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헤딩’하는 선교사? 이젠 준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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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땅에 헤딩’하는 선교사? 이젠 준비돼야 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8.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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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28) - 미래의 선교사는 어떤 모습일까?

비즈니스·NGO·전문인 선교사…미래 선교사는 준비돼야

희미해지는 선교사-성도 간 경계, 우리 모두가 ‘선교사’

▲ 이제 '모두가 모두에게' 복음을 전하는 시대다. 각자의 자리에서 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우리 모두가 선교사가 될 수 있다.

‘선교사’ 본래 다른 지역에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파송된 성직자나 신도를 일컫는 말이지만 ‘불교 선교사’라던가 ‘힌두교 선교사’라는 말은 왠지 낯설다. 이슬람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에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는 종교가 거의 없기 때문. 선교사라는 직업은 종교, 그중에서도 특히 기독교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래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선교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왔던 서양 선교사들은 복음전파는 물론 계몽활동과 신분제도의 폐지, 여성인권 신장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의 빚’을 진 한국교회는 이제 우리 자신이 선교사가 되어 세계로 나섰다. 한때 선교사 파송 수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만큼 선교에 열정을 가진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부흥기를 지난 한국 선교는 이제 질적 성숙기로 접어든 상황. 단순히 ‘많이 보내는 것’에만 집중했던 선교사에 대한 인식은 ‘어떤 선교사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앞으로의 선교사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준비된 선교사’가 필요하다

예전의 선교사에게는 복음을 전하겠다는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충분했다. 심지어 자신이 가는 선교지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현지 언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좋게 표현하자면 ‘오직 주님만 의지’하는 선교도 기독교 가치관에서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제는 선교지를 잘 이해하고 완전히 녹아들 수 있는 ‘준비된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터서브 정마태 선교사는 한국선교 KMQ에 실린 발제를 통해 달라진 사역 환경에 필요한 선교사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타 언어, 타 문화, 타 종교를 세밀히 잘 이해하여 현지인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선교사 △세계-지역의 믿음 공동체와 함께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을 줄 아는 선교사를 꼽았다.

정마태 선교사는 “선교사의 정의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타문화권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여전히 선교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그저 외국인으로 그치는 것을 넘어 현지 주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랑으로 품기 위해선 언어를 잘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종교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권 사역이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그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잘 아는 사역자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면서 “미래의 선교사는 현지인들을 계몽하려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길, 비즈니스 선교사

현지 언어와 문화 이해만이 선교사가 준비해야 할 전부가 아니다. 미래 선교사는 자신이 선교지에서 어떤 사역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새로운 미래 선교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비즈니스 선교, 일명 BAM(Business As Mission)이다.

BAM은 선교사 비자로 입국이 어려운 지역이나 위험이 큰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다수의 선교사가 추방되는 등 전통적 방식의 선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정일훈 선교사(가명)는 “선교사로 활동할 수 없다고 해서 복음전파의 사명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며 비즈니스 선교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관건은 어떻게 선교와 비즈니스의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있다.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선교사인 동시에 그곳에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사업가이기도 한 최웅섭 선교사는 “사업도 못하면서 선교를 하는 것, 혹은 선교도 못하면서 사업을 하는 것 둘 다 잘못된 모델”이라며 “어느 한 쪽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동역의 관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비즈니스 선교라면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도 고민이다. ‘이윤 추구’라는 비즈니스의 목적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인 선교의 목적과 자칫 모순된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

IBA(International BAM Alliance) 사무총장 손동호 목사는 “로잔운동이 발표한 BAM 선언에서는 ‘비즈니스를 통한 부의 창출은 항상 공의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관심과 함께 추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BAM은 언제나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총체적 선교가 돼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래의 선교사는 바로 ‘우리’

대표적인 미래 선교사 모델로 소개된 BAM 외에 다른 미래 선교 전략을 살펴봐도 동일하게 발견되는 흐름이 있다. 그것은 ‘교회로부터 파송 받아, 후원받고, 교회를 개척한다’는 전통적 선교사 개념이 흐릿해지고 선교사와 일반 성도들 간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 BAM의 경우에도 ‘정식으로 파송받아 선교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선교사’와 ‘비즈니스를 위해 해외에 갔지만 그곳에서 선교하고 있는 크리스천’의 사명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의 선교사는 다름 아닌 ‘우리’, 즉 모든 성도가 될 것이다. 올해 선교한국 대회에서 미래이슈를 발표한 김동춘 목사(SFC)는 “변화하는 동북아의 환경은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선교사가 되도록 도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선교사가 될 수 있고 선교사가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두가 선교사’라는 논리로 선교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선교학자 스테판 닐은 “만약 모든 것이 선교라면 결국 선교는 아무 것도 아닌게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김 목사는 “타문화권으로 가든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을 전도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복음의 증인이라는 사실”이라며 “모두가 선교사라는 말의 뜻은 해외로 나갈 필요 없이 이전과 똑같이 살아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든 삶이 복음의 증거가 돼야 한다는 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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