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교과서’ 아닌 ‘역사 교과서’, 객관적 시선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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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교과서’ 아닌 ‘역사 교과서’, 객관적 시선 갖춰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8.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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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종교편향 논란, 진실은?

이슬람 중점 소개한 편향 서적 VS 각 종교 보는 관점 크게 다르지 않아

구한말 기독교 역할 대폭 축소 VS 근현대사 비중 늘면서 오히려 증가

▲ 교육부의 교과서 개정안을 두고 기독교 서술을 축소한 '종교편향' 교과서라는 주장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 세계사·역사 교과서가 이슬람을 미화하고 기독교 역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실역사교육연구회(대표:홍영태)는 지난달 25일 ‘종교기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교과서 포럼을 열고 지난 6월 22일 발표된 교육과정 개정안이 특정종교를 편향적으로 서술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선교신학연구소 이동주 소장은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나타난 이슬람 편향 문제에 대해,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역사 교과서에서 드러난 기독교 서술 축소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아 교육부와 교과서 집필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교과서를 종교편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사 교과서의 이슬람 편향 문제는 이슬람권에서 선교했던 중동전문가 김동문 선교사, 한국사 속 기독교 역할 축소 문제는 역사N교육연구소 심용환 소장의 조언을 받아 주요 주장들의 찬반 근거를 정리해봤다.

 

-이슬람은 18개면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반면, 기독교는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정교회까지 합쳐 10개면에 불과하다.

이동주 소장은 1400년 역사밖에 안 된 이슬람 종교를 2~4배가 넘는 역사를 가진 힌두교, 불교보다 앞 장에서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힌두교와 불교는 도합 6페이지, 기독교는 10페이지 서술된 것에 반해 18페이지를 이슬람 서술에 할애함으로써 교과서가 이슬람 중심 서적이 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동문 선교사는 실제 교과서 내 이슬람과 기독교에 대한 서술 비중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맞섰다. 서아시아의 역사를 다루며 서아시아 문화권에 절대적 영향을 준 이슬람이 함께 소개됐을 뿐이라는 것. 반대로 기독교의 영향이 강했던 유럽·아메리카 역사 단원을 보면 △크리스트교의 성장 △교황과 황제의 대립 △중세 문화에 끼친 기독교의 영향 △종교개혁과 종교개혁가들 △종교전쟁과 청교도 혁명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기독교 관련 핵심 사건들이 서술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들에게조차 낯선 ‘크리스트교’라는 명칭으로 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를 모두 포괄하면서 기독교를 폄하했다.

이동주 소장은 교계가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독교’라는 호칭을 일체 삭제하고 크리스트교라는 단어를 만들어내 기독교를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가톨릭과 개신교는 종교 통계에서도 따로 조사된다”며 “어느 종교에도 편향적인 입장을 취하지 말고 공정한 입장에서 종교를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동문 선교사는 크리스트교가 낯선 표현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비하라기보다는 역사 학계 전반의 종교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슬람에 대한 서술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표현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 그 예로 ‘무슬림’이 아닌 ‘이슬람교도’라고 표기한 점, 이슬람 은행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이자가 없다고 일괄적으로 서술한 점 등을 제시했다.

김 선교사는 “기독교 서술에서 아쉬운 대목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슬람 서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이라기보다 종교 관련 전문가가 부재한 한국 교육계의 한계라고 봐야 한다”며 “특별히 기독교는 악평하고 이슬람을 호평한 대목은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5년 집필기준에 의해 쓰인 국정교과서에는 기독교가 했던 사회 공헌이 많이 담겨 있다. 검인정 교과서로 바뀌면서 기독교 관련 서술이 대폭 축소됐다.

박명수 교수는 “조선 후기의 변화는 사실 종교의 변화”라면서 “예전 국정교과서에는 기독교와 천도교에 대한 진술이 빠지지 않았다. 개항기의 역사를 집필할 때 종교에 대해 일관성 있게 서술하라는 기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심도 깊은 서술과 다양성에 대해 말하면서 종교에 있어서는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심용환 소장은 “옛날 국정교과서 때는 근현대사의 비중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기독교 서술도 적었다.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교과서가 잠시 추진됐을 때 확연히 늘어난 것은 이승만 대통령 관련 서술 뿐 기독교 서술은 전혀 늘지 않았다”면서 “어떤 근거로 국정교과서에서 기독교 서술이 늘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기독교 서술이 늘어난 것은 근현대사 비중이 늘어난 최근 시점”이라고 전했다.

 

-삼국, 고려, 조선시대에는 종교에 대한 서술이 있는데 비해 기독교가 들어오는 근대에 이르러서는 종교에 대한 서술이 사라진다.

박명수 교수는 교과서가 개정되며 근현대사의 비중은 늘어난데 비해 근현대사 속 종교에 대한 서술은 급격하게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과거의 종교에 대해 가르친다면 현대의 종교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특히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기독교 개항 이후가 중요한데 기독교의 유입을 삭제하고 근대교육과 의료, 시민사회, 독립운동, 건국운동을 이해하는 것은 근현대사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막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심용환 소장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근현대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근현대사에 비중 있는 역할을 했던 기독교 서술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 그 근거로 기독교 관련 기술을 거의 찾기 힘들었던 2000년대 전후 교과서를 제시했다.

타종교와의 비중 차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불교 역사는 수천 년이고 기독교 역사는 불과 백여 년이다. 종교 교과서가 아닌 역사 교과서인 만큼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역사적 가치가 있고 국민들이 배워야 한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다. 여성 교육의 확대와 독립운동, 신사참배 반대 등에 앞장섰던 기독교의 역할은 현 교과서에 분명히 기술돼 있다”고 반박했다.

 

'역사 교과서' 특성 감안한 객관적 시선 필요

역사교과서의 종교편항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교과서의 성격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 세계사·역사 교과서에 기독교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아쉬운 점이 몇몇 발견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복음의 진리는 교과서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과 우리들의 삶을 통해 전해진다. 역사 교과서는 ‘종교사’가 아니며 역사의 흐름과 주요 사건을 교육하기 위한 책이라는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종 판단은 교과서를 받아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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