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살찌우는 공정여행…“믿음은 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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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살찌우는 공정여행…“믿음은 행하는 것”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9.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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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코인트리 한영준 대표가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

오늘날 청년들은 ‘지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불확실한 미래를 좇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이 유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소확행이 대세라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될까? 이 같은 다소 회의적인 물음에 당당히 손을 드는 이가 있으니 바로 (사)코인트리 한영준 대표(34세·전북 진안 성산교회)다. 공정여행가로서 지난 9년여 간 세계 일주를 하면서 100원씩을 기부 받아 개발도상국에 집·학교·병원을 지어준 그를 만나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세계여행으로 깨달은 불평등
한때 유행처럼 떠돌던 ‘공정여행’이란 단어. 쉽게 말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물건을 쓰자’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소비하는 돈이 현지인에게 이익이 되게 하자는 취지로 가령 스타벅스·맥도날드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이용하지 않고 현지 식당을 이용하는 식이다. 숙박 역시 외지인이 운영하는 호텔 대신 현지인 집에 묵는 걸 택한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아무리 관광객이 많아도 가난한 나라는 계속 가난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도대체 그 수많은 여행객들의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외국기업의 해외진출로 일부 상위계층만이 관광지의 수입을 독점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자본주의의 폐해에 눈을 떴죠. 결국 저부터라도 현지 게스트 하우스나 음식점을 이용해서 현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공정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선뜻 공정여행의 길로 들어선 건 아니었다. 사실 그의 원래 꿈은 그냥 ‘세계여행’이었다. 22살 때부터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을 정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교회에서 “5대양 6대주를 향해 나아가라!”는 목사님의 설교에 도전 받아 세계를 품어보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만 품으면 무엇 하나. 직접 발로 뛰어보자는 생각에 ‘3년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당도한 태국에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 현지여성을 만나고 회의감을 느꼈다.

“그 친구를 보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나 같이 못난 사람도 잘 사는데 똑똑하고 예쁜 저 여성은 왜 그리 비참하게 살아야 할까 싶었죠.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결국 세상의 불공평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내가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아야겠다는 결단을 했죠. 마침 제가 여행가였기에 공정여행가가 된 거지 만약 정치가였다면 공정정치가, 사업가였다면 공정사업가가 됐을 겁니다.”

100원이 만든 ‘십시일반 기적’
눈여겨볼 점은 공정여행의 개념을 확장한 한영준표 독특한 지불방식이다. 현지인 집에 공짜로 머물면서 아낀 숙박비와 100원씩 기부 받은 돈을 합쳐 집·학교·병원 설립 등 빈민구제를 위한 나눔을 베푸는 것. 때로는 가족사진 찍어주기·한글교실·레크레이션 같은 봉사를 펼치기도 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가난하지만 부자여행’인 셈. “현지인들과 같이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친해지고 그들의 필요를 알게 돼요. 예를 들어 대가족이 조그만 방에서 지내면 집을 지어주고 배고픈 이에겐 밥을 사주고 가난한 아이들에겐 학비를 대주기도 합니다.” 

2009년 공정여행을 시작한 한영준 대표는 지금까지 스리랑카·과테말라에 집과 농장, 도서관을 지었다. 2015년에는 볼리비아 뽀꼬뽀꼬에 ‘희망 꽃 학교’를 세우기도.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대부분 영양결핍에 걸린 현지 아이들에게 매일 점심을 공짜로 먹이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 인근 마을에 사는 학생들에겐 학용품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위생교육과 성교육까지 해준다. 현재 그는 또 다른 사업, 멕시코 칸쿤에 병원을 짓는 ‘구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쯤 되면 100원짜리 ‘동전 구걸’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밥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전략이 빛을 발했다. 사랑의 향을 주변에 전한다는 의미에서 한영준 대표는 ‘국제 꽃거지’란 별명도 얻었다. 소액모금이지만 활동내역을 SNS와 정기메일로 투명하게 공개한 덕분에 개인으로 시작한 사역은 어느덧 비영리 사단법인 ‘코인트리’로 성장했고 2011년경 10여명에 불과하던 정기후원자도 4400여명으로 늘었다. 그렇게 8년 넘게 기부 받은 금액만 4억원 가량에 이른다. 

하지만 기업으로부터는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후원도 매달 100원부터 최대 1만원만 받는다는 원칙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다. 그가 이토록 소액모금을 고집하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청년들이 소액모금의 힘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부했던 자신들의 동전이 희망이 필요한 이들에게 얼마나 멋진 일을 안겨다주는지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자가 아닌, 많이 나누는 자니까요.” 

행함이 있는 믿음
한영준 대표는 한국에 와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비행기 티켓 등 사비로 충당하는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서다. 스스로의 재능을 십분 살려 사진전·토크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학교와 기업·교회에 강연을 나가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며 기부금을 모으기도. 이렇게까지 열심인 까닭을 묻자 “세상에서 기아를 없애는 게 꿈”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지구 반대편 아이들이 빈곤에 시달려 굶고 아프고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 정말 아니잖아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 믿어서 건물 올리고 성공했다’가 아닌 ‘하나님 때문에 1천명의 영혼을 살렸다’고 고백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 마음이 있는 곳에 제 마음이 있기를, 하나님이 바라보는 영혼에 제 두 눈이 향하길 원한다는 찬양이 제가 드리는 기도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단지 ‘착한 일’을 하는 것이지 ‘선교’를 하는 게 아니라며 박수갈채를 거부한다. “선교라 하면 너무 거창할뿐더러 많은 이들이 꼭 ‘희생’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요. 그런데 하나님이 아무 것도 아닌 제게 값없는 사랑을 주셨듯이, 제게도 누군가를 도우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즐거운 일이에요. 전혀 힘들지 않죠. 다만 저는 야고보서2장17절 말씀처럼 그저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갖고 싶을 뿐입니다. ‘기도해 줄게’라는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돕는 거죠.”

끝으로 그는 꿈을 포기하는 청년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기도를 하면 꿈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룰 행동력이 상승해요. 저도 초반에 3000명을 만나 구걸했고 그중 딱 17명만 기부해줬어요. 2983번을 거절당했지만 두려워하면 안 돼요. 그 사람들은 내 얼굴도 기억 못하고 관심도 없어요. 또 꿈을 이룰 때 굳이 나 혼자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진정 원하는 게 있다면 같이 가자고 다른 이들에게 구걸해 보세요. 대학 졸업장도 없는 제가 주위의 도움 없이 어찌 이런 귀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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