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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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부재
  • 허진권 교수
  • 승인 2018.08.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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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64)
▲ 민경아, Ongoing Babel, 135x60cm, linocut, 2015

하수는 고수를 모른다. 그렇기에 내가 모르는 것은 나보다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대개는 자기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일단 무시하고 본다. 

나는 모르지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예술에 대해서 자신 있게 자신의 무지를 설파한다. 나아가 종교를 논하더니 마침내 하나님까지 들먹이며 신은 있느니 없느니 괴변으로 가득하다. 이른 바 하수가 고수를 가르치는 현장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무소부재하며 영원불변하고 전지전능하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속성을 이어받은 우리 인간들, 특히 예술가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으며 그 상상한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 받았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하수들의 억지에 신경 쓰지 말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여야한다. 

소개하는 작품 ‘Ongoing Babel’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필요한 것들을 자유롭게 수용한 폭넓은 상상력과 치밀성으로 제작한 민경아 작가의 판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아니, 설명이 있을수록 사족이 된다. 콜로세움, 노틀담 성당, 덕수궁 석어당, 뉴욕황소, 트레이드센터를 마치 바벨탑을 연상하도록 배치하였다.

교회를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나 성경에 대한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는 즉시 지극히 가독교적임을 알 것이다. 십자가도 없고 예수의 얼굴이 없음에도 말이다. 다만 이 작품에는 동서가 있고 고금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질서정연하게 혼융되어있다. 즉, 무소부재하다. 

오늘도 하수인 내가 고수를 가르치려고 억지를 쓰는 것은 아닌지, 무지와 욕망이라는 우상 덩어리로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회개할 일이다. 무소부재하신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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