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 남성 목소리만 대변하는 한국교회?

[이슈]교계 차세대 리더십 부재 손동준 기자l승인2018.09.11 01:09:21l수정2018.09.11 01:41l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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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연합기관 및 교단 정기총회에 드러난 실태
“나이든 사람들 모여 정치하는 곳” 인식 바꿔야

“이번 한국교회 남북교류 협력단 발족 행사 참석자들 95%가 장노년 남성들이며, 조직표에도 교단 단체를 대표하는 극소수 이외에 모두 남성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 평화통일운동에서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는 데 실망이 컸습니다. 이래선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내다보는 운동이 될 수 없습니다.”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18년 정책협의회에서 이문숙 목사(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 부위원장)가 ‘화해와 통일 정책 토론을 위한 발제’ 말미에 참석자들에게 작정한 듯 건넨 쓴 소리다. 

이 목사의 말처럼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인사 대부분은 장노년 남성들이다. 교회에서 흔하게 쓰는 ‘차세대’라는 용어가 무색한 대목이다. 차세대 리더십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으로 자라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올바른 차세대 리더십의 구축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교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리더십 편중’현상에 대해 살펴봤다.
 

개신교 전반의 고령화

차세대 리더십의 부재를 살펴보기 앞서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이 한국 개신교 전체의 고령화 현상이다. 2015년 실시된 인구센서스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인구수와 대비해 볼 때 개신교에서는 40대 이상 교인들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05년 대비 2015년 인구 증감률’에서 40대 총 인구는 5.5%증가한 반면, 40대 개신교인은 16.6% 증가했다. 50대에서도 총 인구는 55.7% 증가한 반면, 개신교인은 67.7% 증가해 12% 높게 나타났다. 60대는 그 격차가 가장 컸는데, 총 인구 증가 폭이 48.6%, 개신교인 80.1%로 무려 31.5%의 큰 격차가 나타났다.

지앤컴리서치의 지용근 대표는 “30대 이하 교인들의 증가세보다 40~60대 교인들의 증가세가 훨씬 크다.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고령화보다 더 급격하게 고령화 되고 있다”며 “한국교회 고령화는 한국교회의 정치적 보수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런 개신교인의 고령화가 교회 리더십의 고령화와 연결되어 교회 내의 세대별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교회 내 의사결정의 문제를 낳는다는 점이다.
지용근 대표는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30대와 40대가 교회의 의사결정 기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른 중심의 고령화 교회로는 다음 세대를 품어내기 어렵다”며 “40대가 교회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20~30대와 50~60대의 균형을 잡는 리더십 구조를 하루 빨리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목소리 담아야

장로교회의 1년 살림살이가 결정되는 정기총회에서도 연령과 성별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03회를 맞은 올해 예장 통합총회(총회장:최기학 목사) 총대 평균연령은 62.37세로 61.91세이던 101회와 62.17세이던 102회에 비해 점차 증가했다. 지난 3년 동안 총대 가운데 30대 총대는 한 명도 없었다. 올해는 40대가 13명, 50대가 388명, 60대는 1,018명으로 가장 많았다. 70대도 45명이나 됐다.

감리교의 경우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존재한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정회원으로 11년 이상 활동한 경력자에게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11년 급 이하는 아예 선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민주사회의 ‘기본권’ 차원에서도 선거권 확대가 매년 요구되고 있다. 

감리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 목회자들은 이같은 현실을 빗대 연회와 지방회 등 교단 차원의 각종 행사를 ‘원로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연회나 지방회 현장을 보면 30~40대 목회자들은 의견 개진은커녕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감리교 목회자 모임 ‘새물결’의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양 목사는 “지금의 제도에서 젊은 목회자뿐 아니라 여성 혹은 소외계층의 의사가 반영될 길이 전혀 없다”면서 “감리회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나이 많은 목회자들만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선거권을 확대하고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식 바꿔줄 제도 개선 시급

젊은이들로 구성된 캠퍼스 선교단체의 경우, 여성 리더십을 세우고 싶어 했지만 대부분 결혼과 육아로 리더십이 되기 전에 사임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여성 리더십에 대해 열려 있는 단체들도 육아와 결혼이라는 이슈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싱글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비혼현상’이 확산되면서 여성리더십이 자리 잡는 사례가 생기고는 있다”고 소개했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청년 및 여성 리더십의 확산을 위해 일찌감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교회협은 여성 리더십과 청년 리더십 양성을 위한 ‘30%원칙’을 헌장에 담고 있다. 

교회협 정의평화국장 강석훈 목사는 “최소 30%를 여성과 청년에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헌장에 담겨 있지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교회협에서는 여성과 젊은이에 대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연합운동의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전 이사장인 고시영 목사는 연합기관 관계자들의 고령화를 지적하면서 “연합기관이 나이 든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나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는다면 젊은 사람들이 더욱 들어오기 꺼려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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