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떠나는 다음세대? 말씀과 예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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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떠나는 다음세대? 말씀과 예배면 충분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9.14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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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서 학생 예배 인도하는 최새롬 목사

20여개 학교 기독 동아리서 예배, 말씀으로 변화되는 아이들

다음세대 위기 원인은 ‘무관심’, 아이들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 교회 사역까지 모두 내려놓고 다음세대 복음화에 ‘올인’한 최새롬 목사, 인터뷰 내내 아이들과 학교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교회학교가 사라지고 있다고들 한다. 다음세대 사역이 위기라며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 싸맨다. 하지만 이미 교회에서 마음이 떠난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뾰족한 수가 눈에 띄진 않는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히려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예배 모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복음을 듣기 원하는데 정작 다음세대 사역에 헌신한 목회자가 적다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말씀을 들을 아이가 없다며 울상인데 다른 한 쪽은 말씀을 전할 사역자가 없다며 지원 요청을 보낸다. 같은 나라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반대다.

모두가 ‘다음세대 사역이 쉽지 않다’고 말할 때 ‘다음세대 사역은 부흥할 수 있다’고 외치는 돈키호테가 누군지 궁금했다. 대한민국 11,000개 학교마다 예배가 세워지는 것을 꿈꾸는 학원복음화선교사 최새롬 목사(35·할렐루야교회 파송)를 분당에서 만났다.

 

예배로 아이들이 바뀝니다

월요일 오후, 바쁜 걸음으로 차에 시동을 거는 최새롬 목사. 다른 목회자라면 당연히 교회로 출근했겠지만 그는 운전대를 돌려 근처 고등학교로 향한다. 학교엔 눈대중으로 세어 봐도 100명은 돼 보이는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기 위해 최 목사를 기다리고 있다. 교회에선 다음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며 ‘위기’를 부르짖고 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풍경이다.

“축복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경쾌한 찬양으로 시작된 예배는 최 목사의 메시지와 기도로 마무리된다. 예배 시작 전에는 영락없는 10대 장난꾸러기들이지만 말씀을 듣는 표정만은 사뭇 진지하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먼저 기독교 동아리를 만들고 최 목사에게 예배를 인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신대원을 졸업하고 교회에서 청소년 담당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새벽기도회 인도 후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집사님이 갑자기 찾아 오셔서 ‘목사님, 기도 중에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학교에서 예배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CA(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예배를 드리던 것이 지금은 20개 학교를 넘어 섰습니다.”

예배가 시작된 첫 해인 2011년엔 CA시간을 이용했지만 그 다음해부터 학교가 주 5일제로 변경되면서 기독교 동아리 모임 형태로 바꿨다. 아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점점 참석하는 아이의 수가 늘었다. 처음엔 교회 다니는 아이들만의 모임이었는데 이젠 믿지 않는 아이들의 비율이 60%가 넘는다.

“어느 날은 학생 한 명이 찾아와서 ‘목사님, 사실 자살을 하려고 준비까지 모두 마쳤는데 예배에 참석하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라고 고백하더군요. 매일같이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던 아이가 예배에 나온 후 싹 끊었다는 간증도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이들을 바꿔놓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할 때마다 너무 감격스러워요.”

다음세대들이 변화될 수 있었던 ‘묘수’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최 목사의 간증은 시종일관 ‘기도’로 시작해 ‘예배’로 끝났다. 교회에서 떠났다고 여긴 아이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닌 참된 진리, 복음이었다.

“제가 사실 특별한 달란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예배만 드렸어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예배를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흥하는 교회에서 청소년부를 맡아 신나게 사역하다가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니 처음엔 벽에다 설교하는 것 같았단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오직 하나님만이 이 아이들을 변화시키실 수 있음을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최 목사는 고백했다.

“아이들이 영적으로 갈급해 있어요. 공허한 마음이 계속 채워지지 않으니까 유튜브, 술, 담배, 포르노에 빠지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다고 얘기해주면 아이들이 바뀝니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아이들의 대화가 달라져요. 다음세대 사역의 길이 다른 곳에 있지 않아요.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 우리의 일상에 오셨던 것처럼 우리도 복음을 들고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성남 A중학교 기독 동아리 예배에 참석한 학생들.

무관심이 위기, 관심과 헌신 절실

최새롬 목사의 일주일은 쉴 틈이 없다. 학교마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 비슷하다보니 한 쪽의 예배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다음 학교로 출발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예배를 인도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는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최 목사가 말씀을 전할 사역자들이 부족하다고 한국교회에 호소하는 이유다.

“다음세대 사역의 위기는 다름 아닌 무관심에 있다고 봅니다. 다음세대 사역자들이 대부분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사역을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청년 때에는 헌신하다가도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전방에서 전투를 하는 병사에게 보급이 지원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싸울 수 없는 실정입니다.”

최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는 학교는 현재 20여 개.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벅찰 만큼 많은 수지만 우리나라에 1만개가 넘는 학교가 있음을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는 헌신할 사역자만 있다면 충분히 모든 학교에서 예배 공동체를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다음세대 사역자를 향한 교단과 교회의 지원이 필수다.

최 목사가 한국교회에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교회를 확장하려는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복음 전파의 본질에 집중해달라는 것.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최 목사가 아닌 교육현장 일선에 있는 기독교사들의 호소다. 그는 기독교사들이 교회와 연계해서 사역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한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예배가 세워지는 것까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곳저곳에서 예배를 인도해달라고 요청이 와요. 그런데 예배를 맡을 사역자가 부족해 지역 교회와 연계하고자 했더니 기독교사분들이 난색을 표하더군요. 학교에선 특정 교회나 단체를 홍보해서는 안 되는데 복음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소개하다보니 모임이 와해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교육현장은 공적 영역에 속하는 만큼 종교와 관련되면 한 층 더 민감해진다. 게다가 교사들에게 학교는 생계를 책임질 일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학교에서 특정 교회나 단체를 내세워 문제가 된다면 당장 곤란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모임을 주선했던 기독교사들이다.

“학교에서 예배가 세워지고 자리를 잡으려면 보통 1년이 걸립니다. 그 처음 1년 동안 선생님들은 조심스럽게 지켜보시고 뒤에서 도와주세요. 그런데 정말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진심을 보여준다면 1년 뒤엔 너무나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앞에 나서 주시거든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준비된 마음으로 예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가 그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헌신된 사역자를 보내달라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애타는 목소리에 최새롬 목사는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예배 인도자를 기다리는 학교와 학원복음화에 헌신하려는 다음세대 사역자들을 연결시켜 주기로 한 것. 공교육 현장에서 지혜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준비 중이다. 최 목사는 다음세대 사역에 뜨거운 기도와 관심으로 함께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다음세대 예배는 기도로 시작됐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다음세대를 위해 뜨겁게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도로, 마음으로, 또 행동으로 함께 해주십시오. 다음세대 사역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이 길에 함께 한다면 다음세대 복음화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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