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아멘’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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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아멘’은 위험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9.11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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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의심하지 않는 기독교인

‘가짜뉴스’의 온상 되는 원인으로 지목

고등부 교사로 섬기던 때였다. 여느 때처럼 공과공부를 마치고 마무리 기도를 하려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세종대왕이랑 이순신 장군은 지옥에 갔나요?”

이날 공과는 믿음과 구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아무리 선한 일을 했더라도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선택할 여지조차 없던 일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분명히 우리가 납득할 만한 심판을 하실 거야.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선한 일을 했다고 해도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거야.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렴.”

나 역시도 어린 시절 궁금해서 어른들께 물어봤던 내용인지라 다행히 답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속으로는 그 학생의 질문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초등부· 중등부 교사를 할 때와는 다르게 고등부 교사를 할 때는 질문을 받는 일이 흔치 않아서 미처 준비를 못했던 탓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 것이다. 질문을 하는 자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목사님이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100이면 100 ‘아멘’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은혜로운’ 것이라고 학습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한 SNS 단체톡방에 초대가 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목사님이 초대한 방이었다. 그 방에는 30분이 멀다하고 각종 기사 링크가 올라왔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면 황당한 내용들이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낭설들이 마치 사실처럼 보도되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기도제목’이라는 머리말을 달고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들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귀한 정보 감사하다”며 “공유하겠다” 혹은 “함께 기도하겠다”는 의사를 남기고 있었다.

참고 넘기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내 채팅방에서 나왔지만 찝찝함은 여전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전달된 내용에 대해 한 번쯤은 의심을 품고 사실 확인을 해본다면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 텐데 그저 자신이 신뢰하는 목사님 혹은 장로님 혹은 집사님으로부터 받은 내용이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또 한 가지는 신앙을 명분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비판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어쩔까나 한국교회’의 저자 신성남 집사는 “무조건 믿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의 회당 집회에서는 누구나 성경을 읽고 가르치고 묻고 답할 수 있었다”며 “오늘날 개신교는 그 회당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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