성 안수 반대의 직접적 근거로 바울 서신 구절을 내세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경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편지라 믿는다면 구절 하나하나에 문자적으로 목매기 보다는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은 구원의 은혜와 성령의 은사에서 여성을 배제하지 않으셨다.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롬 3:22)”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이제 교회도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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