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복음, 한손엔 비즈니스 들고 땅 끝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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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엔 복음, 한손엔 비즈니스 들고 땅 끝까지 갑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9.0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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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비즈니스 선교의 선구자, 열방네트워크 선교회

25년 전 BAM 뛰어든 열방네트워크 대표 이평안 선교사

“선교가 비즈니스고 비즈니스가 선교” 총체적 선교돼야

▲ 비즈니스 선교를 위한 조언을 구하자 이평안 선교사는 먼저 삶을 드리라고 도전했다.

“선교를 한다면서 무슨 장사를 하고 있냐”

불과 20년 전만해도 ‘비즈니스 선교’를 하겠다고 하면 들어야 했던 핀잔이다. ‘선교’와 ‘사업’은 도통 어울릴 수 없는 자석의 양 극과 같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Business As Mission’을 줄여 ‘BAM’ 이라고도 불리는 비즈니스 선교는 미래 선교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략이 됐다.

비즈니스 선교는 2000년대 초반 서구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0년이 지난 2010년대 이후부터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비즈니스 선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먼저 뛰어든 한국 선교단체가 있다. 1993년 비즈니스를 도구로 개척선교를 하기 위해 설립된 열방네트워크(All Nations Network, ANN)이다. 단체를 설립하고 25년째 한국 비즈니스 선교를 이끌고 있는 ANN 대표 이평안 선교사를 만나봤다.

선교는 곧 비즈니스다

비즈니스 선교는 전통적 선교사 비자로 활동하기 힘든 이슬람권, 공산권 국가들에 활로를 뚫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사업가로 활동하던 이평안 선교사가 비즈니스 선교를 시작한 계기도 여기에 있었다. 선교사로는 들어갈 수 없는 지역도 사업가의 명함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복음을 전하려는데 선교사로 살아가기 힘든 지역이 많이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결론은 비즈니스였어요. 비즈니스는 공산권, 힌두권, 이슬람권 어디든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요.”

이 선교사는 25년 전만해도 이단이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비즈니스 선교사로 훈련시키기 위해 청년들과 합숙을 하고 함께 장사를 하다 보니 ‘젊은 애들 데려다 앵벌이 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며 웃었다. 그래도 지금은 다른 선교단체에서도 ‘비즈니스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함께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 선교는 아직까지 대안적 성격의 선교 전략으로 논의된다. ‘선교사 입국이 힘든 곳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 혹은 ‘선교사가 후원 없이 자비량으로 활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도구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 비즈니스 선교 분야를 개척했던 이평안 선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대안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그저 도구에 머물러서는 선교까지 실패하고 말 겁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있는 현지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면 곧 선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즈니스가 선교고 선교가 곧 비즈니스인 총체적 선교가 돼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비즈니스가 선교고 선교가 비즈니스’라는 생각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선교와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에 집중하다보면 선교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할 수도, 반대로 선교에만 힘을 쓰다 사업이 쫄딱 망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이 선교사는 철저한 ‘훈련’과 ‘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균형 잡힌 비즈니스 선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NN의 정규 선교사 훈련과정을 처음 접한다면 ‘이게 정말 선교사 훈련과정이라고?’라며 되물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 선교사가 되기 위한 훈련과정에는 진한 땀 냄새가 배겨있었다.

훈련은 일용직 노동자 생활로 시작된다. 한 달 동안 현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훈련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고된 작업 환경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법을 훈련하면서, 직접 땀 흘려 재정을 마련하게 된다.

노동을 통해 모은 돈은 다음 한 달 동안 하게 될 장사의 종잣돈으로 활용된다. 훈련생들은 직접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할지 고민하고 거리로 나선다. 이 때의 경험은 이후 맨 몸으로 부딪힐 선교지에서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 모든 과정 속에 영성 훈련이 병행되는 것은 물론이다. 거친 노동으로 땀을 흘리고 난 후에도, 거리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훈련생들은 쉬지 못한다. 저녁부터 선교 훈련과 영성집회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안 보내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훈련의 고삐를 늦출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돈을 다룬다는 것은 영적으로 철저히 준비돼있지 않으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성육신의 마음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선교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 열방네트워크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선교회의 비전. 실크로드 지역은 공산, 이슬람권 등 전통적 선교사 비자로 활동하기 힘든 국가들이 많다.

이제는 ‘빅 비즈니스’

ANN의 사역은 주로 전통적 선교가 어려운 지역에서 진행된다. 가장 활발하게 사역이 펼쳐지는 곳은 중국과 파키스탄이다. 워낙 선교사 추방이 잦고 위험한 지역이라 구체적인 선교활동을 소개하긴 힘들지만 다양한 매장과 사업장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열방네트웍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직원을 채용하며 조심스럽게 복음을 전한다. 그러다 여건이 되면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린다. 이후 믿고 교회를 맡길만한 현지인 리더가 세워지고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미련없이 그들에게 이양하고 다른 지역을 섬기기 위해 떠난다. ‘내 것’으로 여기고 이양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선교가 아니라 비즈니스일 뿐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슬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사역이 진행된다. 하지만 수년간의 중동 사역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보통 중동 선교를 말하면 복음 전파의 어려움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앞서 비즈니스로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선교사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선교는 규모와 양상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몰 비즈니스’로 중동의 주류사회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선교에 있어서도 ‘빅 비즈니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규모가 필요해졌어요. 우리의 비즈니스는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요.”

 

비즈니스 선교를 꿈꾸는 이들에게

BAM이 선교계에서 뜨겁게 회자되는 요즘 한국교회는 비즈니스 선교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이평안 선교사는 한국교회 안에 잠재된 자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인생의 하프타임에 서 있는 이들이 비즈니스 선교에 동참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이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모두 내려놓고 예배만 드리며 신앙생활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은 언제든 여러분의 인생을 사용하시고 더 귀한 도구로 빚어 가시는 분입니다. 남은 삶을 그저 예배자로 머무르기보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선교사를 꿈꾸면서 비즈니스 선교를 고려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선교에 동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익숙한 선교 영역이 아닌 만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비즈니스 선교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 선교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단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라나타,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라고 찬양하잖아요. 주님은 복음이 땅 끝까지 전해져야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마라나타라고 말만 쉽게 하지 정작 자신의 삶을 선교를 위해 드리는 데는 주저함이 많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모두 하나님이 거저 주신 것인데 기쁘게 드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선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진정성 있는 하나님의 자녀로, 주의 날을 위해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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