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악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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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없는 악동들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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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름다운 목회이야기 (26)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이 욕실에서 바로 보이는 라카이샌드리조트라는 멋진 공간이 있습니다. 몇 해 전 처음 가본 후 방학이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교회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독서마라톤’에 참가한 아이들 몇 십명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하룻밤 잤는데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 다음부터 성만교회는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구요.

이번 여름에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1시간 20여분 배타고 들어가면 볼음도라는 섬으로 갔습니다. 세계 5대 청정갯벌 가운데 하나라고 들었는데요. 거기 사시는 분들은 두 번째로 청정한 갯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곳에 갔다가 백합조개를 캐고, 망둥어 낚시를 하고, 함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볼음도에는 90여명이 함께 갔습니다. 손자, 손녀 봐주는 어르신들이 ‘딱 한 시간만 예쁘다. 올 때는 반갑고, 갈 때는 더 반갑고 고맙다’고 말하시던데요. 제가 딱 그 짝이었습니다.

몇 십명 되는 아이들과 함께 2박3일 해 본 경험 있으세요? 없으시면 말을 마세요. 무술 21단 박현우 집사님에게 아이들 군기 잡으라고 초딩 남자 숙소에 보냈더니, 새벽에 남자 집사님들이 자는 방으로 도망 갔구요. 초창기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약한 여운경 집사는 아이들 군기 잡으라고 들여보냈더니 당신이 군기 잡혀서 나왔습니다. 새벽에 아이들이 엄마 보고 싶다고 서 너명이 울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하는 녀석들을 달래고 달래며 팔베개 하고 재워 주다 아침에 핼쑥한 얼굴로 우리들을 만났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스크림 값이 제일 비싼 그 섬 동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더니, 한 입 깨물어 보곤 제게 불쑥 다시 내밀며 “왜 맛이 없어요?” 하더군요.

백합조개를 캐러 간 세계 두 번째 청정갯벌에서 아이들은 백합을 캐기보단 그 뻘밭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면 옷 버리게 되잖아?” 하는 말에 “ 그래도 이게 제일 재밌어요” 하더군요. 

볼음도 그 섬에 해수욕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해수욕장에 몰려가 수영하고 있는 아이들이 예뻐 보이기도 하구요. 또 잘 어울리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수영도 알려 주고, 물싸움도 하려고 들어갔다가 5학년 꼬마 악동들에게 잡혀서 윗옷 서너 군데가 찢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라카이샌드리조트를 다녀오며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내가 이런 행사를 다시 하나 봐라~~’ 볼음도를 다녀오며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내가 이런 행사를 다시 하나 봐라~~’

그런데요~~ 다시 안할 자신은 솔직히 없습니다. 아이들이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또 공부하러 교회로 올 테구요. 이렇게 예쁜 악동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게 생각나면 저는 또 ‘내가 이런 행사를 다시 하나 봐라~~’는 잊어버리고, 또 이런 저런 궁리를 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손자, 손녀를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힘들면서도 또 안보면 궁금해 슬쩍 찾아가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제게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서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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