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의 실패는 전도하지 않는 것 뿐”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30)크리스천이 ‘전도 열정’을 상실한 이유 김수연 기자l승인2018.09.14 15:09:21l수정2018.09.17 11:40l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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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전도의욕의 상실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마태복음 28장 19~20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내린 지상명령 ‘전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복음전파의 사명은 오늘날 모든 신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교회 현실은 2000년 전 예수의 명령과는 온도차가 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 한국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기독교인 의식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0.1%가 ‘전도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고 했다. 반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9%에 그쳤고 이마저도 천주교(73.8%)·불교(77.3%)보다 낮은 수치였다. 한때 뜨거운 전도열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교회의 열정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무엇이 우리를 전도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 것일까.

기독교 배척하는 사회
우선 전문가들은 많은 크리스천들이 전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현대사회에 반기독교 문화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절대가치가 없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발흥은 기독교에 큰 도전이 된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오직 예수님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란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더욱이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 천국에 대한 소망이나 영혼구원의 갈급함을 못 느끼는 이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기란 참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선한 사람은 그리스도와의 관계와 상관없이 천국에 간다고 말하는 교인들이 있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진리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엔 삶 자체가 메시지다. ‘무슨 메시지’를 전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잘 나가는데 독단적이고 미성숙한 신자들을 볼 경우 비신자들은 신앙 자체에 의심과 회의를 품을 수 있다. 왜 믿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헌신하는 요즘 세대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맹신을 요구하면 거부감을 준다. 이들에게 다가갈 땐 상식이 통하면서도 그 안에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일어나는 초월적 역사들을 인정하게끔 하는 겸손하고도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조언이 무색하리만큼 한국교회 현주소는 모순된 양상을 띤다. 기독교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와 타락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소위 ‘개독교’라고 지탄받는 상황인 것. 교회의 신뢰도 추락은 단연 전도를 막는 장애물로 직결된다. 심지어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는 경우로까지 이어진다. 2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웬만하면 주변에 굳이 크리스천임을 먼저 밝히지 않는다”며 “온라인상에서 좋은 기독콘텐츠를 봐도 댓글 달기가 부담스러워 혼자 조용히 보고 넘긴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21세기교회연구소 정재영 교수는 “기독교가 이 시대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주기 보단 고리타분한 도덕을 강조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크리스천들이 창피해하고 있다”며 “교회가 사회에 옳은 길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교인들은 비신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교회 안에만 갇힐 것이다. 왜 세상에 복음을 외치지 않느냐고 탓하기 이전에 한국교회 전체의 자성과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영적으로 고갈된 청년들
한편 전도의욕의 상실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헬 조선의 서글픈 자화상인 이들은 불안한 미래 앞에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는 물론이고 급기야 신앙마저 포기할 조짐을 보인다. 대학생 B씨는 “어느 세대나 다 힘들었겠지만 지금의 20대는 무자비한 생존경쟁에 내몰려 영적·육체적으로 고갈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도 교회는 오히려 청년들의 ‘헌신’을 강요하며 억지로 리더를 시키는 등 우리를 공동체 구성원이 아닌, 일을 해줄 사람으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아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지난해 5월 성인남녀 13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의 교회·종교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청년들의 고민해결에 미치는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38.8%로 ‘긍정적’(30.3%) 답변보다 더 많았다. 특히 ‘교회가 물질적·인적 도움을 준다’고 한 응답자는 겨우 3.6%에 불과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장근성 대표는 “교회에 나가도 청년들이 마음의 위로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전도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는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교회는 청년들을 일꾼으로 생각하고 여러 행사들에 동원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각박한 삶의 자리를 이해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청년 친화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 아침 대학생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 장학금을 지급하는 교회, 생활공간을 무료나 저렴한 가격에 내주는 교회, 창업을 지원하는 교회 등이 그 예”라고 조언했다.

그런가 하면 설상가상 교회 내 제대로 된 양육 프로그램이 부재한 사실도 전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가 예수님을 자연스레 설파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정작 이들을 제자로 길러낼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갖춘 교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요즘 학생들에게 복음적 ‘롤 모델’을 물으면 대개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결국 말씀으로 바로 서지 못한 청년들은 작은 상처에도 실망해 교회를 쉽게 떠나버린다. 이후는 더 위험하다. 복음적 훈련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교회도 돌아오지 않고, 도리어 교회를 비판하는 안티 크리스천이 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전도전략 꾀해야
이 같은 복합적 요소들로 한국교회 전도는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전도에 있어 실패란 전도하지 않는 것 뿐”이라며 다만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전도전략을 추구할 때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한국전도학연구소 김남식 박사는 얼마 전 한 포럼에서 “현재 전도의 위기라지만, 여전히 전도가 가능한 시대”라며 “구원의 기쁨과 은혜를 맛보면 저절로 주위에 전하고 싶은 게 전도다. 지금이야말로 성경 속 전도의 진정한 의미를 살피고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상갑 목사도 “오늘 우리의 문제는 전도가 안 되는 것에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전도를 하지 않는 데 있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도를 하면 반드시 열매가 있다”면서 “대신 무례한 전도는 지양하고 다양한 방법의 전도를 지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과거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쳤다면 지금은 삶으로 함께 전하는 선교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구별되지 않으면 전도가 힘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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