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과 한교총 기구통합 이번에도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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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과 한교총 기구통합 이번에도 물 건너가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9.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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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기구 통합 추진 난항…9월말 성사 가능성 미미
재정문제 관련 상호 신뢰부족…직원승계 문제도 이유
▲ 한기연과 한교총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기구 통합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앞으로 통합을 추진해 갈 것입니다”

지난달 17일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이동석 목사)과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전계헌, 최기학, 전명구, 이영훈 목사)이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신상범 목사가 또다시 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통합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양 기구는 이 자리에서 8월말까지 통합을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한기연과 한교총 통합이 물 건너 갈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양치기 소년이 될 여지가 높아졌다. 약속했던 8월말은 이미 지나갔다. 한교총이 상임회장단 회의를 열고 9월말까지 기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연합기관 통합은 2015년부터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창립총회까지 개최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관용어처럼 언급됐지만, 9월 말까지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양치기가 될 수 있다.

양통합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7개 합의사항에 따르면, 통합총회는 12월 첫 주에 개최하고 3명의 공동대표와 1명의 이사회 대표를 추대하기로 했다.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고 공교단 중심으로 운영하며, 한기총과 통합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하지만 본지가 최근 동향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차례 물밑협상만 있었을 뿐 통합추진위원회 간 공식회의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한기연 권태진 통추위원장과 한교총 신상범 통추위원장이 통화만 몇 차례 했을 뿐이다. 

완전한 기구 통합을 마무리하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만나야 했다. 통추위 합의사항은 임원회에 보고되고 임원회가 임시총회를 소집해 통합을 결의해야 하는 것이 절차다. 그러나 임시총회 개최는 지금까지 양측에서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8월 17일 발표된 통합 합의사항은 10가지였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합의서 초안에 따르면, ‘한국기독교연합의 법인을 사용한다’, ‘정관은 2017년 8월에 합의한 정관을 기준으로(준영하여) 12월 총회에서 개정한다’, ‘양 기관 사무실은 한교총 사무실로 통합하여 9월부터 사용한다’는 세 가지가 막판에 빠진 것이다. 

한교총 총무단 모임에서 한기연 내 재정문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다는 정보가 확인되면서, 추가적인 확인 없이 한기연 법인 사용과 사무실 통합 등을 서두를 수 없다는 신뢰문제가 대두되었다.  

통합 합의서는 대표회장이 서명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통합추진위원장이 서명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급기야 한교총은 8월 27일 상임회장단에서 “법인과 정관, 이사와 직원, 사무실과 재정 등 과제 중에서 총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확인한 후 진행하고, 9월말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법인 설립절차를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한기연도 8월 30일 임원회 형식의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이 자리에서 상당수 참석자들은 한교총이 무례하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사실상 통합 합의는 무산되는 방향으로 논의는 흘렀다. 

한기연 관계자는 13일 임원회에서 기구 통합이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히려 선관위를 구성해 12월 단독 총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통합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다. 보장된 임기와 정년을 지켜줄 것인지, 명예퇴직 시 어느 선에서 예우할 것인지도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양 기구 핵심 실무자들은 “통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9월 말까지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중단하지 않고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며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협상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교총 신상범 통합추진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통합이 무산됐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의외로 통합이 쉬워질 수 있다”면서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공문으로 요청한 것에 대해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다. 직원승계, 재정문제 등은 지엽적인 것일 수 있다”며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기연 권태진 통추위원장은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 제가 한기연 대표회장을 예정하고 있는데 통합을 추진하는데 의아한 분들이 있지만, 한국교회 하나가 되는데 자리욕심은 없다”면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추진상황에 대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보통 때와 달리 지난 10일 연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기연 통추위원은 “이번에도 통합이 이뤄지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큰 교단들이 대부분 나간 상황에서는 한기연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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